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에 해야 할 일 다 하고 다른 사람들을 깨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는 자명종을 몇 개씩 틀어놓고도 잘 일어나지 못하다 허둥지둥 겨우 회사에 도착하는 사람이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생체의 여러 중요한 리듬 중에 하나가 24시간 주기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다. 이 리듬은 크게 두 가지, 몸 안에 있는 내적 시계와 외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외적 시계에 의해 조절된다.

우리 몸 안에도 이런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시계가 있는데, 이는 대뇌의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이라고 하는 곳에 있는 내적 생체 시계에 의해 조절된다.

외적 시계는 ‘자이트게버(zeitgeber)’라고 부르는데 외적인 시간 신호, 즉 햇빛의 강도와 해의 위치, 식사, 업무 시간, 기상 시간 등이다.

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생물들은 태양의 24시간 주기에 영향을 받고 살아간다. 아침에 해가 뜨면 일어나 사냥을 나가고 밭을 일구어야 하고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돌아와야 했다. 남편과 애들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아침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각자 일정한 시간에 기상해야만 한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실제 생체리듬 주기가 24시간보다 약간 긴 24.8시간이라는 것이다. 즉, 인간은 원래 태양의 24시간 주기보다 약간 긴 일주기 리듬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가 태양의 주기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자신 원래의 생체 리듬을 앞당겨야 하는 고통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생물체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를 거듭해왔지만 인간의 생체 리듬 시계는 아직 진화가 덜 된 모양이다.

인간의 일주기 리듬은 개인차가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아침, 낮에 활동적인 아침 활동형(morning type)인 반면 어떤 사람들은 저녁, 밤에 활동적인 저녁 활동형(evening type)이 있다.

케르코프라는 학자는 아침 활동형과 저녁 활동형 사람들은 취침과 기상 패턴, 체온, 호르몬 수준 등의 생리학적 리듬과 감정 및 행동 등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고 하였다.

인간 수면의 일주기 리듬은 습관과 많은 관계가 있어 한번 습관이 들면 고치기 쉽지 않다. 인간의 생체리듬 주기가 24시간보다 길기 때문에 취침/기상 시간을 조금씩 늦추는 것은 쉬우나, 앞으로 당기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저녁 활동형 습관을 아침 활동형 습관으로 바꾸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는 매일 1시간씩 취침/기상 시간을 늦추는 것이다. 기존 습관 시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1~2주 후면 자신이 원하는 취침/기상 시간을 가질 수가 있다.

인간의 일일 평균 수면 시간은 나이가 듦에 따라 줄어드는데, 20대의 약 7.7시간에서 50세가 넘으면 6시간 이하로 줄어든다. 나이가 젊을수록 더 많은 수면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저녁형 사람일수록 더욱 고통스럽다.

국내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떤 연구에 의하면 저녁 활동형 대학생이 아침 활동형 대학생보다 5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저녁 활동형 학생들이 아침 활동형 학생들에 비해 우울 정도가 더 높고, 대학 생활 적응도는 더 낮으며, 아침 식사 회수도 훨씬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학점은 아침 활동형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즉 아침 활동형이 더욱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학업 수행 능력도 더 우수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동요 중에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외국 속담에 ‘새도 일찍 일어나야 벌레를 잡는다(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라는 구절이 있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을 ‘early bird’라고 부른다. 즉, 아침형 인간이 인생에서 성공할 확률이 더욱 높을 것이다.

정신과적인 수면장애 중에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라는 것이 있는데, 수면각성 주기가 일주기 리듬과 동조되지 못하여 나타나는 수면장애로서 특히 순환 근무자들, 즉 간호사, 항공사 승무원, 보안 요원, 야간 당직자 등에서 잘 발생될 수 있다. 이런 수면 장애의 치료는 광선 치료, 즉 햇빛을 쬐는 것이 중요한데, 낮에 특히 아침 일찍 해를 쬐는 것이 더 좋다. 한편, 우울증 환자의 치료에 광선치료가 이용되기도 한다.

현재 인간은 태양의 주기 24시간보다 더 긴 내적인 주기를 갖고 있다.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를 해가는 과정에 아직 우리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기술의 발달로 밤에도 낮처럼 환한 현대의 환경 내에서 인간들은 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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