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제도 문제 보완하는 제도 마련 vs 어렵게 도입한 로스쿨 자리잡게 도와야
대한변협 노철래 의원 공동주최 법조인양성제도 토론회에서 다양한 의견 나와

신규법조인 선발방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로스쿨뿐 아니라 서민을 위한 사다리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09년 변호사시험법을 통과시킬 당시 2013년 예비시험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사법시험-로스쿨 병행, 로스쿨-변호사 예비시험 도입, 로스쿨만 운영(사시 완전 폐지) 세 가지 의견으로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 도입’,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의 ‘사시존치’를 골자로 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며,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대한법학교수회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반면 로스쿨 제도가 어렵게 도입된 만큼 ‘사시존치’ 등으로 로스쿨을 흔들 것이 아니라 로스쿨의 성공적인 정착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변협과 노철래 의원은 지난 20일 ‘신규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법조인 선발 및 양성에 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신평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대한변협 이정호 부협회장과 경찰대 법학과 이관희 교수가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이 밖에도 오원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 최재봉 법무부 법조인력과 검사, 고윤기 서울회 사업·인권이사,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주환 홍익대 법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사법시험 존치해야 = 그간 대한변협은 사법시험 존치 또는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 도입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주제 발표를 맡은 대한변협 이정호 부협회장은 “대부분 로스쿨은 입학과정에서 영어성적, 출신대학 학부성적, 법학적성시험 그리고 당일 이뤄지는 면접성적 등을 주요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는데, 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생계와 학업의 병행으로 인해 사회활동경험 등을 고려하는 면접에서 불리할 뿐더러 학부성적을 잘 받기도 어렵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로스쿨의 저소득층·사회배려대상자 특별전형 선발규모는 2009년 123명, 2010년 116명, 2011년 124명, 2012년 134명, 2013년 128명으로 전체 정원 2000여명 중 6%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가난한 신분으로 위장하거나 자격미달자가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로스쿨에 들어가는 1년 학비는 국립대 1052만원, 사립대 2075만원으로 생활비 교재비까지 고려하면 3년간 6000만원에서 1억원을 지출해야 한다. 반면 사법시험의 경우 학원비 생활비 교재비로 3년간 3000만원 가량을 쓰며, 대학고시반을 이용할 경우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로스쿨을 마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보다 최소 2배 이상의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이다.

또 “사시존치는 로스쿨 제도의 완전한 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론이나 로스쿨 제도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는 시기상조론도 있으나, 2009년 당시 충분한 여론 수렴과 논의도 없이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고 또 사법시험 폐지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동일한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걷어찬 희망의 사다리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 무르익은 이 시점에서 졸속입법의 산물인 사법시험 폐지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다.

고비용만이 로스쿨의 문제는 아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관희 경찰대 법대 교수(대한법학교수회 회장)는 한국 법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우려했다.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 로스쿨에 입학해 동일한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비법학사와 구분해 교육하고 있지 않은데다 로스쿨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법학사 출신 선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대안으로 법학사와 비법학사를 나눠 교육할 것을 건의하면서 법학사의 경우 우리 법체계에 대한 기본 소양을 바탕으로 2년동안 각 로스쿨의 특성화 과목과 실무를 익히고, 비법학사는 법률기초이론과 실무를 익혀서 천천히 학부 전공을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교육할 것을 제안했다.

또 변호사 예비시험은 로스쿨 교육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로스쿨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더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며 사법시험을 존치할 것을 주장했다.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의 문제점 = 박영선 민주당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1월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도 변호사 예비시험을 치르고 대체법학교육기관에서 3년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로스쿨 진학이 어려운 사람에게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는 취지로, 국회 법사위는 오는 25일 법안심사1소위를 열고 동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정호 부협회장은 “경제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로스쿨과 동일한 3년의 교육을 받도록 돼있어 수험생의 부담이 크고, 어떤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진행할지 또 교육내용은 무엇이 돼야 하는지 등 복잡한 문제들이 미정인 상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또 변호사 예비시험이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2012년 예비시험을 통해 신사법시험에 합격한 58명 중 대학생이 26명, 법학전문대학원생이 8명이었으며, 예비시험 응시자 중 로스쿨 재학생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쿨 통한 법조인 양성으로 단일화 해야 =  반면 토론자로 참석한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 갓 5년을 넘겼을 뿐인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당연히 완벽한 제도가 아니며 보완하고 보충해야 할 점도 많다”며 “하지만 정확한 통계자료도 없이 일부 언론의 가십성 기사와 루머만으로 현대판 음서제, 돈스쿨, 부정입학 등의 낙인을 찍는 것은 적어도 실체적 진실을 중시하는 법률가라면 삼가야 할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각종 통계에서 보듯 사시는 평균 합격률 3% 전후, 합격연령 30세 전후, 수험기간이 5년 이상인 시험”이라며 “지금 필요한 일은 몇몇 극소수의 신화적인 합격수기를 기반으로 한 로스쿨 흔들기가 아니라 어렵게 출범한 로스쿨의 정착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좀 더 신중한 논의 필요하다 = 이 밖에도 법조인 선발방식 변경에 관한 결정은 좀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었다. 오원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과 동시에 사법시험을 폐지하기로 한 입법목적은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전문법조인을 법률이론과 실무교육을 통해 양성하고, 법학교육을 정상화하며, 과다한 응시생이 장기간 사법시험에 빠져 있음으로 인한 국가인력의 극심한 낭비와 비효율성을 막기 위한 취지’에 있다”면서 “이러한 입법자의 결정은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랜 논의 끝에 법전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과 변호사시험법이 입법화되고, 2011년부터 법전원에서 졸업자가 배출되고 있는 상태에서 새 제도에 관한 평가를 하기에 이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으므로, 대안을 모색하기 전에 좀 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노철래 의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해 조만간 ‘사시존치’를 골자로 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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