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에 국가대표 축구팀의 평가전이 있었다. 취재수첩의 마지막 장은 홍명보 감독에 관한 메모로 채워져 있다. 멈춰진 어제의 기록이, 지나간 과거의 시간을 다시금 회상케 한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여름 지탄의 대상이었다. 그의 고집과 실험은 애석하게도 큰 무대에서 통하지 않았다. 무대를 이끌 노련한 조연배우가 없었다. 시간을 조율할 경험자의 부재가 결국 패인을 불렀다. 떠나간 자는 과거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고, 남은 자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결과를 모색케 된다.

평가전 당일, 국민은 과연 대표 팀을 어찌 생각할까 자못 궁금했다. 결과는 3만여 석의 지방도시 운동장이 관중의 물결로 가득 채워졌다. 평가전 결과는 1승1패였다. 우루과이에게는 아쉽게 패했다. 패한 경기에서 역설적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게 된다. 이동국과 차두리 그리고 손흥민과 기성용 간의 신구(新舊) 조화가 분위기를 살려냈다. 시청률도 18.1%로 집계됐다. 연평균 시청률인 14.9%를 넘는 수치였다.

때를 맞춰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신임 감독이 선임됐다. 발표도 철저히 보안 속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보도자료 작성도 직원들이 퇴근 후 관계자 1명만이 홀로 남아 작성할 정도였다. 그만큼 시기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었다. 아직 신임 감독이 자신의 청사진을 밝히지 않았기에 지금 그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데뷔전을 치를 10월과 11월의 평가전 결과가 관건이다. 특히 브라질월드컵에서 죽음의 조였던 잉글랜드, 이탈리아,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2승 1무로 파란을 불러온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이 잣대가 될 수 있겠다.

중요한 사실은 승패가 아니라, 지금보다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외파와 국내파의 조율과 조화가 이루어져야, 내년 초 아시안컵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화룡점정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다. 히딩크의 성공의 열쇠는 외국인 감독이라는 것과 목표점이 분명했다는 것이다. 그도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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