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204970 판결

[사실관계]
(1) 피고(경기도)는 지방도 310호선 중 송포·문산 간 도로 확·포장 공사를 위하여 1997. 1.부터 1998. 2.까지 원고들 소유의 토지를 공공용지로 협의취득하였음. 그 후 위 각 토지를 부지로 하여 지방도 310호선이 개통되었음.
(2) 건설교통부장관은 2001. 1. 4. 파주시 교하면 야당리 등 일대를 파주운정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고시하였고, 2003. 5. 20. 이에 대한 택지개발예정지구 변경지정을 하고 택지개발계획 승인을 고시하였음.
(3) 위 각 토지는 2004. 12. 30. 및 2007. 1. 12.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1단계 실시계획 승인·고시 및 변경고시를 통하여 위 택지개발사업의 부지로 편입되었음.
(4) 위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승인에도 불구하고 지방도 310호선은 계속 도로로 이용되다가 2005. 3. 28. 피고 도지사에 의한 노선폐지 공고가 있었음. 같은 날 위 지방도 310호선의 노선 가운데 위 각 토지 중 상당수가 포함된 부분의 도로는 다시 피고 도지사의 도로구역결정(변경) 고시를 통해 지방도 359호선으로 새로 노선번호를 부여받아 마찬가지로 도로로 이용되었음.
(5) 위 지방도 359호선은 2009. 3. 16. 임시우회도로의 개통에 따라 도로로서의 사용이 중단되었음.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실시계획 승인·고시가 각 이루어진 시점에 이 사건 각 토지가 이 사건 도로사업에 필요 없게 된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어 원소유자들에게 각 환매권이 발생하였는데, 피고가 환매권 발생 통지를 하지 아니한 사이에 제척기간이 도과되어 환매권을 상실하였으므로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원심 판단]
이 사건 각 토지 중 대부분이 2004년 12월 30일에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부지로 편입되면서 그 용도지역도 주거지역 등으로 변경되었고, 2007년 1월 12일에 이르러서는 이 사건 각 토지 전부가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부지로 편입된 점,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승인 내용에 이 사건 각 토지는 택지로서 공공청사, 학교 등이 설치되도록 이미 도시계획, 지구단위계획이 결정되어 있었던 점,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인 대한주택공사의 실시계획승인 신청에 대하여 건설교통부장관이 이를 이 사건 도로사업의 주체인 피고에게 보내어 협의요청을 하였고 피고가 위와 같은 이 사건 각 토지의 이용계획 및 이 사건 도로사업에 사용된 토지의 무상귀속에 대하여 동의하는 내용으로 협의의견을 통보하였던 점, 택지개발촉진법 제11조에 의하면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가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의 승인을 얻은 때에는 이 사건 각 토지가 사용될 용도를 규율하는 각종 법률에 따른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당초의 도로법에 의한 이 사건 도로사업은 위 택지개발사업의 실시계획승인에 따라 폐지되거나 변경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지방도 310호선에 관하여 2005년 3월 28일 피고 도지사의 노선폐지공고가 있었고 그 후 이 사건 각 토지 중 일부가 지방도 359호선의 부지로 사용되었으나 결국 위 도로는 철거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토지는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1단계 실시계획승인·고시가 이루어진 2004년 12월 30일 또는 변경고시가 이루어진 2007년 1월 12일에 각 당초의 취득목적 사업인 이 사건 도로사업에 필요 없게 된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으므로 이때 원소유자들에게 환매권이 발생하였다.

[대상판결의 판단]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승인된 실시계획에서 이 사건 각 토지 지상에 공공청사, 학교 등이 설치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하더라도, 2009년 3월 16일까지 지방도 359호선이 공중의 공동사용에 제공되는 동안은 도로로서의 효용이나 공익상 필요가 현실적으로 소멸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실시계획승인만으로 이 사건 각 토지 중 지방도 359호선의 부지로 편입된 부분이 객관적으로 이 사건 도로사업에 필요 없게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지방도 310호선의 노선폐지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지방도 359호선에 관한 도로구역결정(변경)이 이루어지게 된 경위 및 내용, 이 사건 각 토지 중 지방도 359호선에 편입된 토지의 특정, 우회도로의 개통 전까지의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 과정에서 이 사건 각 토지 중 지방도 359호선의 부지에서 제외된 것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심리를 함으로써 이 사건 각 토지가 이 사건 도로사업에 부합되게 사용되었는지 여부와 그 범위를 확정한 다음에 앞서 본 판단을 기초로 하여 이 사건 각 토지가 이 사건 도로사업에 필요 없게 된 시기 및 그에 따른 이 사건 각 토지의 환매권 발생 여부를 확정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실시계획승인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각 토지가 이 사건 도로사업에 필요 없게 되어 바로 원고들에게 환매권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그와 같은 판단에는 공익사업법 제91조 제1항에서 규정한 환매권의 발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평석]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사업법’이라고 한다) 제91조 제1항에 의하면, ‘토지의 협의취득일 또는 수용의 개시일부터 10년 이내에 해당 사업의 폐지·변경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취득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된 경우’에 환매권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비교적 간결하게 환매권의 발생 요건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과연 어떤 경우에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되었는지에 관하여 다수의 판례가 축적되어 왔다.

대법원이 정립한 판단의 기본 원칙은 “위 조항에서 정하는 ‘당해 사업’이란 토지의 협의취득 또는 수용의 목적이 된 구체적인 특정 공익사업을 가리키는 것이고, 취득된 토지가 ‘필요 없게 된 경우’라 함은 그 토지가 취득의 목적이 된 특정 공익사업의 폐지·변경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그 사업에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 경우를 의미하며, 위와 같이 취득된 토지가 필요 없게 되었는지의 여부는 당해 공익사업의 목적과 내용, 토지 취득의 경위와 범위, 당해 토지와 공익사업의 관계, 용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객관적,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12043, 1205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와 같은 판단기준조차도 반드시 명쾌한 것은 아니어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되어 왔다.

주목할 만한 사례들 몇 가지를 살펴보면, ①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31310 판결에서는 도시계획법상 도로개설 또는 수림대 조성을 위하여 수용되어 일부 지상의 건물철거 및 성토공사와 그 전부에 대한 수림대조성공사가 시행되었을 뿐 도로는 개설되지 않고 다만 일부 지상에 위 도시계획사업과는 상관 없이 헌병검문소가 세워져 사용되어 오던 중 해당 토지들이 택지개발사업지구에 편입되어 그 지상에 택지조성 및 아파트건축공사가 시작된 사안에서 “도시계획사업인 위 도로개설사업 및 녹지조성사업과 위 택지개발사업은 그 시행자가 법률상 동일하다고 볼 수 없고, 또 택지개발촉진법 제11조에 의하면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가 택지개발사업실시계획의 승인을 얻은 때에는 도시계획법의 각 규정에 의한 도시계획의 결정 및 그 실시계획의 인가 등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당초의 도시계획사업인 위 도로개설사업 및 녹지조성사업은 위 택지개발사업의 실시계획승인에 따라 폐지되었거나 변경되었고, 위 19필지는 당초의 취득목적사업인 위 도로개설사업 및 녹지조성사업에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고, ②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다5451 판결에서는 해당 토지가 광역상수도사업을 위해서 협의취득된 후 이어 택지개발사업지구에 편입된 사안에서 “상수도사업 중 택지개발사업 구역에 포함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98%는 이미 완료된 점, 건설교통부장관은 위 택지개발계획 승인의 조건으로 한국수자원공사와 상수도사업에 관한 협의시 제출된 검토의견 및 조치계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설정하고 있는 점, 이에 따라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협의한 결과 택지개발사업구역 내의 상수도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상수도사업으로 계획한 공사비를 부담하고 그 초과비용은 한국토지공사가 부담하되 부지조성공사와 병행하여 한국수자원공사가 직접 시행하고, 수도시설이 설치되는 토지는 피고에게 무상귀속하도록 하기로 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한 점, 이 사건 토지는 택지개발사업 구역 내의 광역상수도부지로 그대로 사용될 예정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의 승인으로 상수도사업 중 이와 중복되는 토지에 관한 부분이 폐지 또는 변경되었다고 할 수는 없고, 상수도사업은 택지개발사업과 병행하여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이 사건 토지는 여전히 당해 공공사업인 상수도사업을 위하여 이용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으며, ③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18430 판결에서는 도로개설을 위하여 수용하여 도로를 개설한 뒤 해당 토지가 토지구획정리사업에 편입되어 도로, 경관녹지, 아파트대지로 변경된 사안에서 “당해 취득된 토지 자체의 용도의 변경만을 주목할 것이 아니라 토지구획정리사업 시행지구 내에 편입된 모든 토지를 일체로 취급하여 대지로서의 효용증진과 공공시설의 정비 등 토지이용의 효율을 위하여 단지 공공시설의 위치가 변경되는 사정 등을 중시하여, 당해 취득된 토지가 당초의 공익사업에 필요 없게 된 것이 아니라 그 필요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나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인한 토지이용의 효율을 위하여 재배치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보아 환매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위 ②번 사안은 실질적으로 두 사업이 병행 시행된다고 볼 수 있는 경우, ③번 사안은 후행사업이 토지구획정리사업(환지처분)인 경우에 관한 것으로서 다른 사안들에 응용하기에는 다소 제약이 있다. 한편 위 ①번 사안은 당초의 공익사업이 계획대로 완료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후행 택지개발사업이 실시된 경우에 관한 판시였다. 그렇다면 당초의 공익사업이 계획대로 완료되어 공용개시의 단계에 이르러 있었고 후행 택지개발사업의 실시계획 인가 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선행 공익사업의 목적대로 이용되어 온 경우에는 과연 언제 해당 토지가 당해 사업에 필요 없게 되어 환매권이 발생하는 것일까. 대상판결은 바로 이런 사안에서 ‘도로로서의 효용이나 공익상 필요가 현실적으로 소멸된 시점’이라는 실용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후 유사한 사안들에서 대법원의 판시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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