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농구국가대표팀의 유재학 감독이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에 선수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왕자처럼 멋있는 농구를 하지 말고, 상대와의 몸싸움을 피하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뉴질랜드와 1차전 경기에서 102대 69로 완패한 당일 나온 말이다. 몸싸움을 극도로 방지하는 KBL(한국프로농구연맹)룰에 적응한 선수들은, 몸싸움에 관대한 FIBA(국제농구연맹)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또한 그는 선수들의 투혼 부족현상을 함께 지적했다.

얼마 전 K리그의 FC서울과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엘 04 레버쿠젠 팀 간의 경기가 있었다. 레버쿠젠은 손흥민 선수의 소속 팀이며, 당시 차붐으로 명성을 날렸던 차범근 감독도 이 팀에서 크게 활약한 바 있다. 양 팀 선수들은 친선경기였지만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특히 레버쿠젠 팀의 승부욕이 더 강했다.

레버쿠젠 선수가 FC서울의 공격을 제지하는 와중에 우리 선수의 유니폼을 붙들고 늘어졌고, 그 바람에 상의가 심하게 찢어졌다. 쇄골부터 가슴 한쪽 면이 다 드러날 정도였다. 비신사적인 행동이었다. 이에 당황한 선수는 코치박스로 다가가 최용수 감독에게 옷을 바꿔 입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막상 감독은 그냥 경기에 집중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장면이 연출됐다. 과거 선배들은 이와 같은 경우에 더욱 악착같이 운동장을 누비며 동료들의 숨은 응집력을 끌어내곤 했었다. 정신력이라는 생존법칙이 그 시기의 그라운드엔 엄연히 존재했던 거다.

젊은 선수들이 갈수록 경쟁력이 소실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적이 염려스럽다. 그 나이에 지지 않겠다는 패기와 열정으로 자신의 욕망을 그 시기에 채우지 않는다면, 언제 그런 용기를 펼칠 수 있을까 싶다. 그들과 우리의 차이일 것이며, 시대의 흐름일 것이며, 그들에게는 생(生)의 축복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긴 인생이기에 젊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기와 때를 놓치지 않는 청년의 욕망은 그 시기의 화룡점정일 수 있겠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