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사랑받는 기호음료인 커피는 커피나무 열매로부터 얻어지는데, 어원은 아랍어인 카파(caffa)로서 ‘힘’을 뜻하며,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산악지대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에티오피아에서 염소를 기르던 목동 칼디는 어느 날 염소들이 흥분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유심히 관찰한 결과 염소들이 어떤 나무의 빨간 열매를 먹고 나면 흥분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자신도 열매를 먹어보고 난 뒤 피로감이 사라지면서 정신이 맑아지며 황홀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이슬람 사원의 사제들은 커피 열매가 정신을 맑게 하고 피로를 덜어준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기도할 때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커피는 9세기경 아라비아반도로 전해진 후 이슬람 세력의 강력한 보호를 받으며 커피 재배는 아라비아 지역에만 한정되도록 관리되었다. 십자군 전쟁으로 유럽인들이 처음 커피를 맛보았으나 이교도의 음료라며 억압되던 커피는 15세기 오스만투르크의 오스트리아 빈 침입을 기점으로 유럽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 뒤 유럽의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 및 중남미 대륙을 식민지로 만들고 커피를 대량 재배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차는 중국이 차나무의 원산지로서 오래전부터 중국에서부터 마시기 시작하였다. B.C 2500년경 농업의 신인 신농(神農)의 설화에는 ‘신농이 수백가지 풀을 먹다 독에 중독되어 정신을 잃고 어느 나무 밑에 쓰러져 있었다. 그때 바람을 타고 푸른 잎사귀 하나가 신농의 입으로 떨어졌는데, 이 잎을 먹자 정신이 맑아지고 모든 독이 해독되었다’고 전해진다.

커피보다 일찍 유럽으로 전해진 중국의 차는 중국의 비단, 도자기와 더불어 인기가 대단했다. 영국에서 차 마시는 문화가 유행하면서 중국산 차를 대량으로 사들여야 했고 영국은 아메리카 식민지로부터 빼앗은 막대한 양의 은을 청에 치렀다. 결국 은이 거덜난 영국은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몰래 청에 팔았고 결국 아편 전쟁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1773년 영국이 경영난을 겪고 있던 동인도회사에게 차 무역 독점권을 부여하는 법을 통과시키자 이에 격분한 미국 보스턴 시민들이 항구 안에 정박 중인 동인도회사의 선박을 습격하여 수백개의 차 상자를 모조리 바다로 던졌다. 소위 ‘보스턴 차 사건’은 미국 독립혁명의 직접적인 발단이 되었고, 이후 미국 사람들은 차 대신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으며 미국 사람에게 홍차 대신 커피를 마시는 것은 자유에 대한 표현이었다.

1819년 독일 화학자 룽게가 처음으로 카페인을 분리해 caffeine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카페인은 커피나무, 차뿐만이 아니라 카카오와 콜라 열매에도 존재하여 콜라, 초콜릿 등에도 포함되어 있다. 카페인은 승화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들 식물은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해충을 마비시켜 죽이는 일종의 살충제 역할을 하는 카페인을 만들어낸다.

카페인은 뇌-혈관장벽을 쉽게 통과하여 중추신경 흥분물질로 작용하며 따라서 각성 상태와 기분이 들뜨고 좋아지는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혈류역학적인 변화로 혈압상승, 빈맥, 가슴 두근거림을 일으키며, 이뇨작용으로 개인에 따라 쉽게 요의를 느끼게 된다. 카페인은 흡수한 뒤 1시간 이내에 효과를 나타내며, 3~4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진다. 또한 상습적으로 복용할 경우 내성이 생겨 효과가 약해진다.

카페인은 다량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카페인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 카페인중독은 짜증, 불안, 신경과민, 불면증, 두통, 심장 떨림, 근반사항진 등을 포함한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수반한다. 또한 카페인은 위산분비를 촉진하므로 오랫동안 다량을 복용하면 위궤양, 미란성 식도염, 위식도 역류질환 등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찻잎 중의 카페인은 다른 고분자화합물과 공존하고 있어서 그 작용이 완만하게 일어나며 지속시간이 짧고 정신불안, 불쾌감 등의 부작용을 잘 나타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페인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카페인에 대한 민감성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 어떤 사람은 커피 반잔만 먹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면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카페인은 공황유발물질로 여겨진다.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에너지드링크를 복용하고 공황발작을 일으켜 공황장애로 발전한 환자가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 방문하였다.

식물이 해충을 죽이기 위해 만든 독성 물질인 카페인이 인간에게는 피로를 가시게 하고 정신을 각성시키는 작용으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