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배우 잭 니콜슨의 행동을 보면 자신의 손이 오염될까 두려워 문 손잡이를 직접 만지지 못하고 장갑을 끼고 연다던가, 계속해서 손을 씻는 행동을 보이고, 길을 걸을 때도 보도 블럭의 틈을 절대 밟지 않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데, 이러한 행동들이 강박장애에서 보여지는 전형적인 증상들이다.

강박장애는 반복적인 침투적 생각, 의식적 행동, 집착, 강박행동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증상군으로 나타난다. 강박사고는 반복되는 침투적 사고, 충동 또는 영상과 같은 정신적 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반면에 강박행동은 확인, 숫자세기, 회피와 같은 행동으로 나타난다.

강박장애 환자는 강박사고나 강박행동 중 하나만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둘 다 보이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
 
가장 흔한 증상은 ① 오염되었다고 생각하여 손을 씻는 행동, ② 위험 또는 폭력에 관련된 병적 의심이 들어 확인하는 행동, ③ 강박행동 없는 단순한 강박사고로서 대개 성적, 공격적 행동에 대한 침범적 생각, ④ 대칭성으로서 만사가 대칭적이거나 세밀해야 된다고 요구하는 것 등이다. 또한 일상행동을 정확히 하기 위해 미적대고 꾸물대며 느리게 수행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강박행동은 근저에 강박사고가 도사리고 있으나 우선 행동으로 나타난 경우인데 손 씻기, 물건 정돈하기, 자물쇠나 수도꼭지 잠근 후 확인하기, 셈하기, 책의 읽은 부분을 다시 읽기, 시험답안지 재확인 등을 몇 번씩 되풀이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의식적으로 특정 수를 세거나 머리를 긁적거리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의식적 강박행동이라 한다.

이와 같은 강박적인 상태가 진행되면 자기가 행한 일에 자신이 없고 확실하게 했는지가 의심스러워 확인 행위를 하기도 하는데 이를 강박적 의심증이라 한다.

정도가 심하지는 않더라도 일반인 중에도 상당수에서 약간의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강박사고나 행동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 대인관계, 직업적 기능 등에 상당한 지장을 가져올 때 강박 장애로 진단하게 되며, 일반인구 중 평생 유병률이 2∼3%로 드문 장애가 아니다. 또한, 지나친 정리정돈벽, 시간엄수, 인색함, 완고한 고집 및 현학적 태도 등이 특징으로 나타나는 강박성 인격장애와 겉으로 비슷해 보여 이와도 구별된다.

강박사고와 관련된 불안을 경감시키고자 강박행동을 보이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고 오히려 불안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강박행동을 못하게 억제하면 불안이 증가한다. 그래서 강박장애가 불안과 관련성이 많다고 보아 2013년 이전까지는 미국 정신의학회 정신질환 진단 편람인 DSM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 불안장애로 분류되었었다.

그러나 2013년 출간된 DSM-5에서는 강박장애를 과거 강박장애의 개념에서 확대하여, 강박증상을 주로 보이는 여러 장애들이 기존의 불안장애와는 구별되며 상호 밀접히 관련된다는 지금까지 축적된 많은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새롭게 정의되었다. 또한 이들 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임상가들이 더 잘 발견하고 치료하도록 돕기 위해 불안장애에서 분리하여 따로 분류하였다.

강박장애의 원인으로는 뇌 신경전달체계에서 생화학적으로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조절장애 때문이라는 가설이 제시되고 있으며, 뇌영상 연구에서 뇌의 전두엽, 특히 미상핵(caudate nucleus)과 대상회(cingulate gyrus)의 장애가 강박장애와 관련된다는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강박장애 환자의 반 이상에서 급성 발병하며, 스트레스 사건이 선행하는 경우가 많다. 발병해도 곧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고 평균 5∼10년 만에 병원에 온다.

경과는 만성적으로 되기 쉽고 대개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강박증세가 차차 악화되거나 우울증, 알코올사용장애 등 동반 질환을 합병하게 된다.

강박장애에 대한 치료로는 약물치료의 효과가 검증되면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와 같은 많은 항우울제들이 강박장애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세로토닌 약물에 의한 강박장애 환자의 치료 반응은 50~70%에 이른다. 강박장애의 경우 우울증의 경우보다 고용량의 약물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약물치료와 함께 노출, 탈감작, 반응 억제 요법 같은 행동치료를 병용하는 것이 효과가 좀 더 지속되고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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