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소송구조의 확대와 함께 필수적 변호사 선임제도의 도입을 건의한 것은 복지사법의 실현을 위한 시의적절한 조치라 할 것이다.

오늘날에는 개인이 겪는 법률문제도 매우 다양해지고 전문화되어 변호인 없이 소송을 수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제기 또는 응소의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는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했다고 할 수 없고, 당사자주의니 변론주의니 하는 원칙들은 당사자 간 힘의 불균형에 대한 면피용 구호에 그치게 되고 만다. 재판받을 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인정해야 하고, 그 권리는 소송구조의 확대, 나아가서는 필수적 변호사 선임제를 통하여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당사자들의 이해가 충돌하는 재판에서 사법시스템이 국민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누구를 이기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재판받을 기회를 실질적으로 균등하게 보장해주는 것이다. 사법정책위원회의 이번 건의는 사법시스템이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복지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사건으로 인하여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사법인프라의 효율적 활용을 위하여도 필요한 조치이다.

이는 대한변협 역시 지난 1년 여간 줄곧 주장해온 것이지만 법원 내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온 것은 그 실현을 위한 강한 동력을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를 실현하느냐 하는 방법론인바, 초기에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이미 가동되고 있는 각종 소송구조제도나 기타 사회적 부조 제도 등을 잘 활용함으로써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변호사 수의 급격한 증가로 인하여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이를 맡길 수 있는 인적 토대가 마련된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과제는 법조계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사법복지와 권리의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적극 협조함으로써 해결할 문제이므로 우선 협의체 구성 등 그 논의의 기초부터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