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남은 희생자를 수색하는 임무를 마치고, 귀향 중이던 소방 헬기가 광주광역시 주택가에 추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대단위 아파트 밀집 지역이고, 평일이기에 인근 중학교에선 1천명이 넘는 학생이 수업 중이었다. 그나마 도로방향으로 추락했기에 행인 1명만 경상을 입는 사태로 종결됐다. 조사위의 발표에 따르면 “시신은 두꺼운 책 두께의 플라스틱 덩어리를 손에 쥐고 있었고, 그것은 조종간으로 보인다”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러한 정황이 사실이라면 조종사는 생과 사의 기로에서도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다는 점을 짐작케 된다. 결국 원칙을 고수했기에 의(義)로운 선택이 수반된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연 원칙을 중시하는 사회인가? 누구나 동의하듯이 답은 ‘아니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보다 주장을 펼치는 이에게 먼저 현혹당하곤 한다.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갈 야구대표팀의 구성도 원칙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류중일 감독은 “최고의 선수를 뽑을 것이며 경험이 많은 선수도 중용하겠다”고 했다. 과연 그 원칙에 준한 선수 선발인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홍명보호의 패인 중에 하나가 바로 선수의 선발 원칙이 무너진 것이었다. 그새 착시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인가? 대만도 해외파가 나오지 않고, 일본도 사회인 클럽 팀으로 구성됐기에 우리의 금메달 수상은 당연지사라는 것인가? 벌써 금메달을 거머쥔 태도이다. 일부에서는 인천 아시안 게임이 군 미필자인 선수에게 병역혜택을 주기 위한 대회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는 것을 다시금 지적하고 있다. 2013년 WBC대회에서 우리는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때도 감독은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장담했었다. 말보다 행동을 우선시하고, 대의를 위해 구단 간의 마찰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감독이 곧 선수도 살리고 자신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기술위원회도 불치하문(不恥下問)을 떠올려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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