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컨티넨탈 호텔 사내변호사 최 윤 정 변호사

협회의 연중 최대행사는 8월에 개최되는 변호사대회다. 이번 제23차 변호사대회는 8월 25일 삼성동의 그랜드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다. 왜 갑작스럽게 호텔 이름에 ‘파르나스’가 추가되었는지 확인해봤더니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이 사는 신성한 영지인 ‘파르나소스(Parnassus)’ 산에서 파르나스를 따온 것이란다. 호텔을 운영하는 GS건설이 호텔산업을 세계화, 특화하기 위하여 자체브랜드를 개발하고 회사이름도 변경한 것이다. 좋은 시도다. 우리도 그 덕분에 신들이 사는 영산에서 이번 변호사대회를 치른다. 공보이사로 호텔 측과 진행된 실무협상에 동참했다가 최윤정 변호사(연수원 41기)를 만났다. 이 호텔의 첫 사내변호사로 2012년 4월부터 근무하고 있었다. 직함은 과장이다. 바로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다양한 분야의 청년변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인터뷰는 새로 단장을 한 호텔 로비라운지에서 진행되었다.

호텔에 근무하는 사내변호사, 멋있지만 흔하지 않다. 어떻게 취직하게 되었는가?

2012년 1월 30일 수료를 하고 많은 동기들처럼 직장을 찾아야했다. 특히 우리 41기는 로스쿨 1기 변호사와 동시에 배출돼 솔직히 취직 등 여러 가지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실제로 3개월동안 취업 실패를 거듭해 마음고생도 좀 했고. 그러다가 파르나스호텔에서 공채가 있어 지원했는데 제1호 사내변호사로 입사에 성공했다. 법무팀이 없어 경영기획팀에 법무담당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취직 후에 알게된 것이지만 그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모든 특급호텔에 대하여 조사를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내변호사 한명을 채용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 조사가 내 취직을 도와준 것같다(웃음). 많은 지원자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인성적성검사와 1차 실무진면접, 2차 임원면접을 통과하고 취직이 되었다. 행운이고, 지금의 직장에 감사한다.

호텔에 근무하는 사내변호사는 다른 사내변호사와 비교하여 무엇이 좀 다른가.

좋은 호텔에 근무한다는 것, 즉, 근무환경이 쾌적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사내변호사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실제 내 근무공간은 호텔 고객공간이 아니라서 솔직히 일반기업과 정말 차이가 없다. 파르나스호텔은 현재 그랜드와 코엑스 2개의 특급호텔, 강북의 비즈니스호텔인 나인트리 호텔 컨벤션, 베트남의 선플러워 호텔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 호텔 입구에 공사중인 럭셔리 콜렉션은 2016년에 완공이 된다. 볼만할 것이다.

이 모든 호텔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내 법률문제에 대한 자문을 맡아서 하고 있다. 예전에 사내변호사모임에 나간 적이 있는데(요즘은 안 나간다) 일반 사내변호사와 비교해 호텔이라는 서비스업종은 치열한 삶 보다는 여유있고, 낭만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그것이 구성원들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쳐 조금은 덜 경쟁적인 직장문화라는 생각은 든다. 내가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나의 성향과 맞는다고 생각한다. (크게 웃으며) 대학 다닐 때부터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호텔은 여성에게 열린 직장인가. 법무팀의 일원이 아니라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가.

호텔의 모회사인 GS건설의 임병용 대표(연수원 19기)가 법조인 출신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법무 이외의 다른 일도 배우고 싶다. 공보이사님(19기) 시대와 달리 우리시대는 법무 업무만 고집할 수 없는 것 같다.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은 총지배인이 여성이다. 그리고 호텔이라는 곳이 여성적인 감성이 필요한 분야인만큼 여자라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없고, 도리어 여성의 섬세함이 장점이 되는 직장이다. 기회가 되면 오래 근무하고 싶고, 높이 올라가고 싶다. 호텔근무는 나의 성향과 무척 맞고,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혼자만으로 충분한가. 회사에서 변호사를 충원할 계획은 없는가.

내 입장에서는 회사에서 법무팀을 만들고, 변호사를 충원해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업무량이 혼자 감당하기에 넘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회사에서 단기적으로 변호사 충원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 신문에도 보도 되었지만 현재 우리 호텔 매각이 진행되고 있고, 우선매수협상자가 정해져서 그 일로 조금 바쁘다. 호텔을 판다는 것은 호텔 근무자 입장에서는 큰 변화이지만 소속변호사로서는 대형로펌과 함께 큰 법률업무를 경험할 기회가 생겨 싫지 않다.

로펌과 함께 일하면서 로펌변호사와 사내변호사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 봤는가.

양쪽 다 장점이 있고, 특징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사내변호사의 역할과 회사로부터 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하는 로펌의 역할이 조금 다르다. 사건을 바라보는 견해나 관점이 조금은 차이가 날 수 있고…. 그래서 로펌변호사와 사내변호사는 사물을 달리 보는 두 개의 관점처럼 서로 경쟁관계라기보다는 협조 내지 공생관계라고 생각한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활 좀 이야기해 달라.

강남역 근처 서운중학교를 나와 한영외고, 고대 정치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 가서는 법학을 2중 전공하였다. 대학을 고시공부 하겠다고 잠시 휴학하였던 기간 빼고도 2중전공 하느라 6년을 다녔다.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이 검사 출신 변호사이고, 존경하는 분들이라서 자연스럽게 법조인이 되고 싶었다. 다만 바로 법대에 진학하여 고시공부하고 싶지는 않아 정경학부에 진학했다.

캐나다 교환학생도 다녀오고, 고대오케스트라 서클에서 열심히 첼로도 배우고 연주하였다.

고시공부는 2중전공을 시작한 4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잠시 휴학도 하고 시험은 서른살이 넘어 붙었다. 공부 막판에 힘이 딸려 (웃으면서) 빨리 공부를 시작하지 않은 것을 좀 후회도 했다. 그런데 호텔에 근무하는 지금 생각하여 보니 서비스업인 호텔에 근무하는 관점에서는 조금은 폭넓게 대학생활을 보낸 것이 도움이 된다. 클래식 음악의 관심은 연수원에 들어가서도 이어져 마논트로퍼(ma non troppo, 사법연수원출신 관현악단 모임)로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중간에 고시공부를 하지 않고 로스쿨에 진학할 생각은 하지 않았나.

시험공부를 조금 오래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법시험에 붙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로스쿨에 진학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웃으면서) 계속 시험에 떨어졌더라면 그런 고민도 해봤을 것이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에 호텔 홍보팀장이 인터뷰 기사와 함께 들어갈 최 변호사의 사진촬영을 위한 장소를 안내해 주겠다며 내려왔다. 로비라운지도 충분히 훌륭한 장소이지만 포토존을 선정하여 안내하는 자세와 과정을 지켜보면서 최 변호사가 인터뷰에서 말하는 일반회사와 조금 다른 환경이 무엇인지 나도 실감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1년의 계획, 5년의 계획, 10년의 계획을 물었다. 나도 갑작스럽게 생각해낸 질문이다. 나이 쉰을 넘긴 나야 그런 것이 필요없지만 최 변호사와 같은 청년변호사들은 한번 생각해 볼만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참 있다가 해준 답변이 호텔리어다운 걸작이다. 1년의 계획은 캐나다 교환학생시절부터 꾸준히 해온 요가를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지도자 자격을 취득하고 싶단다. 최 변호사와 어울릴 것 같다. 5년 후의 꿈은, 최 변호사가 변호사 8년차가 되는 해이다. 계속 호텔 분야에서 일하게 된다면 호텔법률 관련 책을 쓰거나 강의를 하고 싶단다. 10년 후의 꿈은 바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자세만을 이야기한다. ‘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난번 인터뷰를 한 고지운 변호사나 오늘의 최 변호사나 나의 청년시절보다 불리한 변호사환경임에도 세상과 연대하고, 나누고 싶은 자세는 참 마음에 든다. 역시 청출어람이다.

최 변호사의 클래식 동호회 마논트로퍼는 음악용어로 ‘그러나 너무 지나치지 않게’라는 뜻이다. 인터뷰를 하고 보니 참 그 단어가 최 변호사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지나치지 않게 겸손하고, 똑똑하고, 너무 지나치지 않게 매력적이다. 호텔리어 변호사로 폭풍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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