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동안 ‘채무자대리인제도’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지난해 연말 마침내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개정법률 내용 중에는 매우 중요한 ‘채무자대리인제도’가 도입됐으며, 2014년 7월 14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채무자대리인제도’가 우리 법체계에 도입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로 크게 환영한다.

채무자대리인을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해 필자는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고 줄기차게 주장했었는데 그 주장대로 ‘변호사, 법무법인, 법무법인(유한), 법무조합만이 채무자대리인을 할 수 있도록 입법한 것은 잘 된 입법이다.

하지만 도입된 채무자대리인제도는 아쉬운 점도 많다. 변호사 채무자대리인 제도가 도입됐는데 그 적용범위가 협소한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 채무자대리인 제도의 도입에 반대의견이 있었는데 채무자들의 ‘모럴헤저드’를 조장한다거나 혹은 금융기관 등이 경영의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것이었다. 이런 반대의견들의 결국 채무자대리인제도의 적용범위를 극히 좁히는 것으로 반영됐다.

개정된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을 살펴보면 신설된 제8조 제2항에서 ‘채권추심자가 채무자대리인을 선정하여 서면으로 통지하면, 채권추심자는 채무와 관련하여 채무자를 방문하거나 통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채무자의 동의를 얻었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예외로 규정했다.

문제는 이 예외규정 외에도 ‘채무자대리인제도’의 적용을 배제하는 광범위한 예외를 규정했다. 채무자대리인을 선임하고 통지를 해도 여전히 채무자에게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자로 법 제8조 제2항 각호에서 여신금융기관, 신용정보회사, 자산관리자, 일반금전대여채권자, 이들에게 고용되거나 위임받아 채권추심을 하는 자들을 규정했다. 결국 채무자대리인제도의 적용을 받는 자는 대부업자나 혹은 채무자로부터 직접 채권양도를 받은 개인 정도이며, 90% 이상이 예외에 해당한다.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며 적용범위를 이렇게 과도하게 제한한 것은 문제이다.

첫째, 이런 광범위한 적용범위의 제한은 채무자대리인제도 도입취지에 반한다. 채무자대리인제도는 근본적으로 채권자와 채무자간 소극적인 균형을 실현하려는 제도이다. 소송이 ‘결투모델’이라면, 추심은 ‘사냥모델’이다. 채권자는 경제적, 심리적 강자이며, 채무자는 약자이다. 채권자는 채권추심을 위해 변호사, 법무사, 신용정보회사의 위임직채권추심원 등의 도움을 받아 모든 자원을 사용하지만, 채무자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며 일방적으로 쫓기는 사냥감과 같다. 채무자대리인은 이렇게 열악한 지위인 채무자에게 소극적으로 직접 접촉을 차단하고, 조력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제도이다. 채무자대리인이 개입하여 균형을 맞추고, 적절한 도움을 줄 경우 사적교섭에 의한 채무의 해결도 활성화될 수 있다. 하지만, 채무자대리인제도의 적용범위가 좁으면 채무자대리인제도의 도입 의미가 사라지고 만다.

둘째, 채무자대리인제도는 불법채권추심을 근절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채권추심업체들은 그동안 채무자와 채권자간의 불균형에 편승하고, 이를 이용하고 심화시키면서 추심을 해 왔다. 채권추심자로서의 강자의 위치를 이용하여, 물리적, 심리적으로 채무자를 압박하며, 합법과 불법사이를 줄타기하며 추심을 해 왔다. 지금도 채권추심업체가 시효가 지난채권, 면책을 받은 채권 등에 대한 무차별적 불법추심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채권자와 채무자간 불균형 때문이다. 채무자대리인이 채권자와 채무자간 균형을 맞출 때 불법추심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 물리적인 수단에 의존하는 불법채권추심을 근절하고, 공정채권추심을 하는 풍토를 위해 채무자대리인제도가 도입되었다면 채무자대리인제도는 채권추심의 대부분이 경우에 적용돼야 한다.

셋째, 채권추심업체들의 채무자대리인제도에 대한 두려움은 근거가 없다. 채무자대리인제도가 도입되면 채권추심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두려움이 여신금융기관, 신용정보회사, 자산관리자들에 대해 적용예외로 반영돼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채무자대리인제도가 시행되었지만 ‘채무자대리인제도’로 인해 채권추심업체가 경영이 어렵단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채무자대리인 제도의 전면적인 적용이 오히려채권추심관행을 선진화하고 불법채권추심관행을 근절하며, 공정채권추심의 풍토를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나는 채권추심전문변호사로 채권추심업계에 큰 획을 긋는 ‘채무자대리인제도’의 도입을 환영한다. 하지만 채무자대리인제도를 도입하며 적용범위를 협소하게 규정한 것은 아쉬우며, 장기적으로 입법적인 개선을 기대한다. ‘채무자대리인제도’는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균형을 맞추며, 사적교섭에 의한 채무해결을 촉진하고, 불법추심을 근절하며, 새로운 차원의 공정채권추심풍토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므로 ‘채무자대리인제도’는 모든 채권자에 대해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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