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브라질월드컵은 이제 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저마다 다른 의미로 채워졌다. 환희와 열정과 아쉬움 그리고 후회와 미련도 남게 됐다. 10년 간의 와신상담 끝에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한 독일 전차군단의 위력은 대단했다. 다양한 포메이션에 따른 맞춤형 전술은 선수에게 개인이 아닌 팀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4강전에서 브라질 팀을 철저히 유린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확실한 원팀(One Team)의 효과가 입증됐다.

이번 월드컵의 큰 흐름은 공간을 지키는 점유율과 더불어 역습을 누가 얼마나 빠르게 일거에 행하느냐가 승부를 결정짓는 잣대였다. 또한 골키퍼의 중요성이 더없이 부각된 대회였다.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는 7경기에서 4실점만 허용하는 거미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경기당 0.57의 실점에 불과한 괴력이었다.

반면 우승후보자였던 스페인은 예상과 달리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숏패스를 기반으로 공간을 늘려나가는 티키타카 전술만을 고집하다가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브라질도 마찬가지로 단조로운 경기운영으로 홈팬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다. 더군다나 월드컵 개최비용으로 약 150억 달러(16조5000억원)가 투여되면서 그간 복지와 공공예산의 감축을 단행했던 정부입장을 더욱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새롭게 부각된 선수는 단연코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였다. 8강전까지 치른 5경기에서 6골을 넣은 그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이적 협상중이며, 이적료가 약 1600억원에 이르게 됐다. 반면 상대편 선수를 이빨로 문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의 엽기적인 행동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우리에게 이번 월드컵은 많은 고통과 숙제를 안겨줬다. 기대에 못 미친 홍명보호와 미덥지 못한 축구행정은 물론,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황색 저널리즘의 보도태도도 개선돼야겠다. 그렇다고 마냥 질책만 능사는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게 국민의 격려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