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우리네 기성세대들의 가슴을 아프게 짓누르고 있다. 마치 바윗덩어리 하나가 올려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참담한 사고였다. 특히 희생자들이 금쪽같은 우리네 자식들이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우리는 절망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아이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34년 뒤면 대한민국 정부수립 100주년을 맞게 된다. 그때 세월호 사건이 대한민국을 바꾼 큰 사건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아이들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변해야만 한다는 절박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도, 황금연휴도 세월호의 아픔을 덮지 못했고 모두들 잊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대한민국이 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어떻게 해야 대한민국을 올바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사실 우리 모두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연봉이나 아파트 평수, 자동차 배기량 같은 물질이 아니라 책임감과 준법의식, 희생과 봉사정신 같은 품성과 인격이 평가의 기준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비참한 것은 이러한 답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실천하지 못한 것일까?

그것은 약육강식의 무한경쟁사회에서 혼자 그리 했다가 바보가 되어 도태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모두들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가는데 혼자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어린아이가 나중에는 제일 먼저 달려 나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약육강식의 무한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서로 묵인하며 편법과 불법을 일삼아 왔다. 당장 다른 사람을 죽이고 헤치는 것만 아니면 괜찮다는 식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산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만큼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고 그들이 당당하게 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지만 아이들만큼은 물질의 풍요 속에서 인간답게 살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그만 우리가 만든 시스템에 우리 아이들이 희생되고 말았다. 1993년 10월 10일 서해 훼리호 사건,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사건,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사건,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사건이 있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고 결국 2013년 7월 18일 태안 해병대캠프 사건, 2014년 2월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 아이들이 연달아 희생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나는 변하기로 했다. 대한민국이 변하지 않는 한 우리 아이들이 안전할 수 없고 내가 변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문득 그런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가 될 것을 염려하지 말고 마음껏 변할 수 있도록. 나는 그 방법으로 삭발을 선택했다. 노란 리본보다 선명하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또 우리 기성세대에게 삭발은 징벌과 각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변화는 정치인들에게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변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정도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시스템의 변화가 아니라 의식의 개혁이다. 물질만능주의 대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우리 의식을 지배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정치인들에게 세월호 이후를 맡겨두고 있는 사이 벌써 정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유족들은 아이들의 죽음을 악용하지 말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가 일궈야 하는 것은 단순한 정권의 변경도 안전시스템을 추가하는 것도 아니다. 건국 이후 60년 동안 쌓인 적폐를 걷어 내야 한다.

불행하게도 이 일은 우리 기성세대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우리 기성세대는 삭발을 통해 우리가 정말 참회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대한민국 100년을 지탱하는 기둥이 될 것이고, 정치인들을 채찍질하여 바람직한 시스템을 만들어 내게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같은 시대를 짊어지고 동일한 역경을 헤쳐 나가는 시대의 동반자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삭발한 머리는 3개월만 지나면 자라날 것이다. 문제는 그 사이 대한민국이 변하기 시작했는지 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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