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있는 날 이른 시간에 축구장을 찾으면, 대형 모자이크가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자조차 머물지 않는 쓸쓸한 관중석이 먼저 시야에 들어오고, 차양에 비친 햇살이 큰 그림자를 만들어 냅니다. 진영을 나누어 운동장의 반은 그림자가 점유하고 나머지 반은 햇볕이 지배하게 됩니다. 스프링클러가 시원하게 잔디에 물줄기를 뿜어내면 햇살에 닿은 물빛은 청명한 무지갯빛으로 변해갑니다.

물끄러미 흐르는 시간을 향유할 즈음, 적막했던 운동장에 서서히 그리운 사람의 그림자가 비춥니다. 정적 속에 큰 파동을 예고하는 것이지요. 광고판에 영상이 흐르고 정적을 꿰뚫는 장내 아나운서의 쩌렁쩌렁한 마이크 소리가 그간 잠들었던 운동장을 단박에 깨웁니다. 이곳저곳 방송용 장비가 설치되고 안전점검이 이루어지고 미진한 부분에 대한 마지막 사람의 손길로 분주해집니다. 정점을 향해 가는 것이지요.

이제 각기 운동장을 나눠 본격적인 예행연습이 시작됩니다. 음을 맞추는 취타대와 대형통천을 펼칠 소년들의 들뜬 눈망울을 뒤로하고 인식표를 확인하는 경호원의 매운 눈초리도 있습니다. 먼 산 석양빛에 노을이 담기면 웅성웅성 소리와 함께 드디어 관중들이 밀려들며 빈자리를 마저 채워나갑니다. 진행요원들의 무전소리가 증폭되고, 급박한 수신호가 이어지면 양쪽 선수들이 최종 연습을 위해 운동장에 들어서고, 관중들의 긴 함성이 일시에 쏟아지면서 카메라 플래시는, 하늘의 별처럼 터집니다.

본 시합을 위해 선수들이 물러나면 잠시 적막감이 흐릅니다. 마음을 비운 시험장의 학생처럼 축구장은 그의 주빈을 맞이할 준비를 그제야 마친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축구장에 한 점의 모자이크 명화가 완성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무수히 많은 조연들이 마음을 담고 열의를 뿌린 그 자리에 마침내 오늘의 주연인 선수들이 서게 될 것입니다. 모자이크에 담은 정성을 선수들은 헤아려야 합니다. 조연이 있어야 주연이 빛나는 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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