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캘리포니아 대학(UC San Diego)의 심리학과 교수 레슬리 카버(Leslie Carver)의 5-7세 아동 18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약 반수의 아동들에게 큰 그릇에 사탕이 담겨있는데 게임을 하고 난 후 그 사탕을 주겠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이끌고 게임 장소에 도착한 후 사탕을 주겠다는 말은 사실은 게임을 시키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말한다(거짓말 집단). 나머지 반수의 아동들에게는 사탕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고 그냥 게임을 하게 한다(통제 집단).

게임의 내용은 목소리만 듣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맞히는 것으로서 미국 아동들이 쉽게 알아챌 수 있는 만화 캐릭터들로 구성되어있다. 예를 들어 “과자가 좋아”는 쿠키 몬스터, “내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곰돌이 푸우. 그런데 어떤 목소리에는 배경음악을 깔아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어렵게 만들었다. 게임기 옆에는 목소리를 듣는 동안 누구의 목소리인지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놓여있었다. 게임을 하는 동안 아동 옆에 앉아 있던 연구자는 알아듣기 어려운 목소리가 나올 때쯤 전화를 받는 척하면서 방 밖으로 나갔다.

실험 결과, 연구자가 아동들을 실험에 참가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짓말 집단의 아동들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더 많이 확인했고, 확인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확인한 적이 없다는 거짓말들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말을 들은 아동들이 왜 더 많은 거짓말을 했을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지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머리로 배우고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의식화가 가능한 명제적 지식과 몸으로 배우고 행동으로 표현하며 언어화와 의식화가 어려운 절차적 지식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자전거를 잘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균형이라고 답을 하는 지식과 자전거를 타면서 실제로 균형을 잘 잡는 지식은 별개의 지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언어적으로 균형이라고 아무리 잘 대답할 수 있어도 실제 자전거를 균형 잡고 타는 방법을 모를 수 있다. 반대로 ‘자전거를 균형을 맞춰 가며 잘 탈수 있지만 자전거를 잘 타려면 무엇을 잘 잡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균형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놓을 수 없거나 아예 균형이라는 단어를 모를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자전거타기를 말이나 글로 가르칠 수도 없고 배울 수도 없다.

명제적 지식은 주로 책을 통해 배우거나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전수받을 수 있다. 주로 학교에서 시험 보는 지식이 이에 속하며 전체 지식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보유할 수 있는 지식의 70%에 달하는 절차적 지식은 무엇을 통해 배우는가?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세 종류의 부모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첫째 종류의 부모는 사랑하고 좋아하는 부모이다. 어린 시절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좋아하는 부모밖에 없다. 그런 아이가 자라서 사회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슬슬 부모 말을 듣지 않게 된다. 엄마 아빠가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유치원 무렵 아동기이다. 두 번째 부모인 싫어하는 부모가 생긴 것이다.

부모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최고조에 도달하는 때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이다. 청소년기 아이는 부모를 바라보며 절대 부모처럼 살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나아가서는 내 부모일리 없다는‘고아환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런 특성은 아이가 못 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발달과정 중의 하나이다. 청소년기에도 여전히 부모가 무척이나 좋은 아이는 부모 옆에 꼭 붙어서 소위 마마보이 마마걸이 될 것이고 꼭 부모만큼의 성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사춘기의 까칠함과 반항은 부적응 특성이 아닌 부모의 결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그 결점을 보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정상 발달 과정이다.

마지막 종류의 부모는 나를 길러준 부모이다. 부모를 좋아하던 싫어하던 그 와는 관계없이 나를 길러준 부모는 때리거나 욕하거나 굶기면 안된다.

명제적 지식이 책이나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획득된다면 절차적 지식은 현재 그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모방학습, 대리학습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타인은 바로 그 시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 엄마 아빠를 좋아할 때는 부모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면서 아이들은 작은 엄마 아빠가 되어간다. 아이가 자라서 청소년이 되었을 때, 더 이상 흉내 낼 좋아하는 부모가 작아졌을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부모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부모라면 누구다 다 절감하는 진부한 사실은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거짓말은 그냥 거울이 아니라 대물림이 확실한 거울이라는 것을 레슬리 카버 교수는 심리학 실험으로 보여주었다. 거짓말을 아무리 잘 하는 부모도 자신의 아이에게는 거짓말 하지 말라고 교육할 것이다. 말로는!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의 부모가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사람들에게는 본 받을만한 사회적 부모가 절실히 필요하다.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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