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알고 보면 남자도 여자 못지않게 출산, 육아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후우울증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인생에 있어 사별, 이혼, 실패 등의 부정적인 사건만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 임신, 출산 등의 생애전환기의 스트레스 지수도 매우 높다.

저자가 속해 있는 병원에 산모들이 많이 방문해 산전, 산후 우울증 산모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간혹 산후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아이 아빠들도 보게 된다. 첫 아이 출산 후 6개월째인 29세 아이 아빠가 아이를 잘 돌보지 않고 매일 밤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다며 아내 권유에 의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였다. 면담 결과 아이 출산 1개월경부터 의욕 상실, 불면증, 식욕 저하, 집중력 저하 등의 우울증 증상이 있어왔고, PC방에서 주로 도박 게임 등을 하다가 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았다. 아빠 산후우울증으로 진단하고, 약물치료 및 면담 치료 6개월 후 호전되었다.

산후 첫 1년 동안 3~5%의 아빠가 산후우울증을 겪는다. 우울 증상뿐만이 아니라 여러 행동 변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아기를 귀찮아하고, 늦은 귀가, 외박, 잦은 술자리, 게임, 도박 등 중독 증상 등으로 표출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아내가 산후우울증이 있는 경우 더 많이 발생하며, 젊은 아빠가 나이든 아빠에 비해 더 많은 경향이 있다.

엄마 산후우울증의 경우 출산 후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가 큰 원인이지만, 아빠 산후우울증의 원인은 아빠가 된다는 그 자체에 대한 부담감,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감을 과도하게 느끼고, 아내의 관심이 아이에게 쏠리면서 오는 소외감, 아이 위주로 변하는 생활의 변화 및 양육비 등의 경제적 부담감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증가하는 등의 심리사회적 원인과 우울증의 가족력이나 과거력 등의 생물학적 요인도 작용한다.

남편이 임신 중인 아내와 함께 식욕 상실, 매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아내의 임신과 출산 중에 나타나는 남편의 여러 가지 심리적, 신체적 증상들을 영국의 정신분석학자인 트리도우언은 ‘꾸바드 증후군(Couvade Syndrome)’이라고 불렀다. 꾸바드는 불어의 ‘couver’에서 온 말로 ‘알을 품다, 부화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꾸바드 증후군은 임신 3개월경에 가장 심하고 점차 약해지다가 임신 말기가 되면 또다시 심해지기도 한다. 이 증상은 단지 신체적 증상에만 그치지 않고 우울증과 긴장이 고조되고 신경과민적인 심리적 증상으로도 나타난다.

아빠의 산후우울증은 방치되기 쉽다. 아빠는 엄마와 달리 감정적으로 지지를 잘 받지 못하고 외면 받는 경향이 있어 더 위축될 수 있다. 아빠의 산후우울증을 방치했을 때 아내와의 부부 문제 발생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후우울증이 있는 아빠는 아이에게 별 관심이 없게 되고 아빠와 아이 사이의 애착 형성을 방해한다. 아이와 잘 놀아주지 않고 책을 읽어주지 않는 등 아이를 잘 돌보지 않고 화를 잘 내고 매를 드는 경향도 많다. 더 나아가 아이가 기질적으로 부정적인 정서양상을 갖게 되고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수행 능력이나 지적 능력의 저하를 일으키게 되며, 또래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문제행동이나 과잉행동 등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아이가 커서 나중에 주요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아이아빠의 산후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예비 아빠로서 준비할 점들이 있다. 아빠가 된다는 그 자체에 대한 부담감,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감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아내의 관심이 아이에게 쏠리고, 아이 위주로 변하는 생활의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육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게 되므로, 생활비를 적절히 분배할 수 있도록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또한 출산 후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부관계가 소홀해지기 쉬운데, 아이를 잠시 맡기고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아빠가 위와 같은 산후우울증 증세를 보일 때 아내가 남편의 산후우울증 극복을 위해 아빠의 우울 증상을 이해해주고, 대화를 많이 나누도록 노력하고, 기분 전환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또한 엄마가 산후우울증을 겪는 경우 아빠 산후우울증이 함께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부부 문제나 아이와의 문제가 클 수 있으므로 조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며, 또한 양육을 도와줄 주변 사람의 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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