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환자는 위험하다’, ‘정신과 환자는 성장 배경이 안 좋거나 성격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생긴다’, ‘정신질환은 마음이 약한 사람이 걸린다’, ‘정신과 약물은 마약이라 중독되거나 바보가 된다’ 등 정신질환 및 정신약물 치료에 대해 많은 편견과 오해가 있다.

‘정신과’하면 ‘미친 사람’ ‘정신이상자’ ‘부적응’ ‘비정상’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사람이 75%나 된다고 조사되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과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도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함에도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특히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큰 점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편견에 갇힌 환자를 희망으로 이끌고자 ‘정신과’라는 명칭이 2011년 ‘정신건강의학과’로 개명되었다. 명칭 공모에서 ‘마음건강과’, ‘뇌정신건강과’, ‘정신스트레스의학과’ 등이 거론되었으나 결국 ‘정신건강의학과’로 결정되었다. 좀 더 국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정신과가 단순히 정신병 환자들만 찾는 곳이 아니라 국민의 정신 건강과 관련된 제반 문제를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주지시키고자 하였다.

정신과에서 치료하는 질병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면 ‘정신증’과 ‘신경증’이다.
‘정신증’이란 조현병(과거 정신분열병이라 불리우던 것), 의처증 같은 망상장애 등 환청이나 망상을 주로 보이는 정신병적인 증상을 동반해 현실 판단력에 장애가 생긴 심각한 경우를 말한다.
‘신경증’은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신체증상 장애, 성기능 장애 등 현실 판단력이 보존되어 있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긴 하지만 가벼운 경우이다. 물론 정신증은 경우에 따라 만성화되며 인격의 황폐화가 일어나는 심각한 질환이지만, 1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한다.
그러나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같은 신경증은 살면서 한번쯤은 겪을 유병률이 3명 중 1명으로 매우 흔한 질환인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이 또한 만성화되고 알코올 중독, 자살 같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신경증은 물론이고 정신증도 많은 치료법과 정신약물의 발달로 많은 경우 완치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마치 정신질환은 치료가 되지 않는 불치병처럼 취급하는 편견과 오해가 문제가 된다.
정신과 치료를 꺼려하는 이유가 정신약물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흔히 ‘정신과 약물은 마약이라 중독된다’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정신과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흔히 받는데, 그럴 때마다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자가 어디 가서 치료받는가?”라며 “이런 환자들을 정신과에서 치료하는데, 엄한 환자를 약물중독 환자로 만들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정신과 약물은 마약이 아닐 뿐만이 아니라 중독되지도 않는다. 정신약물 중 항정신병약물, 항우울제, 기분 안정제 등은 의존성(흔히 일반인들이 중독성이라 부르는 내용)이 없으며, 항불안제 중 의존성이 생길 수 있는 약이 있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처방받아 치료받으면 의존성을 방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국민의 정신과 환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며, 정신질환을 이해하고 편견을 극복하는 일이다.
정신질환의 흔한 편견 및 오해와 함께 실제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제공한 ‘정신질환에 대한 대표적 10가지 편견’은 다음과 같다.


1. 낫지 않는 병이다 → 약물치료만으로도 호전되고 치료재활기술이 잘 개발되어 있다.
2. 유전된다 → 유전적 경향성이 있을 뿐이며 이는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도 같다.
3. 특별한 사람이 걸리는 병이다 → 평생 동안 열명 중 세명은 정신 질환에 걸린다.
4. 이상한 행동만 한다 → 증상이 심할 때만 잠시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
5. 대인관계가 어렵다 → 만날 친구가 없어 혼자 지낼 뿐 실제는 사귀기를 원한다.
6. 직장생활을 못한다 → 정신질환이 기능을 상실시키지는 않으며 일할 기회가 없어서 못한다.
7. 운전, 운동을 못한다 → 상태가 악화되었을 때만 주의하고 제한하면 된다.
8. 열등한 사람이다 → 정신질환이 지능과 능력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9. 위험하고 사고를 일으킨다 → 치료받는 사람은 온순하고 위험하지 않다.
10. 격리 수용해야 한다 → 급성기가 지나면 시설 밖에서의 재활치료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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