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은 무척이나 엄마 아빠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엄마 아빠의 칭찬을 받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아이들은 왜 엄마를, 아빠를 그토록 많이 좋아하는 걸까? 마음 속으로 아이가 부모를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찬찬히 꼽아보면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그 아이만의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통적이고 평균적인 이유로 부모를 좋아한다. 그리고 부모를 좋아하는 그 감정이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라 다른 긍정적 감정이나 행동의 기초가 되곤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 흔적은 강하게 남아있을 때가 많다.

‘왜 어린아이들은 부모를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흔하게 나오는 답변은 부모가 어린아이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제공하는 것이 그 이유라는 것이다. 이 설명이 옳다면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을 다른 사람에 비해 좋아할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이 점이 너무나도 궁금했던 심리학자가 실험을 했다. 바로 위스콘신 대학의 해리 할로우(Harry Harlow)의 헝겊엄마 철사엄마 실험이다. 사람아이를 데리고 실험을 했느냐면 물론 아니다. 사람과 비슷한 점이 많은 새끼원숭이를 데리고 실험을 했다. 우측 그림이 그 실험 중의 일부 장면이다.

새끼원숭이에게 두 종류의 엄마를 제공했다. 가슴에 우유병을 달고 있어 먹을 것을 주는 철사엄마와 먹을 것을 주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감촉을 주는 헝겊엄마와 함께 한 우리 속에서 살게 했다. 먹을 것 때문에 엄마를 좋아한다면 새끼원숭이는 철사엄마 옆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끼원숭이는 먹을 때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헝겊엄마와 함께 보냈고, 좀 더 자라 몸이 커졌을 때는 먹을 때조차도 다리는 헝겊엄마에게 걸치고 입만 철사어미의 우유병에 댄 상태로 먹었다. 돌발적 공포상황에서는 헝겊엄마에게로 도망가 진정이 될 때까지 꼭 붙어있었지만 철사엄마와만 살게 한 새끼원숭이는 공포상황에서도 엄마에게 도망가지 않고 안절부절 우왕좌왕하다가 끝내는 이상행동까지 보였다.

새끼원숭이의 우리에 신기한 물건을 넣어주었다. 자연 상태의 새끼원숭이들은 신기한 물건에 바로 달려들어 탐색한다. 그러나 헝겊어미이든 철사어미이든 부자연스런 환경에서 자란 새끼들은 새롭고 신기한 장난감을 주어도 바로 반응하지 않는다. 헝겊어미의 새끼들은 불안해하며 한참을 뜸을 들이다가 장난감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지만 철사어미의 새끼들은 아무리 재미있는 장난감을 주어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사람으로 치면 지적 호기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왜 굳이 헝겊엄마를 사용했을까. 사람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동물들은 피부접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행동을 좋아한다.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많은 어린아이들이 수건 등을 사용해 자신의 몸을 감싸는 놀이를 좋아하며 어린 시절 사용했던 이불이나 헝겊 인형을 성인이 되어서도 버리지 못하곤 한다. 찰리 브라운이라는 만화에 등장하는 라이너스가 항상 끌고 다니는 것은 책가방이나 운동화가 아니라 어린 시절 덮었던 하늘색 담요이다.

헝겊엄마 철사엄마 실험은 아이들이 엄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배고픔이나 갈증과 같은 생물학적 욕구가 아니라 접촉위안(contact comfort)때문임을 보여주었으며 나아가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접촉위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

심리학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부모 자녀 관계가 좋아지기 위해서 부모님들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으며 그 효과도 큰 방법이 바로 접촉위안을 활용하는 것이다. 많이 보듬어 준 아이는 정서적 안정과 더불어 부모를 좋아하게 되고, 부모의 칭찬을 받기 위해서 지적 호기심에 날개를 달게 되고 학업성취도도 함께 증가한다.

공부하라는 백 마디 말보다도 한번 더 보듬어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으로 아이들을 공부에 재미 붙이게 하며 더불어 건강한 발달을 이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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