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 낮은 풀들이 지는 해를 삼킵니다.
이 풀들이 내일 아침 뜨는 해를 가장 먼저 맞을 것입니다.
이른 봄 언 땅을 뚫고 나온 것도 저들이요,
가장 먼저 푸른빛을 발한 것도 저들이었을 것입니다.
한 눈 팔지 않고 부지런히 자라,
일찍이 이 땅에 새로운 씨앗을 떨군 것도 저들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올 한해 제 할 일을 넉넉히 끝낸 풀들입니다.
다시 지는 해 앞에서
저 풀들만큼만 살자, 다짐하는 세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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