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란, 사용자가 어떠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는 경험의 총체를 말한다. 예컨대, 액체가 든 유리병을 편의점에서는 누구나 팔 수 있다. 하지만 그 액체가 약(藥)이라면, 약국에서만 살 수 있다. 누구나 약병 표지에 쓰인 안내문을 읽을 수 있지만, 하얀색 가운(gown)을 입은 약사만이 적법하게 판매 및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얀색 가운’을 입은 사람으로부터 ‘약국에서’ 약병을 받으면서 복약의 첫 단추를 꿰는 ‘사용자 경험’을 하게 된다. 어린이 전문 병원에서, 병원 내부 곳곳에서 뽀로로나 미키마우스 등 완구 캐릭터를 볼 수 있다면, 이는 병원 측에서 어린이 환자들의 ‘사용자 경험’ 증진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률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을 증진시킬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의사의 직역과 약사의 직역 등에서 참조할 만한 부분이 없을까. 앞서 언급한, 약사의 하얀색 가운에 대응하여 ‘변호사 배지(badge)’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미흡하다. 여전히 국민 대다수는 무형의 재화, 특히 지적 서비스의 공급에 대하여 대가를 지불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일반 국민이 자신이 중요한 ‘법률행위’를 하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는 ‘기제’가 필요하다. 이는 예를 들자면, 인터넷뱅킹을 할 때에 공인인증서의 복사는 그저 마우스 우클릭을 통하여 ‘복사하기’를 누르면 됨에도 불구하고, 굳이 ‘공인인증서 복사하기’ 메뉴를 넣어서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와 비슷하다. 즉, “이제 중요한 무언가를 시작하려 한다”라는 생각을 행위자가 갖도록 하는 장치다. 또한 “중요한 무언가를 받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장치다.

“변호사-의뢰인 특권(ACP, Attorney-Client Privilege, 辯護士秘匿特權)은 증거법(evidence law)의 규칙이다. 그리고 이는 오직 의뢰인이나 변호사가 사법절차상 비밀정보에 대한 증언이나 공개를 요구받은 때, 이 특정 증거의 증거능력(admissibility)과 관계된 것이다.” 의뢰인이라는 이름의 국민이 이런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아주 의미있다. 최근에는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의뢰인이 변호사와의 의사교환의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의 도입이 제안되고 있다 들었다. 의뢰인의 적극적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약사의 가운(gown)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률시장 개방 등을 맞아서 법률서비스의 프레임(Frame)을 바꿀 수 있도록,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들이 좀 더 눈에 잘 띄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중요한 법률행위에 관하여 가장 전문가 집단인 ‘변호사’가 작성한 유형의 서면들을 다른 일반적인 서류들과 차별화시킬 필요가 있다. 법원에 제출하는 변호사 작성의 문서는 그래서 테두리에 빨간 색이나 파란 색의 띠를 두르는 ‘직관적 인식(룩앤필, Look & Feel)’ 장치를 이미 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원을 상대로 하지 않는 경우에도, 누군가에게 변호사라는 자격을 취득한 자가 작성한 것이라는 ‘직관적 인식(Look & Feel)’ 장치를 둘 수는 없을까. 그 중 한 가지 ‘장치’로 ‘변호사 전용 서체(font)’를 제작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누가 보아도 눈에 띄는, ‘단호함’, ‘신중함’ 등 여러 개념을 담은 좋은 폰트를 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기존 변호사들에게, 그리고 변호사협회 신규 회원등록시에 해당 폰트 파일을 나누어 주어 쓸 수 있게 해주면 된다. 납부된 변호사회비에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되어져도 좋다. 폰트의 저작권은 협회가 가진다.

이로 인하여, 설사 변호사의 직인이 찍히지 않은 문서라도, 변호사라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에 의해 생성된 문서임을 알 수 있고, 자연스레 일반인이 작성된 문서와 일별하여도 즉시 차별화된다. 이를 무상으로 공중에 배포하지 않고 변호사 회원들에게만 그 사용권을 개별제공하는 한, 변호사가 아닌 자가 이 폰트를 사용(하여 서면을 작성)한다면, 자연스레 저작권침해를 구성하게 된다. 글자 그대로 ‘변호사 전용 폰트’다.

이런 차별화가 생기면, 변호사와 상담을 하고 그 결과를 담은 간단한 출력물을 제공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주는 이나 받는 이 둘 다 대가 지급에 대하여 더욱 각성하게 된다. 지금의 일선 변호사 사무실의 상담 구조는 상담료를 청구하거나 지급하기에 서로 어색한 경우가 많다. 변호사 전용 폰트의 사용은, 변호사라는 전문가가 고민한 학식과 경험의 결과물인 서면의 품격을 높여 줄 것이다. 또한, 법률서비스의 공급자인 변호사 집단 스스로의 ‘사용자 경험’도 수요자인 국민들의 그것만큼이나 더욱 높아질 것이고, 이는 자부심 가득찬 개선된 법률서비스의 제공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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