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시행 된 이후 금년 5월까지 1억1800만건의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으며, 이 가운데 1억1000만 건이 주민번호가 포함된 유출인 경우로 최근의 개인정보유출사고의 공통적인 부분은 주민등록번호가 빠짐없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행정수행 목적을 위해 1968년에 탄생했던 주민등록번호가 정보화시대를 거치면서 급속한 IT문화의 발전 속에 편리함과 탁월한 효율성 때문에 민간의 거의 전 영역에까지 퍼지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유일한 개인 식별체계 및 본인확인 수단으로 자리매김 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영역에서 개인정보유출이 이뤄지면 주민등록번호를 식별 값으로 또 다른 제2의 유출피해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인터넷상에 떠도는 소위 ‘막DB’도 주민번호를 매개로 맞춤형정보 또는 고급정보로 둔갑하여 불법 유통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발생되기도 하였다. 금년초 카드 3사 고객정보유출사고가 계기가 되기도 하였지만 많은 분들이 주민번호를 차제에 폐지하거나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국가안보 현실 또는 여러 가지 행정목적 수행 상 유용한 주민번호체계가 폐지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대다수 전문가나 국민도 인식하고 있는 바 주민번호가 사회전반에 유통되는 관행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는 한 국민은 주기적인 개인정보유출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주민번호체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주민등록번호 사용 문화가 바뀌지 않고서는 몇 년 못가서 그 주민번호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보들이 쌓이게 될 테고, 개인정보 브로커나 해커들의 집중표적이 될 가능성은 현재와 마찬가지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주민번호가 사회전반에 유통되는 것을 최소화하는데 모든 행정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여 금년 8월 7일부터는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를 시행하였다. 그동안은 정보주체의 동의 또는 법령의 근거가 있으면 주민번호 수집처리가 가능하였으나 금년 8월 7일부터는 정보주체의 동의여부를 불문하고 반드시 법령의 근거가 있어야만 주민번호를 수집 처리할 수 있도록 하여 그동안 사회전반에 만연되어 왔던 무분별한 주민번호 수집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다음으로 주민번호 중심의 유일한 개인 식별체계를 다양한 대체식별수단을 통한 본인확인체계로 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년월일, 핸드폰번호의 조합을 통해 본인확인을 한다던지 계좌번호나 신용카드번호, 공인인증서 등을 통해 본인확인을 한다던지 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금년 8월 7일부터 도입시행된 것이 마이핀(My-Pin, 내번호)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주민번호를 대체하는 본인확인수단으로 2005년부터 도입된 아이핀(I-pin)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오프라인 상에서는 주민번호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실제 일상생활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포인트 누적 및 누적된 포인트 사용 등과 같은 기관 또는 서비스간 연계를 할 경우 오프라인상에서 특정인을 공통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만한 본인확인수단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기존의 온라인상에서 활용되고 있던 아이디(ID), 비밀번호(Password) 방식의 아이핀(I-pin)을 오프라인에서도 본인확인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13자리 난수를 개인 식별번호로 발급하게 된 것이 마이핀(My-Pin)이다. 마이핀의 활용은 기존의 아이핀을 운용하고 있는 본인확인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우리에게 익숙하고, 주민번호를 수집해오던 사업주 입장에서 주민번호와 자릿수가 같아 시스템 교체 등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도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오프라인 상, 즉 일상생활에서 주민번호 이외의 대체수단이 꼭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매우 유용하다 할 것이다. 마이핀은 유출피해가 있어도 변경하기가 어려운 주민번호와는 달리 1년에 5번까지 쉽게 번호변경을 할 수 있어 혹시 유출된다 하더라도 2차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마이핀 자체적으로는 어떠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지 않는 13자리 난수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성별, 출생지 등의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주민번호와는 차별화되며 국민 모두가 반드시 발급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필요시에 인터넷을 통해서 혹은 주변의 가까운 주민센터 어느 곳을 방문해서도 쉽게 발급받을 수 있어 어르신 등 정보취약계층을 위해서도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과거에 마트나 도서관 등지에서 회원가입을 위해 가입신청서에 주민번호를 기재하였다면 이제는 마이핀을 적어 내면 쉽게 본인확인을 받아 회원가입이 이뤄지게 되고 그만큼 주민번호는 시중에 유통되는 것이 최소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하루아침에 오랜 관행과 습관을 벗어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늦은 감은 없지 않아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주민번호 수집 관행을 하나하나 줄여 나가면 우리가 목표하는 주민번호 유통 최소화,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 사회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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