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고기 요리는 세계 어디를 가든 맛볼 수 있다.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이슬람국가조차 돼지 대신 양을 즐겨 먹는다. 가격은 대략 소고기 수준. 그래도 소고기보다 비싸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해외로 음식 취재를 다니면서 맛을 본 양고기는 나라마다 먹는 방법이 무척 다양했다.

광활한 초원의 나라 몽골에선 ‘허르헉(Horhog)’이라고 해서 양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잡아 요리를 했다. 영화 ‘혹성탈출’의 촬영지인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는 양고기를 항아리에 넣고 밀봉해 익힌 항아리 케밥(Kebab)을 맛보기도 했다. 검은 땅인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선 철판볶음으로 양고기를 즐겼다. 프랑스 파리의 레스토랑에선 가니쉬(한식의 고명에 해당하는 요리의 장식품)와 함께 화려하게 변신한 양고기 스테이크가 식탁에 올라왔다. 일본 홋카이도에선 양고기 요리 ‘징기스칸’을 만났다. 배가 불룩 나온 우리네 불고기판과 비슷하게 생긴 불판을 숯불 위에 올려 생고기를 구워 먹었다. 중국에선 중국식 샤브샤브라고 하는 ‘훠궈(火鍋)’의 식재료로 얇게 썬 양고기가 나왔다. 15년 전 백두산을 가는 길에 들른 옌지와 옌볜에서 양꼬치 안주에 칭타오 맥주를 마셨다. 얼핏 기억나는 것만 나열해도 이 정도로 다양하다. 그런데 이들 양고기 메뉴를 접할 때마다 ‘약간의 긴장과 경직’이 있었다는 걸 솔직히 고백한다.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양고기를 별로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양고기 냄새’라는 선입견이 양 요리의 본질로 가는 길을 방해했다. 음식이란 게 워낙 조상대대로 내려온 식습관의 결과물이니 어찌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도 해외에서 맛본 양고기 가운데 가장 맛있게 먹은 것을 꼽으라면 첫째가 ‘훠궈’다. 해외에서 만나기 힘든 국물 때문인 듯하다. 매콤하다 못해 입안이 얼얼할 정도의 매운 맛이 현지 음식에 질린 입맛을 확 살려줬던 기억이 있다.

지하철 경복궁역 가까운 곳에 ‘마라샹궈(02-723-8653)’라는 중국집이 있다. 자장면과 짬뽕을 파는 철가방표 중국집과는 다르다. 그런 메뉴는 있지도 않고 분위기도 레스토랑을 닮았다. 이곳엔 상호에 적힌 ‘마라샹궈’라는 양고기 채소볶음 요리도 있지만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태극 문양의 냄비에 빨간 홍탕과 하얀 백탕 국물이 들어 있다. 홍탕은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국물, 백탕은 닭고기와 돼지 뼈 등으로 우려낸 담백한 국물이다. 원하는 쪽에 양고기와 채소를 살짝 데쳐서 마장소스에 찍어 먹는다. 혀가 아리는 매운 맛의 ‘마라(麻辣)’와 함께 육수 속에 통째로 들어간 산초 알갱이가 가끔 양고기나 채소 속에 숨었다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깜짝쇼를 펼친다. 물이나 맥주를 마셔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얼얼하고 알싸한 매운 맛이 재미나다. 1인분에 1만6500원. 식사는 계란볶음밥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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