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러시아 대사 콘스탄틴 브누코프(Konsantin V. Vnukov)

한국과 러시아의 변호사들에게 있어서 2014년은 의미있는 해이다. 대한변협과 러시아연방변호사회는 2011년 2년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교류가 뜸하였다. 그런데 러시아연방변호사회 회장 예브게니 세메냐코와 집행부가 2014년 4월 10일 한국을 방문하여 양국 변호사단체간의 상호교류강화를 위한 MOU를 2년 연장하였고, 서울 강남 리츠칼튼호텔에서 ‘한국과 러시아의 법률서비스 관련 규정(Regulation of the Legal Service Market in Russia and Korea)’을 주제로 합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게다가 양 변호사협회는 다시 올 11월 6일에 서울에서 합동세미나를 추가로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추진중이다. 
러시아와 우리는 올해 비자면제 협정이 체결되어 시행되는 등 문화적인 교류는 이미 활성화되어 있지만, 법률과 법조인 교류는 부진하다. 올해가 돼서야 활성화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신문은 외국대사에 대한 인터뷰를 최초로 시도하여 중구 정동에 위치한 러시아대사관으로 찾아가 브누코프 대사를 만났다.

 

지난 MOU 체결을 기념한 파티에 대사님이 축사를 해주셨고, 이번 11월에도 축사를 해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 변협신문에서 외국대사님에 대한 인터뷰는 사상 처음입니다. 대한변협의 독자들을 위하여 인사말씀 해주시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친애하는 대한변협신문 독자 여러분, 저로서는 신문을 통해 이렇게 인사말씀을 드릴 수 있어 큰 영광입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대한민국이 폭넓은 관계 속에 새로운 분야의 협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러시아와 대한민국의 변호사 간의 교류가 강화되는 것이 바로 그 예입니다. 양국의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업무 협조 및 업무경험 교환은 실무적인 분야에 있어서 양국간의 상호협력 확대를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서울에서 11월 6일에 개최되는 ‘HOW TO DO BUSINESS IN RUSSIA’라는 주제의 러시아-한국 변호사 세미나가 이를 증명해 줍니다.

대사님과 인터뷰를 하기 위하여 검색을 좀 해보니 2009년부터 서울 주재 러시아대사로 부임하여 근무하고 계십니다. 한국에서 대사님이 제일 적응이 잘 되었던 것은 무엇이고, 제일 적응하기 힘든 것은 무엇인지요?
2009년부터 지난 5년은 아주 여러가지 원인들로 인해 정말 쉽지 않은 기간이었습니다. 2010년 남북 양측 간의 긴장관계만 생각해봐도 제 말을 쉽게 이해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한,러 양측간의 상호 노력 하에 아주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6번에 걸친 정상회담이 있었고, 그 중에서 3차에 걸쳐서는 러시아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제프, 블라디미르 푸틴이 서울을 방문했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금융 위기 가운데도 러시아와 대한민국 간의 교역이 벌써 3년 이상 250억 달러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 성과 중의 하나로는 금년 1월부터 실시된 양국 국민의 무비자 방문이 허용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러시아와 한국은 교류가 활발하여 명동 롯데호텔 앞에는 푸시킨 동상과 공원이, 인천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과 바라크 추모비가 세워진 것으로 아는데, 푸시킨과 바라크 추모비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요.
지금 말씀해주신 분명한 예들은 한국 국민의 러시아와 그 문화와 역사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A.C. 푸시킨의 시들, 특히 롯데호텔 앞 동상에 새겨진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한국의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고, 우리의 ‘북쪽의 수도’라고 불리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매년 수천, 수만명의 한국인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인천의 바라크 추모비는 1904년 일본 함대에 항복하지 않은 러시아 해양순양함 ‘바라크’의 영웅적인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인데 많은 세월동안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워온 한국민에게 동질감을 주고 있고, 두 나라가 가깝고, 상호 잘 이해하고 있다는 아름다운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러시아 변호사는 좋은 직업인지, 좋은 이웃인지, 존경을 받는 직업인지요.
직업으로서 변호사, 법률가는 소련 이후의 러시아에는 확실히 인기가 있고, 우리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역시 전공이 법률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에 국가를 위해 법률가 이외에 국가에 필요한 다른 직업들을 홍보하도록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법률가들의 과잉 양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꽤 오랫동안 한국에서 대사로 활동하셨는데 그동안 대한민국 법조인과는 친분을 좀 쌓으셨는지요. 알고 지내시는 법조인이 있는지요.
한국에서 재임 중에 많은 법률가와 변호사들을 만났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졸업한 모스크바 국립 국제관계대학교(MGIMO)의 국제법학과 출신 한국졸업생들을 만난 것이 무엇보다도 좋았습니다.

한국의 40대 이상은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자신나라의 소설처럼 즐기고, 푸시킨의 시를 하나 정도 외울 정도로 러시아 문학과 예술에 대하여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러시아에 대하여 애정을 가지도록 할 계획은 없으신지요?
한국의 젊은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동년생들도 마찬가지로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패러독스와 같이 들리지만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IT 시대는 우리 이전 세대들을 매료시킨 ‘책 냄새’를 느낄 시간을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의 내용을 다섯 페이지짜리 프레젠테이션으로 아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주 잘 제작된 러시아 영화 전쟁과 평화를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러시아 문학은 전인류의 소산이며, 아직까지도 현대적이며, 젊은이들을 포함한 사람들에게 친근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에는 프랑스 문화원과 괴테 하우스(독일문화원)에 가서 그 나라들의 문화에 빠져 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문화예술 강국으로서 한국에 러시아 문화원을 설립할 계획은 없으신지요.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울 방문시 문화원의 기능과 설립에 대한 양국 협정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 러시아 문화원이 빨리 개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의 법률사무소 중에서 러시아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대사관에 문의하는 곳은 있는지요. 혹은 러시아에 진출하고 싶은 기업(법률사무소 포함)을 위하여 대사관에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시는지요.
대사관은 외교·정치 기관으로서, 가장 중요하게는 양국 관계 발전과 모든 분야에 있어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진출하기를 원하는 한국의 법률·기업들에 대해서는 저희는 무역협회나, 상공회의소, 여러 협회들, 양국간의 비정부단체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러시아연방변호사회의 서울에서의 세미나가 이를 반증해주지 않을까요.

대사님은 일 이외에는 어떤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대사로서 자유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 정기적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입니다. 저는 등산과 수영을 통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죠. 극장, 음악, 책(전자책보다는 종이 책을 더 좋아합니다), 낚시를 즐기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런 점에서는 아주 좋은 나라입니다.

러시아말을 하는 대사와 한국말을 하는 내가 인터뷰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국말로 묻고, 러시아어로 대답하고, 다시 이를 한국말로 통역하는 힘든 절차가 동원되었다. 러시아 대사관에서 통역을 제공받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여 러시아항공(Aeroflot)의 조윤숙 부장의 도움을 받았다. 이 모든 힘든 과정을 통하여 먼이웃이 가까운 이웃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믓하고, 재미난 인터뷰였다. 대사님도 그랬지만 러시아사람들은 한국사람과 공감대가 많은 멋진 사람들이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