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을 맞아 봄기운이 돌며 만물이 생동하는 이 시기에 오히려 주부들에게 새 학기를 맞으며 시름시름 앓게 되는 소위 ‘빈 둥지 증후군’이 나도 모르게 찾아올 수 있다. 특히 작년에 고 3 엄마로 수능 수험생 뒷바라지를 하느라 애쓰다 새 학기에 자식을 대학에 보내놓은 주부들에게서 더욱 빈번히 나타날 수 있다.

빈 둥지 증후군은 말 그대로 보금자리라 여겼던 가정에 자식들이 떠나가면서 ‘빈 둥지’만 남으면서 생기는 것으로서, 영어로 ‘empty nest syndrome’이라고 부른다. 특히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주부가 자기 정체성 상실을 느끼는 심리적 현상으로 우울증의 일종으로 생길 수 있고, 특히 요즘처럼 새 학기에 많이 나타날 수 있다. 남편은 바깥일에 골몰하느라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하고, 자녀를 위해 혼신을 다해 뒷바라지를 하면 할수록, 자신을 희생한 후에 돌아오는 상실감만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빈 둥지 증후군은 흔하게 불면증이 나타나고, 특별히 신체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여기저기 몸이 아프고, 특히 두통이나 어깨 통증 등이 나타난다. 또한 소화도 잘 안 되고, 자주 가슴이 답답하고, 입맛도 없고, 체중이 줄고, 성욕도 떨어지고, 기운이 없고 쉬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인지적인 증상으로는 의욕이 없이 만사가 귀찮고, 뭘 해도 재미가 없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다 내 잘못인 것 같이 괜한 죄책감이 들고, 주의 집중력이 떨어져 건망증 등이 생기기도 한다.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우울하고 무기력해지고, 정서적인 불안정으로 감정 조절이 쉽지 않아 갑자기 화를 내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적 상실감과 시간적 공허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에 대한 연민과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중년 여성들의 건강염려증이나 성형 수술을 들 수 있다. 또한 여가 시간의 증가에 따라 글쓰기와 독서에 관심을 갖기도 하는데, 이에 따른 여성 독자층의 증가는 여성 작가의 작품 또는 여성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해가는 페미니즘 계열의 작품이 잘 팔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빈 둥지 증후군을 해소하려는 미봉책으로 늦둥이를 가지려 하기도 하고 심리적 상실감을 견디지 못해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정신적 위기는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하지 못한 사회에서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빈 둥지 증후군의 원인은 우울증의 기본 심리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상실감’ 즉 ‘loss’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애정과 관심 등 에너지를 더 많이 쏟았던 대상이 사라질 경우에 그 에너지가 갈 곳을 잃어 빈 둥지 증후군이 생긴다. 결국 이런 스트레스가 뇌의 호르몬이라고 하는, 즉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 기능의 균형을 깨트려 여러 증상들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발생한 ‘빈 둥지 증후군’의 심각성에 대해 대부분의 주부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더군다나 증상이 두통이나 어깨 통증 등 신체 통증을 동반하다 보니 이런 증상이 나타나도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질병에서도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 치료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듯이 빈 둥지 증후군에서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만약 오래 방치하면 증세가 심각해져 자살 충동 및 자살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위에 열거한 여러 증상들이 거의 매일 2주일 이상 계속해서 나타난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전문적인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빈 둥지 증후군’을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큰 애정과 관심을 쏟았던 대상에 대한 에너지가 갈 곳을 잃게 되어 생기는 것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 대상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집안 살림, 자녀 교육, 남편 뒷바라지 등에 쏟았던 에너지가 이제는 새로운 관심과 애정을 기울일 수 있는 일로 옮겨져야 하는 것이다. 이 때 남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부부가 함께 취미를 갖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여가 생활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사회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이제부터 인생이 다시 시작이다, 오히려 자식들로부터 해방되었다’라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빈 둥지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 앞으로 닥칠 상실감에 대비하여 미리부터 남편과 자식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일들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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