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4. 3. 20. 선고 2009다60336 전원합의체 판결[유치권부존재확인], 파기환송

1. 사실관계
가. 노OO은 2003. 11. 3. 처인 박OO 명의로 이 사건 각 토지를 매수한 다음, 이 사건 1, 3 토지 상에 노OO 명의로 이 사건 호텔을 신축하기로 하였고, 피고들은 공사업자들로 2004. 4.경부터 2005. 2.경까지 공사를 진행하여 이 사건 호텔을 완공하였으며, 노OO은 2005. 2. 1. 이 사건 호텔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하였다.

나. 원고는 2005. 9. 22. 노OO에게 19억 원을 변제기 2006. 9. 22., 이자 연 7.5%로 각 정하여 대여하고, 같은 날 그 담보로 노OO 명의의 이 사건 호텔 및 박OO 명의의 이 사건 각 토지(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24억7000만원, 채무자 노OO으로 하는 각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다. 충주시는 체납처분으로 2005. 9. 23. 이 사건 호텔에 관하여, 2005. 12. 29. 이 사건 1 토지에 관하여, 2006. 10. 20. 이 사건 3 토지에 관하여 각 압류등기를 경료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호텔에 관하여는, 2005. 10. 20. 청구금액 2500만 원, 채권자 이OO로 하는, 2005. 12. 9. 청구금액 1900여만원, 채권자 OO(주)로 하는, 2006. 6. 9. 청구금액 2800여만원, 채권자 박OO으로 하는, 2006. 6. 27. 청구금액 1억9700여만원, 채권자 이△△으로 하는 각 가압류기입등기가 경료되었고, 이 사건 3 토지에 관하여는 2006. 6. 2. 채권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는 압류등기가 경료되었다.

라. 피고들은 노OO로부터 11억여원의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2006. 11. 18. 노OO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아 점유함으로써 유치권을 행사하기 시작하였다.

마. 원고는 노OO이 위 대여금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2006. 12. 22. 임의경매개시결정이 이루어진 후 그 기입등기가 같은 달 26일 경료되었다.

바. 이후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법원의 판단
원심법원은,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경매개시결정등기가 기입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받아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 이러한 점유의 이전은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점유자로서는 그 유치권을 내세워 그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고, 압류와 동일한 처분금지효를 가지는 가압류등기 또는 체납처분압류등기가 기입되어 그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권자가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호텔에 관한 공사대금 등의 채권자인 피고들이 이 사건 호텔을 인도받아 점유하기 전에 이미 이 사건 호텔에 충주시의 체납처분압류등기와 다른 채권자들의 가압류등기가 마쳐져 있었으므로, 피고들은 유치권을 내세워 이 사건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호텔의 근저당권자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유치권부존재확인청구를 전부 인용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다수의견]

가. 민법상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을 가지는 경우에 법률상 당연히 성립하는 법정담보물권이다(민법 제320조 제1항). 따라서 어떤 부동산에 이미 저당권과 같은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그 부동산에 관하여 민사유치권이 성립될 수 있다. 한편 민사집행법은 경매절차에서 저당권 설정 후에 성립한 용익물권은 매각으로 소멸된다고 규정하면서도, 유치권에 관하여는 그와 달리 저당권 설정과의 선후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경매절차의 매수인이 유치권의 부담을 인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민사집행법 제91조 제3항, 제5항), 민사유치권자는 저당권 설정 후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점유하는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는 민사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가지는 특수한 성격을 고려하여 공평의 원칙상 그 피담보채권의 우선적 만족을 확보하여 주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에 관하여 이미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비로소 그 부동산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아무런 제한 없이 유치권자에게 경매절차의 매수인에 대한 유치권의 행사를 허용하면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와 절차적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게 됨으로써 경매 목적 부동산을 신속하고 적정하게 환가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고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줄 수도 있으므로, 그러한 경우에까지 압류채권자를 비롯한 다른 이해관계인들의 희생하에 유치권자만을 우선 보호하는 것은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하여 대법원은 부동산에 관하여 경매개시결정등기가 된 뒤에 비로소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받거나 피담보채권이 발생하여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경매절차의 매수인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5다22688 판결,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다22050 판결 등 참조).

이는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할 목적으로 매각절차인 경매절차가 개시된 뒤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유치권을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행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므로, 부동산에 저당권이 설정되거나 가압류등기가 된 뒤에 유치권을 취득하였더라도 경매개시결정등기가 되기 전에 민사유치권을 취득하였다면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70763 판결,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다19246 판결 참조).

한편 부동산에 관한 민사집행절차에서는 경매개시결정과 함께 압류를 명하므로 압류가 행하여짐과 동시에 매각절차인 경매절차가 개시되는 반면,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절차에서는 그와 달리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이하 ‘체납처분압류’라고 한다)와 동시에 매각절차인 공매절차가 개시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체납처분압류가 반드시 공매절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체납처분절차와 민사집행절차는 서로 별개의 절차로서 공매절차와 경매절차가 별도로 진행되는 것이므로, 부동산에 관하여 체납처분압류가 되어 있다고 하여 경매절차에서 이를 그 부동산에 관하여 경매개시결정에 따른 압류가 행하여진 경우와 마찬가지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체납처분압류가 되어 있는 부동산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경매개시결정등기가 되기 전에 그 부동산에 관하여 민사유치권을 취득한 유치권자가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그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나. 피고들은 이 사건 호텔에 관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경매개시결정등기가 마쳐지기 전에 이 사건 호텔에 관한 유치권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므로, 만약 피고들이 민사유치권자로 인정된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이 유치권을 취득하기 전에 이 사건 호텔에 가압류등기나 체납처분압류등기가 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호텔에 관하여 가압류나 체납처분압류가 이루어진 후에 피고들이 유치권을 취득하였다는 이유로 그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가압류 및 체납처분압류와 민사유치권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반대의견]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절차는 압류로써 개시되고, 체납처분에 의한 부동산 압류의 효력은 민사집행절차에서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로 인한 부동산 압류의 효력과 같으므로, 조세체납자 소유의 부동산에 체납처분압류등기가 마쳐져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조세체납자가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하여 유치권을 취득하게 하는 행위는 체납처분압류권자가 체납처분압류에 의하여 파악한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체납처분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그 유치권으로써 공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나아가 체납처분에 의한 부동산 압류 후 그 부동산에 관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그 부동산이 매각되는 경우에 마치 공매절차에서 그 부동산이 매각된 것과 같이 매수인이 체납처분압류의 부담을 인수하지 아니하고 체납처분압류등기가 말소되는바, 선행하는 체납처분압류에 의하여 체납처분압류권자가 파악한 목적물의 교환가치는 그 후 개시된 경매절차에서도 실현되어야 하므로, 체납처분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무자로부터 점유를 이전받아 유치권을 취득한 사람은 그 유치권으로써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피고들이 이 사건 호텔의 점유를 이전받아 유치권을 취득하기 전에 이 사건 호텔에 가압류등기가 되어 있었다는 이유로 피고들이 유치권을 주장하여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의 당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들이 유치권을 취득하기 전에 이 사건 호텔에 체납처분압류등기가 있었으므로 피고들이 유치권을 내세워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원심의 판단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피고들의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 옳다.

4. 대상판결의 검토
이 사건 다수의견은 부동산 체납처분절차에서의 압류의 효력이 민사집행절차에서의 압류의 효력과 큰 차이가 있음을 전제로 체납처분압류가 되어 있는 부동산이라고 하더라도 경매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그 부동산에 민사유치권을 취득한 유치권자는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그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압류, 매각 배당의 단계를 거치는 강제집행절차는 경매나 공매나 다를 것이 없고, 단지 집행절차의 첫 단계인 압류를 경매절차에서는 압류등기가 아닌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라는 방법을 통하여 하고, 체납처분의 압류에서는 곧바로 압류등기를 함으로써 한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으므로 두 절차는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 아울러 유치권행사를 빌미로 한 악용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다수의견이 타당한지는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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