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11. 11. 9. 선고 2011나21268 판결

Ⅰ. 사건의 개요 및 관계 법령

원고들은 이 사건 건물에서 회원제 휘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A회사와 회원가입계약을 체결하고 가입금을 지급한 다음 휘트니스센터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피고회사가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가 되었다면서 원고들의 휘트니스센터 이용을 막고 가입금도 반환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A회사는 B회사로부터 완공 전에 이 사건 건물을 분양받았는데 분양대금의 대부분을 지급하지 못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한 채로 사용만 하고 있었고, 그러는 사이 B회사는 이 사건 건물이 완공되자 C은행에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이후 신탁계약상 우선수익자들의 공매 요청에 따라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공매절차가 진행되었는데 2차례에 걸쳐 유찰되기에 이르자, 수탁자 C은행은 매각방식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하여 피고회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회사는 매수대금 전액을 지급하고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회사가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에서 정한 ‘체육시설업의 시설기준에 따른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에 해당하여 종합체육시설업자인 A회사의 권리·의무를 승계하였으므로, 피고회사는 원고들에 대한 가입금 반환채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한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27조(체육시설업 등의 승계) ① 체육시설업자가 사망하거나 그 영업을 양도한 때 또는 법인인 체육시설업자가 합병한 때에는 그 상속인, 영업을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은 그 체육시설업의 등록 또는 신고에 따른 권리·의무(제17조에 따라 회원을 모집한 경우에는 그 체육시설업자와 회원 간에 약정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승계한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절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체육시설업의 시설 기준에 따른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에게는 제1항을 준용한다.

1.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의한 환가

3. ‘국세징수법’·’관세법’ 또는 ‘지방세기본법’에 따른 압류 재산의 매각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절차

Ⅱ.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를 아래와 같이 해석하면서, 법률행위에 의하지 아니한 권리변동도 아니고 인수 목적물의 종전 소유자가 체육시설업자도 아닌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제4호에서 정한 절차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회사가 A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가입금 반환채무의 승계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원고들이 상고한 대법원 판결에서도 대상판결의 법리 해석은 지지되었다.

[서울고등법원 2011. 11. 9. 선고 2011나21268 판결]

1. 먼저 이 사건 규정은 그 제1, 2, 3호에 준하는 절차로 한정하고 있는바, 그 제1, 2, 3호의 규정에 의한 절차의 공통점을 보면, 이는 모두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권리변동이 일어나는 경우로서 그 인수자의 인수조건 역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절차이다. 이 사건 사실관계의 핵심인 신탁법에서 정한 신탁재산의 처분은 반드시 공매 등 경쟁을 통한 매각절차에 의하도록 법에 강제되어 있지 아니하고 그 처분방법은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약정으로 정해진다. 나아가 신탁법상 신탁재산의 매각절차와 제1, 2, 3호에서 정한 절차의 차이점을 본다. 제1, 2, 3호에서 정한 절차는 체육시설의 소유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채권자의 경매신청이나 국가의 체납처분 등에 의하여 강제로 매각되는 경우임에 반하여, 신탁재산의 경우 규범적으로 소유자인 수탁자의 의사에 의하여 매각절차가 진행된다. 또한 신탁재산이 공매 등으로 처분되더라도 제1, 2, 3호에서 정한 절차와 달리 신탁재산상의 제한물권이나 보전처분 등의 부담이 소멸하는 것도 아니다(민사집행법 제91조, 채무자회생법 제496조 제1항, 국세징수법 제79조, 국세징수법 시행령 제77조 참조). 더구나 이 사건처럼 수의계약의 경우에는 승계의 범위에 관하여 당사자들의 협상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법률행위에 의한 재산권의 이전이라는 점에서 제1, 2, 3호에서 정한 절차와 중요한 차이가 있다.

2. 제2항의 문언을 보면, 종전 소유자가 체육시설업자가 아니어서 회원과 아무런 약정관계가 없어도 승계가 일어나는 것처럼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풀이하는 것은 부당하다. 즉, 건물 소유자가 체육시설업자에게 건물을 임대하고 그 건물이 건물 소유자의 사정으로 경매될 때 낙찰자는 체육시설업자가 부담하는 가입금 반환채무를 고려하여 낮은 금액으로 응찰할 수밖에 없는데, 건물 소유자는 자신이 그 대가를 얻지도 않았던 가입금 반환채무의 당연승계로 인하여 건물가치(매각대금)가 하락되는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는 비단 건물 소유자의 피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역시 그 체육시설업자와는 무관한, 그 건물을 책임재산으로 하는 담보채권자나 일반 채권자에게도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 나아가 건물 소유자가 위와 같은 불측의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체육시설업자에게 임대하기를 꺼리는 결과가 초래된다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을 장려하려는 체육시설법의 목적에도 반한다. 또한, 체육시설업자가 타인 소유인 필수시설을 이용하여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음에도 그 체육시설업자와 회원 사이의 약정이 그들과 무관한 제3자에게 승계되는데 이는 제2항이 추구하는 회원의 권익보호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그 제3자가 그 체육시설업을 계속 영위할 의사가 있는지, 그 제3자가 종전의 체육시설업자보다 경제적 신용의 면에서 더 우월한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2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필수시설의 전 소유자가 체육시설업자인 경우에 한하여 그 적용이 있는 것으로 이를 좁혀 해석하는 것이 법리상 타당하고,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제1항과도 조화를 이룬다.

Ⅲ. 검토

대상판결은 요지 1.에서 피고회사가 A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가입금 반환채무를 승계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신탁법에 따른 신탁재산의 매각절차가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호 내지 제3호에서 정한 절차와 차이점이 있으므로 위 각 호들에 준하는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들고 있다. 신탁법에 따른 신탁재산의 매각절차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사적 기관에 의해 임의적으로 이루어지는 매각절차인 반면에, 위 각 호들에서 정한 절차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공적 기관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매각절차인 점에서 부인할 수 없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의 신탁법에 따른 신탁재산의 매각절차가 위 제4호에서 정한 절차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은 해석론으로는 타당하다.

그러나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은 아래와 같이 입법론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1) 제27조의 취지는 회원의 권익보호인데, 인수자의 필수시설 취득원인이 법률행위에 의하여 사적 기관에 의해 임의적으로 이루어지는 매각절차인 경우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공적 기관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매각절차인 경우의 두 회원 사이에 그 권익 보호에 차별을 두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오히려 제27조 제1항의 영업양도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사적 기관에 의해 임의적으로 이루어지는 매각절차임에도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필수시설의 담보제공방법으로 담보신탁을 할 것인지, 근저당권 설정을 할 것인지는 체육시설업자가 임의로 선택하는 것인데, 그에 의하여 향후 필수시설 매각 시 회원의 권익보호가 좌우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또한, 대상판결은 요지 2.에서 두 번째 이유로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을 필수시설의 전 소유자가 체육시설업자인 경우에 한하여 그 적용이 있는 것으로 축소 해석해야 함을 제시하였는데, 위 해석론은 대상판결 요지 2.에서 상세히 설시해 놓은 바대로 타당하다(다만, 체육시설업자가 필수시설을 신탁함으로 인하여 필수시설의 전 소유자가 체육시설업자가 아니게 된 경우에는 달리 볼 필요도 있음을 단서로 달아 둔다).

한편,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은 필수시설의 인수자가 기존 체육시설업자의 영업을 계속 영위하는 경우(체육시설업자의 기존의 영업을 승계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인수자가 새로이 개시한 영업이 기존 체육시설업자의 영업과 같은 경우도 포함한다)에 한하여 그 적용이 있는 것으로 축소 해석을 할 필요도 있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다52621 판결 참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당초에는 제27조 제1항과 같은 내용만 규정되어 있다가, 2003. 5. 29. 법률 제6907호로 개정되어 제2항과 같은 내용이 신설되었다. 위 개정법률의 의안 원문, 위원회 검토보고서 및 심사보고서, 본회의 회의록 등을 살펴보면, 원안에서는 ‘문화관광부령이 정하는 주요한 체육시설업의 전부를 인수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체육시설업의 전부를 인수하는 경우로 그 범위를 한정하면 그 일부만이 인수될 경우와의 형평성 문제가 우려된다 하여, 수정안에서 와서 ‘문화관광부령이 정하는 체육시설업의 시설기준에 의한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라고 수정되었다. 이는 영업을 인수하는 것과 영업에 공(供)해지는 물적 시설을 인수하는 것이 법적으로 구별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위 조항을 수정하였음을 짐작케 한다. 오히려 원안의 취지는 체육시설업자의 영업을 제1항의 영업양도 이외에 제2항 각 호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인수하는 경우에 승계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2) 제27조 제2항이 심판대상이 된 헌법재판소 2010. 4. 29.자 2007헌바40 결정에서 이해관계인 문화관광부장관은 위 조항을 체육시설업의 시설 중 어느 시설이라도 경락받은 자에게 그 승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필수시설을 경락받아 계속하여 체육시설업을 경영하여 나갈 자에 한정하여 그 승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하였다. 3) 기존 체육시설업자의 영업을 계속 영위하고자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는 영업을 하면서 기존 체육시설업자의 영업으로 발생한 유·무형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게 되므로 그 손실도 부담케 하는 것이 크게 불합리하지는 않다(상법 제42조는 영업양도에서 일정한 경우에는 양수인이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채무를 병존적으로 승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체육시설업자의 영업을 계속 영위할 의사가 없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는 기존 체육시설업자의 영업으로 인한 이익을 향유할 수 없음에도 그 손실을 부담케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결론적으로 회원의 권익보호라는 본래의 취지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을 장려하려는 체육시설법의 목적, 그리고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의 정당한 이익 보호가 조화되도록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을 해석하는 방법은, 1) 필수시설의 전 소유자가 체육시설업자이고, 2) 필수시설의 인수자가 기존 체육시설업자의 영업을 계속 영위하는 경우에 한하여 위 조항의 적용이 있는 것으로 축소 해석하는 것이라고 본다. 나아가 입법론적으로는 위 해석론을 반영하되 필수시설의 취득원인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위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