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장 프로골퍼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정형편이 어려웠습니다.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서 살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다행히 그녀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일구월심 바랐던 투어에서 우승을 하게 됐고 이제 남은 숙제는 스폰서를 유치하는 일이었습니다. 헌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선수의 가치는 충분한데 막상 아버지가 다혈질이라 기업의 입장에서 고민이 깊었습니다.

딸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면 육두문자를 쓰며 화를 낸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입니다. 몇몇 기업이 스폰서를 하려다 뒤로 물러나는 곡절이 반복됐습니다. 막힘은 곧 열림을 예시하는 것인가요? 천만다행으로 후원하겠다는 기업이 나섰고 대신 아버지에게 약속을 받았습니다. 딸을 위해 신중하게 처신하라는 다짐 말입니다.

다른 골퍼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는 딸의 일에 관여를 하지 않고 대신 어머니만 갤러리로 따라다녔습니다. 이유는 딸의 성적이 나쁘면 괜히 화가 나더라는 겁니다. 그 이후 자식에게 상처를 줄까봐 일체 시합장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일본투어 시드권을 획득한 것입니다. 108홀의 혈전을 치르고 얻은 결과니 서광이 비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사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인가요? 아깝게도 우승을 못하고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아버지 입장에서 왜 아쉽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딸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해주며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수고했다고.

US오픈에서 우승한 저스틴 로즈(영국)는 마지막 18홀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너무도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우승한 그날이 바로 미국의 6월 셋째 주 일요일 ‘아버지의 날’이었습니다. 자신의 주머니에 새끼를 부화하고 독립시키는 수컷 해마(海馬)의 삶은 늘 고단합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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