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거창한 질문으로부터 본 컬럼을 시작해 볼까 한다. 적지 않은 시간, 노력, 비용을 들여서 대한변협이 해외 변호사단체 등과 교류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질문이다. 특히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한 국내 법률시장, 특히 송무업무 분야에서 매일 매일을 치열한 경쟁상태에서 지내야 하는 많은 개업변호사들에게는, 대한변협의 국제교류 활동이 본인들에게 당장 도움이 되지도 않는 사치스러운 활동으로 비칠 수도 있다. 충분히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견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교류 활동의 필요성을 찾는다면 무엇이 있을까. 사람마다 다양한 견해가 있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국제교류 활동의 의의 내지 필요성은 두 가지이다.

첫째, 현재의 세계는 말 그대로 '연결되고(connected), 소통하는(communicated)' 세계이다. 다양한 이동수단과 통신수단의 발달이 이러한 세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개개인의 인식과 행동방식의 변화다. 이제 우리는 자기 집 거실에 앉아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남아메리카 오지에서 발견된 괴생명체에 대해서 궁금해 하거나 그날 있었던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결과를 들여다 보거나 아프리카에서의 빈곤퇴치 사업에 헌신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하곤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 싶으면 즉시 구글링을 하거나 호주에 있는 페이스북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이러한 삶과 업무의 방식은 당연히 변호사들이나 변호사단체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변협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지원 및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지원에 착수하였다. 이 특별위원회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재난대비 프로그램/매뉴얼에 대한 정보와 자료, 그러한 국가적인 재난 시에 변호사 또는 변호사단체가 어떤 구호 및 지원활동을 하는지에 관한 정보 및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외에도 사내변호사의 소송업무 수행 가능여부, 고위직 법관의 퇴임 후 소송업무 수임 가능여부 등에 관해서도 대한변협은 해외의 여러 입법례 및 사례 등을 수집하여 정책입안과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해외 정보 및 사례 수집 활동은 평상시 대한변협이 해외의 여러 변호사단체 등과 꾸준히 교류를 해 오지 않았더라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일이다. 즉, 지속적인 연결과 소통이 없으면 글로벌 사회에서 고립되고, 고립은 곧 낙오를 의미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의 특수성에서 찾을 수 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경제는 7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대외지향적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경제구조가 갖는 취약성이야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국토면적, 인구규모, 부존 천연자원의 양 등을 고려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팔려면 그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은 지금 다 그렇게 해외와 직간접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그럼 이렇게 대외지향적인 기업활동이 국부의 주된 원천인 나라에서 변호사들은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들이 해외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칠 때 그들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물론 법률이라는 것이 나라마다 제각각이고, 우리나라 변호사라고 해서 해외 어느 국가에서 바로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해외에서의 활동이라는 것은 국내에서의 변호사 활동과는 달리 제한이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변호사가 법률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서 사업을 펼칠 때 우리나라 기업들을 법률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다. 현지 법률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현지 변호사의 직접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들은 우리나라 변호사의 관리감독 하에 현지 변호사를 채용하여 해결하면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기업활동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러한 지원활동을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외국의 변호사, 변호사단체와 교류하면서 그들로부터 배우고 그들과의 네트워크를 갖추어 놓아야만 한다. 즉, 대한변협이 해외 변호사단체 등과 교류를 갖는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 변호사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기업, 기업인들을 도울 수 있게 됨으로써 변호사들도 해외 법률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한변협이 교류하는 단체들은 크게 나누자면 두 종류가 있다. 우선 대한변협과 같이 각국에 있는 변호사단체들이 있다. 일본변호사연합회, 영국사무변호사회, 영국법정변호사회, 러시아연방변호사회 등이 이런 단체들이다. 다음으로는, 어느 한 국가의 변호사단체가 아닌, 다국적 변호사단체들이 있다. International Bar Association(IBA), Union Internationale des Advocats(UIA), The Law Association for Asia and the Pacific(LAWASIA), Inter-Pacific Bar Association(IPBA) 등이 이에 속한다. 또한, The Summit of the Presidents of Law Associations in Asia(POLA)과 같이 아시아지역 국가들 변호사단체의 장들의 협의체도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American Bar Association(ABA)은 원칙적으로 미국변호사들의 단체이지만 미국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어느 나라의 변호사들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게끔 되어 있고 실제로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의 변호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어서 사실상 다국적, 세계적인 변호사단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 중에서 IBA는 명실공히 가장 규모가 큰 세계적인 변호사단체이다. IBA는 1947년에 설립되었으며, 5만5000명 이상의 개인 회원과 200개 이상의 변호사협회와 법조 단체를 회원으로 둔 세계적 조직이다. 전 세계 변호사의 권리를 보호하고 국제사회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하여 창설되었으며, 각국의 변호사가 활발히 정보를 교환하고 인적 네트워킹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본부는 영국 런던에 있으며, 지역 본부는 상파울로(브라질), 서울(한국), 워싱턴DC(미국)에 있다. 2012년도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커버하는 지역본부가 홍콩, 싱가포르, 도쿄 등의 경쟁지를 제치고 서울에 설립된 것은 국제 변호사 커뮤니티에서도 상당히 놀랄만한 일이었는데, 서울에 설치된 아시아본부는 이미 활발한 활동을 통하여 IBA 내부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대한변협은 IBA의 단체 회원 중의 하나이다. IBA는 매년 수많은 세미나, 콘퍼런스, 미팅 등을 개최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회의가 매년 1회 열리는 연차총회(annual conference)이다. 연차총회에는 전 세계 각국으로부터 대략 4~6천명 정도의 변호사가 참석하며, 이들 변호사들과 동반하는 배우자, 수행직원 등을 포함하면 매년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 따라서 이러한 연차총회를 개최하려면 우선 총회 참가자들을 모두 수용하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나 숙박시설과 같은 물적기반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와 같은 대규모 국제회의를 주관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구비하고 있어야만 한다.

대한변협은 수년 전부터 IBA 연차총회의 2019년 또는 2020년도 서울 유치를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 왔다. 대한변협은 이미 2011년도의 LAWASIA 총회의 서울 개최, 2013년도의 IPBA 총회의 서울 개최 지원 등을 통해서 대규모 국제회의 개최를 관한 상당한 수준의 경험과 노하우를 갖추었다고 자부하고 있으며,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 컨벤션센터와 서울의 여러 호텔들을 이용하면 IBA 연차총회와 같은 대규모 국제회의도 충분히 개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한변협의 IBA 연차총회 유치를 위한 노력 내지는 활동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20년도 IBA연차총회 유치추진위원회 구성

2010년 및 2011년 IBA Bar Leaders' Conference 및 IBA 연차 총회 및 IBA 주관 각종 국제 회의에 참여하여 IBA 임원진에게 2019년도 또는 2020년도 IBA 연차총회 유치 의사 피력

2011년에 제14회 IBA Arbitration Day (3월)와 Competition Law Conference (4월)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회의 개최지로서 서울의 강점을 부각시킴.

2011. 9. 30, 2019년도/2020년도 IBA 연차총회 유치 제안서를 IBA에 제출함. (제출서류: 제안서 +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 오세훈 서울시장 지지서)

2012. 2. 대한변협과 서울시의 적극적인 유치의사 표명으로 IBA아시아본부를 서울에 유치, 개소함.

2012. 3. 21. IBA 아시아본부 개소식 참가 차 방한한 IBA의 Akira Kawamura회장과 Mark Ellis, Executive Director에게 대한변협의 유치 의사를 재확인시킴.

2012. 5. 21. 그전에 있었던 IBA 회장단과의 미팅에 대한 후속 조치로 2019년도 또는 2020년도 IBA 연차총회 유치 제안서를 IBA에 다시 제출함. (제출서류: 제안서 +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서)

2012. 5. 30.~ 31.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제7차 Bar Leaders' Conference에 참가한 신영무 당시 협회장은 2019년도/2020년도 IBA 연차총회 유치 제안서(hard copy)를 Mark Ellis, Executive Director에게 재전달 및 강한 유치 의사 피력

2013. 5. 22.~25. 스위스 취리히에서 개최된 제8차 IBA Bar Leaders' Conference에 참가한 위철환 협회장은 IBA 회장 및 주요 임원단과의 미팅(5월 22일) 자리에서 IBA 연차 총회 유치 의사 피력

2012년도 및 2013년도 IBA 연차총회에 참여하여IBA 연차총회 유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침.

2014. 5. 21.~24.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제9차 IBA Bar Leaders' Conference에 참가한 위철환 협회장은 IBA Akira Kawamura 전 IBA회장, David Rivkin 차기 회장과의 개별 미팅을 통해 IBA 연차 총회 유치 의사 피력. IBA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냄.

2014. 10. 19.~24. 일본 도쿄에서 개최될 2014년도 IBA 연차총회 기간 중에는 홍보 부스 운영, Bar Breakfast 개최(홍콩사무변호사회와 공동 주최), Korean Night를 개최하여 한국과 서울을 더욱 널리 알리는 활동을 펼칠 예정임.

대한변협이 위와 같이 IBA 연차총회를 2019년도 경에 서울에서 유치하려고 하는 것은, 한국정부가 G20와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개최하려고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는 다름이 없다. 한국은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연차총회에 참가가 예상되는 변호사들 중 많은 수의 변호사들이 한국에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변호사들일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어떤 변호사들의 배우자들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위험하니 한국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가지 말라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연차총회와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수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서 개별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것보다 수백 배 더 효율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참여하는 변호사들 대부분이 그 나라, 그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고, 그들이 갖게 될 한국 및 한국 법조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은 그 참여자들을 통해서 그 나라, 그 지역에 자연스럽게 전파될 것이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법률분야에서도 후진국이 아니다. 동방의 숨은 은자로 호칭되던 한국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더 이상 숨은 은자가 아니게 되었지만 법률분야에서의 국제화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 또한 현실이다. IBA연차총회의 유치 및 성공적인 개최는, 세계 법조사회에서 한국 법조의 우수성 등을 널리 알릴 기회가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서 대한변협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모름지기 서로 교류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고, 배울 수 없으면 뒤쳐지기 마련이다. 얼마 전에 한양대 국문과 교수이신 정민 교수가 지은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이라는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 18세기, 우리의 선각자 홍대용, 박제가 등은 수개월이 걸리는 중국 북경 길을 흥분된 마음으로 가서 중국의 지식인들과 교류함으로써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걸어나오고, 눈 위에 덧씌었던 각질이 벗겨져 나갔으며, 여기서 북학의 기치가 높이 솟았다고 정민 교수는 진단했다. 우리 선조들이 수개월 동안 수많은 풍진을 맞으며 가야 했던 북경 길은 이제 비행기로 2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해야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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