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4. 3. 20. 선고 2009다60336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S보안시스템 등은 A로부터 호텔 공사를 의뢰받아 호텔을 완공했지만 공사대금 11억여원을 받지 못하자 2006년 11월 호텔에 대한 점유를 이전받고 유치권을 행사했으나, 이미 그 이전인 2005년 9월~12일경 충주시가 A의 체납을 이유로 호텔에 압류등기를 한 상태였다. 한편 H생명은 2005년 9월경 A에게 19억원을 빌려주면서 호텔에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했지만 A가 이를 갚지 않자 호텔에 대한 경매를 신청하고, S보안시스템 등을 상대로 유치권부존재 확인소송을 냈다.

2. 쟁점

체납처분으로 인한 압류가 되어 있는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민사유치권을 취득한 유치권자가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3. 유치권의 의미 및 성질

민법상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을 가지는 경우에 법률상 당연히 성립하는 법정담보물권이므로(민법 제320조 1항), 어떤 부동산에 이미 저당권과 같은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그 부동산에 관하여 민사유치권이 성립될 수 있다. 한편 민사집행법은 경매절차에서 저당권 설정 후에 성립한 용익물권은 매각으로 소멸된다고 규정하면서도, 유치권에 관하여는 그와 달리 저당권 설정과의 선후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경매절차의 매수인이 유치권의 부담을 인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민사집행법 제91조 3항, 5항), 민사유치권자는 저당권 설정 후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점유하는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는 민사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가지는 특수한 성격을 고려하여 공평의 원칙상 그 피담보채권의 우선적 만족을 확보하여 주려는 것이다.

4. 기존 대법원의 원칙

가. 경매개시 결정과 유치권의 순위

채무자 소유의 건물 등 부동산에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무자가 위 부동산에 관한 공사대금 채권자에게 그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유치권을 취득하게 한 경우, 그와 같은 점유의 이전은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민사집행법 제92조 1항, 제83조 4항에 따른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에 관하여 이미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비로소 그 부동산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아무런 제한 없이 유치권자에게 경매절차의 매수인에 대한 유치권의 행사를 허용하면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와 절차적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게 됨으로써 경매 목적 부동산을 신속하고 적정하게 환가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고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줄 수도 있으므로, 그러한 경우에까지 압류채권자를 비롯한 다른 이해관계인들의 희생 하에 유치권자만을 우선 보호하는 것은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부동산에 관하여 경매개시결정등기가 된 뒤에 비로소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받거나 피담보채권이 발생하여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경매절차의 매수인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5다22688 판결 등 참조). 민사집행법 제83조 1항에 의하면 경매개시 결정과 동시에 압류가 명해지기 때문에(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의 개시 없이 압류만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없고, 압류는 곧 경매절차의 개시를 의미한다), 위 2005다22688 판결과 이번 사건의 차이점은 압류의 원인(경매개시에 따른 압류인지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인지 여부)에 있다고 할 것이다.

나. 가압류·근저당과 유치권의 순위

대법원의 위와 같은 결론은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할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부동산에 저당권이 설정되거나 가압류등기가 된 뒤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 대해서는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70763 판결 등 참조).

다. 참고 : 근저당과 상사유치권의 순위

상사유치권은 민사유치권과 달리 피담보채권이 ‘목적물에 관하여’ 생긴 것일 필요는 없지만 유치권의 대상이 되는 물건은 ‘채무자 소유’일 것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이는 상사유치권이 성립 당시 채무자가 목적물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는 담보가치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물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유치권 성립당시에 이미 목적물에 대하여 제3자가 권리자인 제한물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상사유치권은 그와 같이 제한된 채무자의 소유권에 기초하여 성립할 뿐이고, 기존의 제한물권이 확보하고 있는 담보가치를 사후적으로 침탈하지는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즉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이미 선순위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채권자의 상사유치권이 성립한 경우, 상사유치권자는 선행저당권자 또는 선행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취득한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상사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7350 판결 참조).

5. 대상판결의 요지 (다수의견)

부동산에 관한 민사집행절차에서는 경매개시결정과 함께 압류를 명하므로 압류가 행하여짐과 동시에 매각절차인 경매절차가 개시되는 반면,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절차에서는 그와 달리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와 동시에 매각절차인 공매절차가 개시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체납처분압류가 반드시 공매절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체납처분절차와 민사집행절차는 서로 별개의 절차로서 공매절차와 경매절차가 별도로 진행되는 것이므로, 부동산에 관하여 체납처분압류가 되어 있다고 하여 경매절차에서 이를 그 부동산에 관하여 경매개시결정에 따른 압류가 행하여진 경우와 마찬가지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체납처분압류가 되어 있는 부동산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경매개시결정등기가 되기 전에 그 부동산에 관하여 민사유치권을 취득한 유치권자가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그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6. 대법관 3인의 반대의견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절차는 압류로써 개시되고, 체납처분에 의한 부동산 압류의 효력은 민사집행절차에서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로 인한 부동산압류의 효력과 같으므로, 조세체납자 소유의 부동산에 체납처분압류등기가 마쳐져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조세체납자가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하여 유치권을 취득하게 하는 행위는 체납처분압류권자가 체납처분압류에 의하여 파악한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체납처분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그 유치권으로써 공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한편 체납처분에 의한 부동산 압류 후 그 부동산에 관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그 부동산이 매각되는 경우에 마치 공매절차에서 그 부동산이 매각된 것과 같이 매수인이 체납처분압류의 부담을 인수하지 아니하고 체납처분압류등기가 말소되는바, 선행하는 체납처분압류에 의하여 체납처분압류권자가 파악한 목적물의 교환가치는 그 후 개시된 경매절차에서도 실현되어야 하므로, 체납처분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무자로부터 점유를 이전받아 유치권을 취득한 사람은 그 유치권으로써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소수설에서는 ‘조세채권에 기한 체납처분압류가 이루어진 다음 제3자가 그 부동산에 유치권을 취득하였는데 경매절차가 개시된 사례’에서, ‘다수의견의 견해에 따른다면 위 부동산이 경매절차에서 매각된 경우에는 유치권자가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반면 공매절차에서 매각된 경우에는 위 유치권의 취득이 체납처분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된다고 보는 한 공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게 된다’고 하면서, 경우에 따라 유치권의 인수여부가 달라지는바 선행하는 체납처분압류 당시 조세채권자가 파악한 목적물의 교환가치가 그 후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그대로 실현될 수 없으므로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설이 위와 같은 사례에서 공매절차로 매각된 경우와 경매절차로 매각된 경우를 구분하여 ‘부동산이(경매절차가 아니라) 공매절차에서 매각된 경우 유치권자가 공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는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위와 같은 비판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다수의견에 대하여 “민사집행법 제91조 5항에 따르면 경매절차의 매수인은 유치권의 부담을 그 유치권의 취득시기에 관계없이 인수한다고 볼 수 있을 뿐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없으나 유치권자의 보호범위를 무한정 확장할 경우 경매절차의 매수인은 변제책임을 부담하는 유치권의 존재와 범위를 예상할 수 없어 매우 불안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집행절차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수설과 같이 경매개시결정등기가 된 경우와 체납처분압류가 된 경우를 나누어 판단하는 것은 법원에게 부여된 합목적적 해석의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한 것이다”라는 취지의 보충의견과 “민사집행절차에서는 압류가 부동산 경매개시결정과 함께 이루어져 현실적인 매각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유치권자가 당해 부동산이 경매물건인 것을 알았을 개연성이 높아 압류의 효력을 유치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게 하여도 피해를 볼 선의의 유치권자가 많지 않고, 체납처분압류가 비록 본집행을 목적으로 하는 압류이기는 하지만 등기만 경료되어 있을 뿐 현실적인 매각절차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해관계인들의 현실인식과 유치권 남용 가능성은 민사집행법상의 압류와는 상당히 다르고 오히려 가압류에 가깝다”는 취지의 또다른 보충의견이 있었다.

8. 가처분과 유치권의 순위 - 아직까지 대법원의 명확한 판례가 존재하는 부분

처분금지가처분이 되어 있는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민사유치권을 취득한 유치권자가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명확한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인바, 지금까지의 대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보아 가처분과 유치권의 순위에 관하여 검토해 보고자 한다.

원칙적으로 유치권은 일정한 객관적 요건을 갖추면 법률상 당연히 성립하는 법정담보물권이고 한편 압류나 가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는 처분행위에는 점유의 이전과 같은 사실행위는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원칙적으로 압류나 가압류 후에 성립한 유치권 역시 선행 압류나 가압류에 대항할 수 있으나, 경매절차가 개시된 뒤에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받아 유치권을 취득하는 경우에도 효력을 인정하게 되면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을 중대하게 훼손하므로, 이 경우에는 그러한 행위의 효력을 제한하기 위하여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는 처분행위로 본다는 것이 위에 열거한 2005다22688 판결 등의 취지이다.

그렇다면 처분금지가처분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는 처분행위에도 역시 점유의 이전과 같은 사실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부동산에 처분금지가처분 등기가 된 뒤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역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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