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잘되라고 한 부모의 체벌! 아이는 무엇을 배울까?
잘못을 한 아이에게 부모가 매를 든다. ‘사랑의 매’ 또는 ‘합리적 체벌’을 하면서 아이가 다시는 매맞지 않을 방법을 배우기를 바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이는 잘못을 하지 않는 것을 배우기보다는 누군가가 잘못을 할 때는 ‘때려라’를 먼저 배운다. 때리는 것을 의사소통의 한 방법으로 받아들인다. 뿐만 아니라 많은 부작용이 그 뒤를 따른다.

2012년 10월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학대 건수는 2001년 2105건에서 2011년 6058건으로 무려 3배나 증가했다. 아동학대의 전체 사례 중 86.6%는 가정에서 이루어졌고 그 중 83.1%는 부모에 의한 것이었다.

1962년 켐프(C. Kempe)가 아동이 부모나 형제자매로부터 신체적인 학대를 반복해서 받아 생긴 증상들의 총칭을 ‘매맞는 아이 증후군(battered child synd rome)’이라고 정의한 이래로 여러 나라에서 발표한 아동학대 유형 중에서 신체적 학대는 국가나 시기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매맞는 아이 증후군의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때린 이유를 물으면 그냥 화풀이로 때렸다는 부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가 끊임없이 울어서, 장난이 지나치게 심해서, 반항 행동을 바로잡아 주려고, 저렇게 행동하다가는 사회에서 낙오될 것 같아서… 학대를 인정하는 부모는 없다! 나아가서는 부모 좋자고 그런 행동을 했겠느냐고, 다 아이 좋으라고 한 행동이라고 강변한다.

미국 툴레인 대학 심리학과 테일러(C. Taylor) 교수는 3살 무렵 부모에게 매를 맞은 아이가 5살이 되었을 때 매를 맞지 않은 아이보다 공격성을 50% 이상 더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공격성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1살 때 매를 맞은 아이는 3살 때 인지능력도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듀크 대학의 발달심리학자 벌린(L. Berlin, 2009)이 발표했다. 미국 뉴햄프셔대학교의 사회학과 교수 스트라우스(M. Straus, 2009)박사의 청소년 추적연구에 따르면 2~9세 때 매 맞은 아동은 4년 후 평균 5점 정도의 지능지수 하락을 보여주었다.
더 나아가 매맞는 아이가 자라서 싸움 잘하고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2009년 미국 오하이오 대학 조나단 베스파(J. Vespa) 교수 팀이 3세대에 걸친 양육방법의 대물림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 있다. 베스파 교수는 1979년 연구 시작 당시 14~22세였던 사람들 1133명을 대상으로 1996까지는 매년, 1996년부터 현재까지는 2년마다 한번씩 만나면서 조사 연구를 진행 중이다. 더불어 이들에게서 태어난 자녀들과, 자녀들의 자녀들이 자라 부모가 됐을 경우 자녀를 어떻게 기르는지도 관찰조사하고 있다.

중요 연구 사항은 한 주당 체벌 횟수, 한 주당 애정표현 횟수, 한 주당 책읽어주기 횟수 등이다. 세 가지 행동 모두 자녀는 부모의 행동을 따라하는 경향성이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매를 맞은 자녀는 자신의 자녀에게 매를 드는 비율이 맞지 않고 자란 자녀에 비해 150% 이상 높았다.

2008년 미국의 아동질환기록(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우울증과 배우자와의 가정 폭력이 모두 있는 엄마는 2명 중 1명 꼴로 아이를 때리고, 우울증이나 가정 폭력 중 한 가지 문제가 있는 엄마는 3명 중 1명 꼴로 아이를 때리고, 우울증과 가정 폭력이 모두 없는 엄마는 4명 중 1명꼴로 아이를 때렸다. 우울증과 가정 폭력이 모두 없는 엄마와 비교했을 때 두 가지 문제가 모두 있는 엄마는 250%나 더 아이를 체벌했다. 우울증만 있는 엄마는 60% 더, 가정 폭력만 있는 엄마는 50% 더 때렸다.

엄마가 아이를 때리는 이유는 아이의 행동과는 상관이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 2013년 국회 아동학대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벌어졌고, 그 가정의 부모는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신체적 문제를 지닌 상태였다.

혹시라도, 아이를 때렸는데 맞은 아이가 ‘정신을 차리고’ 변화했다면 그나마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옳은 방향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처벌은 학대나 폭력과 다르지 않다. 사랑하는 자식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사랑하는 자식을 학대하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단지 잘못된 방법으로 사랑하는 부모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부모 뒤에는 잘못된 방법을 방조하는 가정과 사회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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