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이 없는 공익 강조
시내 정동길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국수집이 하나 있는데, 그 국수집은 모 신문사가 직영하는 식당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말로는 진보언론이 존재해야 한다고 떠들지만, 정작 구독은 하지 않으면서 무료로 인터넷 뉴스를 보려고 할 뿐인 현실. 관심의 부족과 제도의 미비로 후원금 자체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신문사의 이러한 수익창출 모델을 비난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 단역배우들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여 자살한 소식들이 보도되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거리가 없는데다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된다는 것에 대한 서글픔도 자살의 이유겠지만, 미국에는 다른 일을 하면서 배우를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에 비추어 우리나라에는 투잡 개념이 없어서 생활고가 가중된다는 지적도 있다. 유사한 시각을 변호사 업계로 돌려 보면, 법률시장의 확대는 요원한데 수입을 적절히 벌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변호사업계에도 투잡 시대가 도래했다는 조크가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오죽하면 변호사 업무보다 다른 일이 본업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변호사에게 ‘무료’라는 의미의 공익성만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변화된 현실과 의문
변호사는 법률전문가라는 점에서 공공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더욱 높은 공적 관심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 받아 왔고, 실제로 헌법과 변호사법 등의 실정법들은 변호사의 직무가 법관·검사와 같은 사법기관은 아닐지라도 그에 준하는 고도의 공공성을 갖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도 변호사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판시를 해 왔는데, 때로는 이러한 판결들이 변화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변호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그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변호사법 규정에 근거하여 변호사의 의제상인성을 부정했던 대법원 결정의 입장에서 본다면, 변호사가 수입 면에서 열악하여 투잡이라도 해야 한다는 발상은 변호사의 공공성과 윤리성에 무엇인가 저촉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결정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근래에 전문직업인의 직무 관련 활동이 점차 상업적 성향을 띄게 됨에 따라 사회적 인식도 일부 변화하여 변호사가 유상의 위임계약 등을 통하여 사실상 영리를 목적으로 직무를 행한다고 보는 경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을까?

법조인의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리딩케이스로 거론되는 로마켓 사건에서 대법원은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는 공적인 존재에 해당하므로, 그 직무수행은 국민의 광범위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공공성을 위해서 변호사는 원하지 않는데도 법률사이트가 유료로 자신의 사무실 이전과 종교관 내지 얼굴사진, 인맥관계까지 공개하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의사나 변리사, 세무사 등은 공공성이 변호사보다 낮아서 변호사처럼 개인정보가 전면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출판과 번역도 공익활동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학문적으로도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 및 윤리성 이론에 대해 지나친 이상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심지어 변호사는 본질적으로 대가를 수령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라는 주장도 있다(부가가치세법 제2조는 변호사를 ‘사업 서비스’라는 용역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본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찬성하지 않으며, 변호사의 공익성이야말로 변호사 제도의 본질에 해당하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필자는 일반인이 이해하는 것처럼 변호사의 공익성이 무료 변론이나 법률상담 및 기부에만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공익을 ‘실질적이고 연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제적인 지원이나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리고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공익적 분야를 꼽으라면 그것은 출판과 번역이며, 그 이유는 우리의 출판문화가 매우 열악한 나머지 법률실무와 관련하여 출간되는 서적이 적고 번역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선 일본 변호사들의 출판 문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출판과 번역도 공익적 활동이라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이에 대한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의 지식재산권 사회에서는 불특정 다수인을 위해 책을 쓰는 일이 한 사람에 대한 무료변론 이상으로 더 소중한 공익활동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인식하고 실천해 주시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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