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드컵 축구 대표 팀이 귀국했다.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돌아온 그들에게 팬들의 온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일부 팬들은 엿 사탕을 던지며 야유와 분노를 표출했다. 1960년대 흑백 사진 속의 광폭한 팬들의 분노가 오버랩 됐다.

물론 축구라는 스포츠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어 격한 행동을 보였다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신의 자녀가 전교 꼴찌라는 성적표를 보여줬을 때도,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처럼 맘껏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내 자식이 아니기에 관계없다는 것인가?

부모 마음 같아서야 곧 쥐어박고 싶지만, 혹여 충격으로 험한 생각이라도 할까, 마지막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부모 마음인 것을. 그들의 행동은 그래서 과한 측면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그렇게 행동했겠다 싶은 팬 층이 많다면, 우리의 앞날은 지극히 염려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봐야 한다.

이 모든 분란의 원인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인 코칭 스텝에게 첫 번째 책임이 있다. 세계 축구사의 흐름과 정보에 너무도 어두웠다. 눈 뜬 장님처럼 당하고 말았다. 공간 침투와 역습을 행하는 최적의 전술은 강인한 체력이 전제됐어야 했다. 결국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여흥이 착시현상을 불러일으켜 자만심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대표 팀의 유니폼 안쪽 깃에는 ‘투혼’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투혼도 체력에서 시작되며 정신력도 체력이 바탕이 돼야 발휘되는 법이다. 우리에게 패배를 안긴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과 히딩크감독의 공통점은 체력을 무엇보다 중요시했다는 점이다.

지금껏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제는 미래를 향한 발전적 방향이 모색돼야 할 때이다. 만약 홍명보 감독이 명예회복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 재신임과 더불어 견제와 균형의 추가 축구협회 차원에서 분명히 작동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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