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디애나의 미술품 거래상인 페그 골드버그는 1988년 스위스 제네바 자유항 지역에서 독일 거주 터키인 화상으로부터 100만 달러에 비잔틴 시대 성화 모자이크 4점을 구입한다. 이 모자이크를 미국 내로 반입한 골드버그가 웃돈을 붙여 되팔려고 딜러들과 접촉을 하는 과정에서 게티 미술관 큐레이터에게 그 정보가 알려지게 된다. 큐레이터는 이 사실을 사이프러스 문화재 당국에 알린다. 사이프러스 당국은 골드버그에게 해당 모자이크는 사이프러스 교회 벽면에 설치되어 있던 것으로 터키 침공기간 동안 약탈된 것으로 반환을 요구한다. 골드버그가 거절하자 사이프러스 측은 미국 인디애나주 연방법원에 반환소송을 제기한다(Autocephalous Greek-Orthodox Church v. Goldberg & Feldman Fine Arts, Inc.).

터키 반도 아래쪽에 위치한 섬나라 사이프러스에는 비잔틴 시대 약 800년 동안(395-1191 A.D) 매우 아름다운 모자이크와 프레스코들로 장식된 수많은 그리스정교 교회들이 지어졌다. 그 후 1571년 사이프러스는 오토만 제국의 일부가 되었다가, 1878년에는 영국의 지배를 받는다. 1960년 영국, 그리스 및 터키가 참여하는 조약을 통해 사이프러스는 사이프러스 공화국으로 독립하였다. 그러나 1974년 터키가 섬 북쪽을 침공하여 그리스계 주민은 고향을 버리고 남쪽으로 피난했고, 그 과정에서 정교회 건물 등에 대하여 조직적이고 대규모적인 약탈이 자행된다. 사이프러스 공화국과 교회 측은 즉시 모자이크 약탈사실을 유네스코 등 다양한 국제기구와 외국정부 및 비잔틴 미술 전문가들에게 공개하고 반환운동을 전개한다.

인디애나 법원 소송에서 쟁점은 우선 어느 나라법을 적용할 것인가였다. 골드버그 측은 미술품 거래가 이루어질 당시의 미술품이 소재한 곳인 스위스법을 주장한다. 스위스법을 적용하게 되면 선의취득자인 자신에게 원소유자는 권리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미계보통법을 적용할 경우 도둑은 권리를 이전할 수 없다는 기본원칙에 따라 원소유자가 선의취득자에게도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다. 법원은 모자이크를 구입하거나 구입자금을 대출해 준 은행 모두 인디애나 주민인 점 등을 들어 결국 인디애나주 보통법을 적용하게 된다.

그런데 인디애나법을 적용하더라도 소멸시효 완성여부가 문제였다. 인디애나주법상 청구원인이 발생한 날로부터 6년 이내에 소를 제기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난품의 소멸시효기산점은 진정한 소유자(도난 피해자)와 선의의 구매자 중 누구를 더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로 거래안전의 보호, 진정한 소유자의 보호 중 어느 가치를 더 우위에 둘 것인가에 관한 정책적 판단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각 주의 법원이 도난 미술품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관련하여 약간 다른 관점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주는 요구 및 거절 기준(demand and refusal rule)을 채택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소멸시효 진행시점은 도난 시점이 아니라 추후 진정한 소유자가 반환요구를 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거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뉴저지주에서는 발견기준(discovery rule)이 적용되는데, 이 원리에 의하면 피해자가 대상물건을 발견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조사를 다하여 발견했어야 하는 때로부터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되는 것이다.

인디애나법원은 디스커버리룰을 적용하여 사이프러스 측이 큐레이터로부터 모자이크의 소재를 통지받은 시점을 기산점으로 보았다. 또 사이프러스 당국이나 교회 측은 모자이크를 되찾기 위해 합리적인 조사를 다하였다고 판단하고, 사이프러스에 승소판결을 내린다. 모자이크는 결국 반환되어 현재 니코시아에 있는 비잔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또 다른 약탈품 반환 에피소드. 1980년대 인기를 구가했던 ‘컬처클럽’의 리드보컬이었던 보이 조지도 사이프러스 교회에서 약탈된 아이콘을 소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이프러스 교회 주교가 정말 우연히도 TV를 보다가 어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보이 조지 거실 벽에 사이프러스 유물 아이콘이 걸려있는 것으로 발견하게 된다. 교회 측이 보이 조지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반환을 요구하자 보이 조지는 2011년 배상을 요구하지 않고 순순히 돌려주었다고 한다. 보물을 돌려주면서 기념사진을 찍은 보이 조지의 근황을 보니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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