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퍼’는 쥬세페 토르나토레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2013년도 영화이다. ‘시네마 천국’의 감독 토르나토레의 작품인데다가 제목이 말해주듯이 미술품 경매를 기본소재로 한 영화여서 친구이자 동료인 최모 변호사로부터 정보를 얻자마자 깊이 빠져들어 여러번 장면을 되돌려가며 보았다.

주인공 버질 올드맨은 미술품 감정가이자 미술품 경매인으로 고미술품이나 골동품 진위감정에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가의 미술품을 능숙하게 고가로 낙찰시키는 재능이 있어 미술품 소장자나 경매회사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는다. 올드맨은 지극히 콧대 높은 데다가 사람과의 접촉을 꺼려 레스토랑에서도 자신의 전용 글라스로 와인을 마시고 항상 장갑을 끼고 다닐 정도다. 게다가 60살이 넘도록 여성과 한번도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 평생 여자를 사귀어본 적이 없는 그는 아름다운 여인들의 초상화들이 가득한 비밀 수장고에 앉아 넋을 잃고 감상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낙인 듯 하다. 그는 저택에 비밀의 방을 가지고 있고, 놀랍게도 그곳에는 수십 년 동안 경매장에서 수집한 여성 초상화들이 벽면에 가득 채워져 있다(이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라파엘, 티치아노, 벨라스케스 등 쟁쟁한 작가들이 그려놓은 여인들이다.

그런데 올드맨이 이렇게 여인 초상들을 수집하는데는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이를테면 감정을 의뢰받은 그림 중 탐나는 여인의 초상이 포함되면, 올드맨은 이 그림을 수중에 넣기 위해 꾀를 낸다. 과학적 소재 감정 결과 진품으로 판명되었음에도 16세기 위조 전문 작가가 위조한 그림이라고 거짓 감정한다. 그리고 복선이 깔린 대사, “모든 위조에는 진품의 흔적이 숨겨져 있다”고 뇌까리면서…. 눈동자에 세밀하게 V자로 터치된 부분이 위조작가가 남긴 자신의 흔적이라고 매우 그럴듯한 의견을 내놓는다. 결국 위작이라는 전제 하에 그 그림은 경매에 붙여지고 진품으로 치면 800만 파운드에 달하는 그림이 헐값인 9만 파운드에 낙찰된다. 이런 방식으로 저가로 경매에 올려지면 자신의 조력자인 친구를 경매에 참가시켜 싸게 낙찰받아 그 작품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수집해온 것이었다.

미술경매인과 매도의뢰인은 기본적으로 위탁매매계약관계로 경매인은 매도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충실의무를 부담하고, 중요한 사실을 공개할 의무를 부담한다. 경매에 올려질 작품을 허위로 감정하고, 자신의 공범을 통하여 그 작품 경매에 참가하여 낙찰을 받는 것은 충실의무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사기죄를 구성한다. 영미계의 경매방식에는 경매회사가 모럴해저드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매도의뢰인이 설정한 비밀 최저가격이 경매인에 의해 실제 평가액보다 높게 설정되어 문제가 되기도 하고(Cristallina v. Christie’s), 최종 호가가 최저가격에 미달한 경우에도 경매회사 측이 경매참가자가 알지 못하게 스스로 낙찰을 받아가는 제도(bought-in)도 있어 경매참여자를 속인다는 비판도 가해진다. 네덜란드에서는 경매인이 국가가 지정한 집달리로부터 감독을 받아 경매진행을 감독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프랑스와 같이 기본적으로 경매인을 국가공무원으로 운영하는 시스템도 있다. 하지만 규율을 받지 않는 영미식 경매제도가 세계 미술경매시장을 석권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어느날 올드맨에게 애절한 젊은 여인 클레어로부터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빌라에 있는 모든 미술품을 감정하여 경매를 진행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클레어는 광장공포증에 시달려 십수년간 사람을 접촉하지 않는 것으로 설정되었는데, 교묘하게 올드맨의 마음을 흔들어 결국 올드맨은 클레어에게 사랑에 빠지고 만다. 마지막 은퇴 경매를 마치고 클레어와의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에 들떠 집으로 돌아온 올드맨. 클레어는 사라지고 비밀 수장고에 가득차 있던 그림들이 모두 없어진 것을 발견한다. 올드맨의 친구들이 클레어와 짜고 처음부터 작전을 짜고 접근하여 그림들을 모두 훔쳐간 것이다. 엄청난 정신적 충격에 빠진 올드맨.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내가 당신을 사랑했었다는 말은 믿어줘요”라는 클레어의 대사에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프라하의 레스토랑에서 그녀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사랑도 위조가 될까?”“글쎄요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완벽한 위조는 힘들겠지요?”그 특유의 위조론에 기대어…. 레스토랑에서 하염없이 클레어를 기다리는 엔딩씬, 엔리오 모리꼬네의 현악기가 너무나 애절하게 가슴에 젖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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