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민속악 중 예술성이 가장 뛰어난 음악을 손꼽으라고 한다면 시나위와 산조를 들 수 있다. 산조(散調)는 ‘허튼 가락’이라는 뜻으로,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자유스럽게 장단의 틀에 맞추어 연주하는 민속 기악독주곡으로 독특하고 예술성이 높은 한국적인 음악이다.

산조를 ‘악기로 하는 판소리’라고 할 정도로 판소리 가락의 영향을 받아 기악독주곡으로 발달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며, 기악합주곡인 시나위에서 독주곡 형태로 갈라져 나온 산조도 있다.

산조의 문헌적 기록으로는 19세기 말 김창조(金昌祖)에 의해 형성된 가야금산조를 효시로 보고 있으며 이어 거문고산조, 대금산조, 해금산조, 피리산조, 아쟁산조의 순으로 발생하였다. 산조는 즉흥적이고 창작적인 요소가 많아 산조 연주의 명인에 따라 유파(바디)가 가장 많다. 가야금 산조만 해도 10개가 넘는 유파가 연주되고 있다.

산조는 여러 가락과 장단의 예술적인 결합체로 전체적으로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긴장과 이완의 대비의 멋이 가장 두드러진다. 또한 예술성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조성(調性, mode)은 여러 가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연주가들에 따라 적절하게 배열하면서 연주 또는 작곡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1시간 내외로 산조 한 바탕을 전부 연주하는 긴 산조와 10분 내외로 기본적으로 진양조·중모리·자진모리 악장을 넣어서 골격을 구성하여 연주하는 짧은 산조가 있다. 또한 산조는 ‘다스름’이라고 부르는 줄 고르고 손을 푸는 예비단계에서부터 연주의 시작으로 보고, 장단은 장구에 맞춰 가장 느린 진양조로 시작해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혹은 단모리까지 점점 속도가 빨라지다가 다시 아주 느린 마감을 하면서 연주가 끝나는 것이 특징이다.

장단 이름에 붙는 ‘모리’의 어원은 ‘몰고 간다’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중모리’는 중간 정도로 몰고 간다는 뜻이고 ‘자진모리’는 자지러지게 몰고 간다는 뜻, ‘휘몰이’는 휘몰아 간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산조의 장단은 어느 때는 유유자적하게 관조하며 살아가고, 어느 때는 바쁘게 살아가는 마치 우리네 인생살이의 모습을 닮아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연주하는 자연 친화적인 산조라는 전통 기악 독주음악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그저 자랑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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