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률시장의 빗장을 완전히 풀게 될 3단계 개방이 2, 3년 앞으로 다가왔다. 법률시장 개방과 더불어 내실을 다지고 신규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건져 올리려면 먼저 법률서비스 산업의 문제점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로펌의 글로벌 경쟁력과 생산성은 외국로펌에 비해 매우 낮다. 이는 법률서비스 부문에 나타난 2011~2013년 연평균 6억달러 수준의 무역수지 적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법률서비스는 법률자문과 소송으로 이뤄지는데 우리나라의 법률서비스 산업은 그동안 개방과 경쟁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해외진출과 관련해서 투자, 자금조달, 인수합병 등 자문업무와 지재권 및 건설관련 소송업무, 기업 간 국제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발생하는 분쟁해결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법무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내로펌보다는 해외현지 법무서비스에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해외로펌에 의존해 왔다. 반면에 국내 소송부문에서는 외국 변호사가 국내에서 한국법에 근거해서 국내 법원에서 소송하고 변호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국내 송무부문은 내수산업이라는 인식 하에 주요 국내로펌들은 외국로펌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기보다는 국내 법률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 왔다. 특히 법률서비스부문은 국제 거래를 중심으로 한 기업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국내 송무에 더 높은 비중을 두는 것이 우리나라 법조계의 일반적인 통념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또한 법률서비스 수요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질 높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면에서 국내로펌의 법률서비스는 외국로펌의 고객중심 서비스에 비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2010년 기준 법무관련 서비스업의 사업체 수와 일자리 수는 전년대비 각각 2.0%와 3.2% 증가하였으나 매출액은 오히려 4.2% 감소하였다. 이는 법률서비스업에서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가 증가하는 것에 비해서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국내 법률시장에서 법무관련 서비스업 종사자 또는 사업체의 생산성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실제로 2010년의 법무 관련 서비스업의 종사자 일인당 매출액은 약 7100만원으로 2009년 7600만원에 비해서 감소하였다. 또한 법무관련 사업체당 매출액도 2010년 3.9억원으로 2009년 4.2억원보다 줄어들었다.

국내로펌은 영세하다. 우리나라 로펌변호사는 전체 변호사의 대략 절반을 차지한다. 서울에 위치한 로펌변호사 수가 전체 변호사 수의 약 40%에 이른다. 국내 50대 로펌의 변호사 수는 최소 16명에서 최대 553명 사이로 상위 50대 로펌의 평균 변호사 수는 약 71명 정도이다. 한편 국내 최대로펌인 김앤장을 제외한 국내 5대 로펌의 매출액이 2011년에 처음으로 약 1000억원 수준 이상으로 확대되었고, 변호사 일인당 매출액도 대략 5억원 안팎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글로벌 100대 로펌의 변호사 수가 평균 1000명이고 평균 매출액이 약 8억달러인 점에 비하면 우리나라 로펌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매우 영세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법률시장 개방 이후 초대형 로펌인 스캐든 압스를 비롯해 대형외국로펌 19개가 국내에 진출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로펌의 규모와 경쟁력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총 752개의 로펌 중에서 로펌의 형태를 갖추고 복잡한 법률서비스 수요에 대해 비교적 조직적이며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로펌은 최대 50여개 정도이다. 현재 전문화, 조직화, 대형화 측면에서 대외경쟁에 대해 성장잠재력을 갖춘 한국의 로펌은 상위 10여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적 역량을 갖춘 변호사 양성에 어려움이 있다. 해외현지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해외현지 법무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영어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영미법식 준거법에 능통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내 변호사는 국제기업거래 자문 분야에서는 미국변호사에 비해 영어로 법률자문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제중재 및 국제소송의 경우에도 경쟁력이 뒤진다. 변호사의 국제적 역량이 곧 로펌의 자산인 법률서비스 부문에서 한국기업 관련 대형국제소송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의 대형로펌이 해외메이저 로펌에게 수임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로펌은 국내출신으로서 국제적 역량을 갖춘 변호사를 양성하기보다는 해외주요로펌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한국인 변호사를 외국법자문사로 영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해외주요로펌 출신 변호사를 영입하는 것이 편익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출신 변호사의 국제적 역량이 낮은 점은 개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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