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214864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명시적으로 그 조항의 자신이 부담하는 난에 √표시를 하거나 묵시적으로 이와 같은 취지로 약정하여 해당 비용을 부담하였다. 원고들이 이 사건 조항에서 피고들의 비용부담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가산금리를 적용받거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하는 조건이 결부되었다.

2.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불공정한 조항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법) 제6조에 의하여 무효이다. 피고들은 대출계약 당시 원고들에게 근저당권의 설정비용은 당연히 고객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안내하거나 그 비용의 부담자에 관하여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원고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였고, 원고들이 근저당권의 설정비용을 피고들이 부담하는 내용으로 정할 경우에는 원고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대출거래약정이 체결될 수밖에 없다고 알리는 방법으로 근저당권의 설정비용을 원고들에게 전가하여 왔는바, 관련 법령 및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출관련 부대비용 중 인지세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균분하여 부담하여야 하고, 근저당권설정비용은 채권자인 피고들이 모두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피고들은 원고들이 부담한 인지세 중 50% 및 근저당권설정비용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3. 제1심 및 제2심의 판단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5. 31. 선고2012가합515824판결)은 이 사건 조항에 고객인 원고들이 스스로 비용부담자를 자신들로 표시하여 성립된 합의 또는 약정은 개별약정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제2심(서울고등법원 2013. 9. 26. 선고 2013나2012790 판결)은 제1심 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4. 대법원의 판단(상고기각)

(1) 개별약정 해당여부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약관을 마련하여 두었다가 어느 한 상대방에게 이를 제시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그 상대방과 사이에 특정 조항에 관하여 개별적인 교섭(또는 흥정)을 거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특정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개별적인 교섭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계약의 상대방이 약관을 제시한 자와 사이에 거의 대등한 지위에서 당해 특정 조항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한 뒤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미리 마련된 특정 조항의 내용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이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었어야 하고, 이처럼 약관조항이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개별약정으로 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이 사건 조항은 약관에 해당한다. 원심이 위와 같은 구체적 사정에 관한 피고들의 주장, 증명이 있었는지 살피지 아니하고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선택 항목에 따라 선택이 이루어졌다는 사정 등만으로 원고들의 대출비용 부담이 개별약정에 따른 것으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2) 법 제6조가 규정한 약관 무효사유 해당여부

법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그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 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약관조항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 여부는 그 약관조항에 의하여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 조항과 같은 형식과 내용인 은행여신거래 표준약관의 선택형 약관조항(이하 선택형 은행약관조항)에 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구 법(2010. 3. 22. 개정전) 제19조의 2에 따라 ‘불공정 약관조항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개정한 표준약관의 사용권장 처분을 하였고 그 처분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것은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이 통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표준약관제도에 기초하여 장래를 향한 제도개선 차원에서 이루어진 행정적 조치이고, 선택형 은행약관조항도 고객이 전액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약관에 명시하여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심사 및 승인를 거쳤으며 고객이 선택형 은행약관조항에 따라 선택하는 경우 대출금리나 중도상환수수료 등에서 고객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측면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선택형 은행약관조항을 폐지하고 개정 표준약관에 대한 사용권장처분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선택형 은행약관조항과 동일한 이 사건 조항이 법 제6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로 되거나 그 조항에 따라 성사된 거래가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

5. 검토

(1) 이 사건은 선택형 은행약관조항에 관련된 행정사건에 대한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8두23184 판결 및 이에 따른 환송 후 서울고등법원 2011. 4. 6. 선고 2010누35571판결 후에 대량으로 제기된 부당이득금 청구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2) 관련 행정사건의 경과

은행들은 고객들과 부동산담보대출을 하면서 이 사건 조항과 동일한 선택형 은행약관조항을 담은 표준약관을 2003. 3. 1.부터 사용하여 왔다. 이는 법에 의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심사를 거친 표준약관이었고 2003. 3. 1. 이전의 구 표준약관은 대출과 관련하여 약정서 작성에 따른 인지세와 근저당권설정비용을 고객이 전액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가 이 사건 표준약관에 의하여 인지세 및 근저당권설정비용을 은행과 고객의 합의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변경된 것이었다. 2005년경 한국소비자원의 요청, 감사원의 시정요구 등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국은행연합회에 표준약관 개정안 마련을 권고하고 전국은행연합회가 이에 응하지 않자 인지세는 50%씩 고객과 은행이 부담하고 국민주택채권매입비는 고객이, 나머지 근저당설정비용은 은행이 부담하는 것으로 하는 개정된 표준약관을 마련하고 그 사용을 권장하는 공문을 전국은행연합회와 각 은행 등에 발송하였다. 전국은행연합회 등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위 개정표준약관 사용권장처분의 취소 등을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2008누7962호)은 선택형 은행약관조항이 불공정하지 않다고 보아 사용권장처분을 취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선택형 은행약관조항이 구 법 제19조의 2 제3항(공정거래위원회는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소비자단체등의 요청이 있는 경우 또는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다수의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이를 조사하여 약관이 없거나 불공정 약관조항이 있는 경우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에 대하여 표준이 될 약관을 마련하여 심사청구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에서 규정한 불공정 약관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문제되는 조항만을 따로 떼어서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약관내용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후에 판단하여야 하고, 그 약관이 사용되는 거래분야의 통상적인 거래관행, 거래대상인 상품이나 용역의 특성 등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고, 환송 후 서울고등법원은 ‘선택형 은행약관조항은 대출거래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은행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대출 관련 부대비용 중 은행이 부담하여야 할 비용까지 고객으로 하여금 부담하게 하거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방법 등으로 사실상 이를 고객에게 전가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어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조항’이라고 하여 원고들청구기각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원의 심리불속행기각판결로 확정되었다.

(3) 선택형 은행약관조항(이 사건 조항)의 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성립여부와 관련하여 학자들과 실무가들이 행한 논의들에서 쟁점이 되었던 것 중 ①개별약정여부 외에 ②또 하나의 쟁점이었던 표준약관에 관한 구 법 제19조의 2의 ‘불공정약관조항’과 제6조의 ‘불공정약관조항’의 요건을 구별하여야 하는가, 다시 말하여 구 법 제19의 2와 제6조의 해석에 있어서 불공정성의 기준이 달라야 하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위 4. (2)와 같은 설시만 하였을 뿐 즉답을 하지 않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법 제17조에서 ‘사업자는 제6조부터 제14조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불공정약관조항(이하 ‘불공정약관조항’이라 한다)을 계약의 내용으로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구 법 제19조의 2 제3항(개정법 제19조의 3 제3항)의 ‘불공정약관조항’은 제 6조 내지 14조의 규정에 해당하는 불공정약관조항, 즉 제6조에서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과 요건이 다르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구 법 제19조의 2 제3항의 해석에 있어서 개정법과 같이(위 2008두23184판결의 해석과는 달리) 소비자단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는 불공정약관해당여부를 따질 필요 없이 표준약관 심사청구 권고를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③당사자간 약정이 없는 경우 근저당권설정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 것인지에 관하여 채권자부담설, 채무자부담설이 대립되었으나 본 판결에서는 아직 그에 대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원고들은 교보생명보험주식회사 등 피고들(은행이 아닌 금융기관)로부터 부동산담보 대출을 받으면서 피고들이 미리 마련하여 제시한 대출거래약정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을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계약서에는 근저당권설정 절차에 드는 비용의 부담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각 난의 □ 안에 √표시를 하는 방법으로 부담주체를 정하고 그 정한 바에 따라 해당 비용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조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사건 조항]

<대출거래약정서Ⅰ(가계용)>

제3조(인지세의 부담)

①이 약정서 작성에 따른 인지세는 (□본인, □은행, □각 50%씩 본인과 은행)이 부담합니다.

<근저당권설정계약서>

제8조(제 절차이행과 비용부담)

②채권자는 제1항의 절차에 드는 비용의 종류와 산출근거를 채무자와 설정자에게 설명하였고, 그 부담 주체를 정하기 위하여 “□” 내에 “√” 표시를 하고 그 정한 바에 따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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