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위촉…중립적인 입장서 권고 의견 마련
법전원協과 업무 협약…로스쿨생 대상 교육 강화
법조윤리헌장 제정 추진…개인 및 단체 협조 요청

 


수임 비리부터 사기에 이르기까지 변호사 윤리 및 품위유지 규정 등을 어겨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는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비 변호사들이 윤리시험에서 집단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돼 국민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과부하인 법률시장으로 인해 발생한 생계형 법조인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실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사무실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변호사들이 많아지고 있고, 이들이 수임경쟁시장으로 떠밀리다보니 윤리적, 법률적 문제에 둔감해 진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선진화되어 감에 따라 법에 대한 수요와 함께 국민의 법조 윤리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법조윤리 확립과 건전한 법조풍토 조성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더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올바른 법조윤리의식을 고취하고, 법조윤리 관련 법령·정책·제도·관행의 개선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법조윤리협의회 이홍훈 위원장을 만나 현시점의 문제점과 이를 타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법조윤리는 최소한 법조인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윤리의식과 철학, 양심입니다. 물론 스님이나 신부님과 같은 수준의 윤리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법조윤리는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할 부분입니다.”

법조윤리협의회 이홍훈 위원장은 법조윤리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말로 운을 띄웠다. 법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회를 평화롭고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 생긴 것이기에 서로가 베풀고 양보한다는 생각으로 법을 만들고 지켜나간다면 윤리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법조윤리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고 있자니,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필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어디 현실이 이와 같을 수 있겠는가. 사회 정의를 실현하겠다며 법조계에 첫발을 들여놓았다가도 세월이 흐르고 초심을 잃을 때쯤이면 공익과 도덕성에 대한 의지도 무뎌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연수원 4기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법원도서관장, 제주지법원장, 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 대법관을 거쳐 2011년 6월 퇴임하기까지 35여년간 법조생활을 하면서도 법과 윤리에 대한 그의 철학은 스스로를 지탱해 준 원동력이 돼줬다고.

“법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도 갈등과 대립보다는 양보와 배려가 넘치는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들고자 함이었습니다. 물론 갈등도 있었습니다. 판사 재직시절 생활이 어려워 사표를 쓸까 고민도 해봤고 주변의 유혹도 많았지만 모든 국민이 어려웠던 유신시절에 판사직을 맡은 만큼 판결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초석을 마련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그 자리에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절에 자신의 철학을 앞세워 법조인의 자존심을 지켜온 그이지만 지금의 현실은 사실 팍팍해도 너무 팍팍하다는게 이 위원장의 말이다.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변호사들은 일자리 구하기에 급급하고, 유지조차 안 되는 사무실이 속속 생겨나고 있으며, 유사직역간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리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현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치열한 경쟁을 손꼽았다. 따라서 변호사들이 사회적으로 좀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예컨대 사건 분쟁 예방 차원에서 계약서를 검토하는데 변호사가 관여할 수 있도록 하고,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에도 법률적인 자문을 받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일자리를 더욱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사후적인 분쟁을 예방해 결국 사회적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이처럼 이 위원장은 법조윤리를 앞세워 변호사 개인의 비리를 비난하기에 앞서 법조윤리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이 위원장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법조윤리 확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7월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기존의 법조윤리위반사범에 대한 징계개시신청이나 수사의뢰 위주의 활동을 넘어서 법조윤리 확립을 위한 법령제도 및 정책 협의,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법조윤리협의회는 개인이나 단체의 비리를 다루는 과정에서 법령이라는 잣대를 적용한 징계개시신청이나 수사의뢰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사회 통념적이거나 현상을 반영할 수 있는 법조 윤리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왔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지난해 11월 자문위원을 위촉한 바 있습니다.”

이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법조윤리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구성된 자문위원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종사자 등 14명으로 구성됐으며, 법조윤리위반 현상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논의하고, 권고의견을 표명해 법조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에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업무협약식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향후 대거 사회에 진출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게 실효성 있는 법조윤리를 교육하기 위함이라고 이 위원장은 설명했다.

“점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사회에 진출하게 되고 법조인 중에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상대로 실효성 있는 법조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됐습니다.”

이 외에도 이 위원장은 발로 뛰는 교육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한양대 및 전북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예비 법조인 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화우의 공익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후배 법조인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예비 법조인 및 현직 변호사들의 윤리의식 고취에 앞장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현실과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고 이 위원장은 말했다. 그 중 하나가 법조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덕목이나 가치를 정립해 법조인으로서 사명감과 자부심을 부여해 주고자 한다고.

특히 이 위원장은 개인과 집단의 이익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법조인이라면 최소한 지켜야 할 덕목에 관해 각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가칭 ‘법조윤리헌장’ 제정을 추진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사실 법조도 법원, 검찰, 변호사로 분류돼 있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도 대형 로펌, 중소 로펌, 개업변호사, 사내변호사 등으로 나눠져 있어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소지가 있습니다. 비록 법관윤리강령, 검사윤리강령, 변호사윤리장정 등 개별적인 윤리강령이 있긴 하지만 개별 윤리강령일 뿐 법조인을 다 포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법조윤리헌장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법조인들은 물론, 법원, 법무부, 대한변협 등 관련 기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다. 이에 이 위원장은 법조윤리 확립을 통해 법조계가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많은 법조인들이 관심과 협조를 해주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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