법조 출입을 처음 시작한게 2007년입니다. 8년여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게 한가지 있습니다. 어느 변호사가 잘 하는 변호사인지 일반인 입장에서 알 방법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 입니다.

처음으로 소송절차를 접하는 당사자는 당혹스럽습니다. TV나 영화로만 봤지 난생 처음 접해보는 생소한 시스템 안에서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땐 내 곁을 지켜주며 모든 절차를 대신 해주고 나를 위해, 나의 이익을 위해 성심성의껏 싸워주는 변호사를 찾는게 급선무입니다.

그런데 막상 소송에 들어가게 되면 좋은 변호사 찾기란 간단치 않습니다. 잘못 갔다가는 변호사 얼굴은 보지 못하고 사무장 얼굴만 보다 나오는 경우도 생깁니다. 아는 사람이 있다면 물어보면 되겠지만 없다면 막막하죠. 법조 출입 기간 동안 “믿을만한 변호사 좀 알려달라”는 부탁을 수도 없이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변호사 시장은 ‘깜깜이 시장’인듯 합니다.

물론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몇몇 등불이 있기는 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한다든지 뉴스에 언급되는 변호사를 찾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변호사회에서 제공하는 변호사 찾기 서비스입니다. 취급분야별, 지역별 상세검색을 통해 변호사를 검색해주는 시스템입니다. 검색해보면 제법 많은 정보가 나오기는 합니다. 어느 학교 출신인지에서부터 연수원 몇기인지 어느 로펌을 거쳐 현재의 로펌에 합류한 건지를 볼 수 있습니다. 주요수임 내역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정말 좋은 시스템입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한거죠.

하지만 알 수 없는 게 있습니다. 해당 변호사가 해본 소송 내역은 나와도 승소한 건지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소송 당사자가 원하는 것은 이길 수 있는 변호사이지 단순히 해당 소송을 해본 변호사가 아닙니다. 더구나 추천해주는 변호사 명단도 정말 많습니다. 일반 형사사건을 검색해보면 133건의 정보가 나옵니다. 누가 잘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자신의 주요 분야로 일반 형사사건을 적어 놓은 변호사가 그 정도라는 얘기죠. 133명 중에 경력보고 고르라는 얘기인데 글쎄요, 누가 얼마나 잘 고를 수 있을까요.

국민은 답답합니다. 소송은 해야 하는데 잘나간다는 로펌에 맡길 돈은 없고 막막하기만 합니다. 결국 ‘전관’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판·검사출신이니까 뭔가 다른 변호사보다 더 낫겠지 하고 찾게 되는 겁니다. 정보가 없으니까 전관이라도 찾게 되는 거죠. 진짜 전관에 대한 예우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소송 당사자에겐 든든한 희망이 됩니다. 최소한 내가 이 소송절차에서 소송 외적 요소로 손해를 보지는 않겠구나 하는 보험의 성격도 물론 있겠죠.

2000년대 초반 ‘로마켓’이라는 법률포털 사이트는 변호사 승패율 정보를 인터넷에 제공했습니다. 많은 변호사들의 반발이 있었죠. 결국 변호사 1900여명이 로마켓을 상대로 정보게시 금지 소송을 냈고 서비스는 결국 중단됐습니다. 당시 관련 소송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한결같이 ‘일부승소’ 등이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은 자의적이고 부실한 통계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변호사를 찾으려면 서울회 홈페이지의 변호사 찾기 서비스가 있으니 이용하면 된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변호사 찾기 서비스는 여전히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의적인 정보라도 참고자료 정도는 될테니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최근 대한변협과 서울회 등 변호사단체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지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언론에는 새로운 회장님들의 갖가지 정책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법관평가’를 확장해 ‘검사평가’를 도입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은 왜 변호사 평가는 도입을 안 하는지 입니다. 법관평가도 수년간 잘 진행해서 정착됐고 검사평가도 이제 도입하신다고 하는데 왜 변호사 평가는 아무도 얘기를 꺼내지 않을까요. 국민 입장에서는 재판 받을때 법관을 선택할 수도 검사를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변호사 뿐입니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정보를 제공할 방법을 변호사단체에서 고민해 주실 수는 없는 건가요. 지금 법관평가하듯이 설문조사식으로 변호사를 평가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변호사 수는 2만명을 넘어섰고 로스쿨 도입으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변호사 찾기는 더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간곡한 부탁의 말씀드립니다. 국민이 변호사를 더 잘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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