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란 드라마가 올 겨울 대히트를 쳤다. 1994년 서울 신촌 하숙집을 배경으로 촌(?)대학생들의 눈물겨운 상경기와 더불어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불륜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 요즘, 매회 잔잔한 감동과 더불어 안방에 웃음을 전해 모든 연령층의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 14%대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덕분에 무명급 배우였던 정우(쓰레기 역), 고아라(성나정 역), 유연석(칠봉이 역), 김성균(삼천포 역), 도희(조윤진 역) 등 대부분 출연진이 스타덤에 뛰어올랐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론 프로야구, 서태지, 삐삐 등 1990년대~2000년대 초반의 사회 문화적 코드까지 더해져 볼 때마다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응답하라~’를 볼 때마다 뱃속을 괴롭히는 추억의 음식 하나가 있었다. 바로 ‘계란이 동동 뜬 냄비우동’이었다. 사회 초년병 시절만 해도 ‘계란이 동동 뜬’이란 문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그건 냄비우동이 아니라 쌍화차였다. 다방의 쌍화차, 그것도 마담이나 미스킴의 손맛이 가미된 쌍화차. 그 당시 계란노른자가 동동 뜬 쌍화차는 ‘자양 건강차’의 대명사격으로 나이든 어른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사실 몸에 좋다면 독이라도 마시는 취향이라 여러 번 마셔봤지만 계란노른자가 뜬 쌍화차는 별로 달갑지 않았다. 미끈거림, 느글거림으로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다.

그런데 계란이 올라간 냄비우동은 달랐다. 먹을 때마다 진한 감동으로 기억된다. 펄펄 끓고 있는 우동 위에 얌전하게 올라앉은 계란 하나. 부드럽게 익은 흰자 속에 더운 기운을 품은 노른자.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떠올려 한입에 털어 넣기도 하고, 뜨거운 국물에 확 풀어 마시기도 하고, 그대로 살살 익혀 우동면발이나 웃기를 찍어먹기도 했다.

그런 냄비우동을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디론가 사라져서다. 그런데 얼마 전 ‘응답하라, 계란이 동동 뜬 냄비우동’의 응답을 얻어냈다. 서울시청 근처의 유림면(02-755-0659)이란 곳에서다. 원래 메밀국수 전문점인데 ‘냄비국수(7000원)’란 메뉴명으로 계란이 올라간 우동을 50년 넘게 팔고 있었단다. 국물과 면이 일본식우동을 닮았다. 국물은 살짝 달면서 깊고 차분하다. 면은 오동통, 씹고 끊는 맛도 있다. 계란 하나에 큼직하게 썬 어묵, 쑥갓, 유부 등이 웃기로 올라가 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뜨거운 냄비우동 한 그릇 후루룩 흡입해 몸을 데우고 봄 새싹을 맞을 일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