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부터 정신과 육체의 관계에 대한 물음에 여러 철학자들이 고민하였고 많은 이론들이 있어왔다. 플라톤은 마음이란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이고 합리적인 이성은 마부와 같으며, 인간의 영혼은 원래 신적인 본성을 가졌는데 육체의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는 이원론을 주장하였다.

17세기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카르트는 이성적인 사고는 마음의 영역이고, 배가 아픈 것은 육체적인 현상으로서, 인간의 물질 성분인 육체는 오로지 감각기관의 지각을 통해서 그 존재를 인식하고, 정신은 사고하는 것만으로 그 존재를 인식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분리된 마음과 몸의 관계에서 인체의 생리적인 현상이 혈액에 있는 동물영혼을 통해서 영혼에 영향을 미치면, 영혼은 다시 육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정신과 육체의 관계에 대한 이론들은 대개 육체는 그릇일 뿐 정신이 중요하다는 유심론(idealism), 정신은 육체의 한 기능일 뿐이라는 유물론(materialism), 정신과 육체는 상관이 없다는 평행이론(parallerism), 정신과 육체는 상호작용을 한다는 상호작용이론(interactionism), 정신과 육체는 한 현상의 양면으로 보는 양면이론(double aspect theory) 등으로 정리될 수 있는데, 현재는 정신과 육체를 한 연합체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다보면 특별한 신체적인 이상 없이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신체증상장애(somatic symptom disorder)’ 환자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들은 선뜻 신체 증상은 단지 신체의 이상 때문에 오는 것이지, 정신적인 것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들은 정신적인 문제, 즉 우울, 불안 및 왜곡된 사고에 의해 신체증상들이 발현된다.
또한 ‘정신신체장애(psychosomatic disorder)’로 불리는 여러 신체적 질환들, 즉 과민성대장증후군, 위궤양, 천식, 고혈압, 편두통, 아토피, 소양증 같은 많은 질환들이 정신적인 요인과 관계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정신과 육체의 관계에 의해,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데에 기본 원리를 두며 인체가 지닌 자연치유력을 증진시켜 치료효과를 얻고자 하는 심신의학(mind-body medicine)이 대두되었다. 마음(정신적, 정서적 과정)이 신체(생리적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제에 기초하며, 심리상태와 정신의학적 치료 사이, 생리학과 병태생리 과정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는 통합의학의 분야라고 본다.

심신의학의 개념은 1918년 독일의 하인로트에 의하여 처음으로 제창되었고 초기에는 주로 신경증이나 히스테리와 같은 질병을 주요 대상으로 하였으나 점차 정신적 원인이 신체적 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는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1946년 내분비학자 한스 세일레는 스트레스가 질병을 일으키는 중요한 인자라고 발표하여 이 이론을 발전시켰다.

많은 연구들이 심혈관 질환, 소화기계 질환, 피부 질환, 급만성 통증 등 몇몇 질병의 원인 또는 기여인자로 정신을 관련지어 왔고, 정신과 신체 간의 연관성을 지지하는 증거는 충분히 있지만,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한 세부사항들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완전히 이해되지 못한 상태로서 심신의학은 이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밝혀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이용하려는 것이다. 정신신체의학(psychosomatic medicine)도 심신의학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으며,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뉴로펩타이드, 사이토카인 등을 통한 마음과 몸의 연계성을 연구하는 정신신경면역학(psychoneuroimmunology)도 심신의학과 관련된다.

심신의학적 치료 기법들은 마음을 이용해 생리적 상태를 변화시킴으로써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것으로서, 이완운동 등의 인지행동치료, 바이오피드백치료, 명상요법, 심상요법, 최면요법, 향기, 마사지 요법, 요가 등 다양한 치료법이 이에 속한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교감신경계가 강화되어 혈압, 맥박수가 증가하고 호흡 및 근육긴장도가 증가한다. 즉 긴장, 불안 상태인 것인데,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 몸의 면역체계를 저하시키고 다양한 질병 및 신체증상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생리적 상태를 변화시켜 이완 상태로 만드는 것이 치료 목적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바이오피드백치료는 이를 통해 부교감신경계를 강화하여 혈압, 맥박수를 떨어트리고 호흡 및 근육긴장도를 감소시켜 결국 휴식 및 안정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