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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제목

<유중원 대표 단편선> 영현병, 김재수 하사

닉네임
유중원 변호사
등록일
2018-09-08 13:36:51
조회수
730
영현병, 김재수 하사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귀신들이 온다.
바람에 불려 말을 타고 구름을 차면서
땅에서는 풍악이 일고 우는 듯 흐느끼는 듯
비파 소리 늴리리 피리 소리.
무당은 가을을 밟고 사르르 치마를 땅에 끌어 춤을 춘다.
계수나무 잎사귀 바람에 떨며 열매는 떨어지고
살쾡이는 피를 토하며 울고 여우는 겁에 질려 죽는다.
웃음소리 푸른 불빛 둥우리에 사위롭다.


나는 지금도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열대병에 걸려서 나트랑에 있는 102 야전병원에 40여 일간 입원하여 생사의 기로를 헤맨 일이 있었다. 간호 장교의 설명에 의하면 처음에는 온몸이 불덩어리가 되었다가 열이 조금 식으면 다시 열병인 것처럼 발작적으로 오한이 엄습하여 전신경련을 일으켰다. 그때 까무러치며 무의식중에 마구 헛소릴 내뱉는 것이고 무언가를 한참 동안 웅얼거린다는 것이다.
내 몸은 계속해서 번갈아 찾아오는 불덩어리와 발작적 오한 때문에 근 보름 동안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오직 수액과 진통제 종류의 알약과 주사에 의지하고 있었으므로 몹시 피폐해졌다. 의식은 가끔 돌아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혼미한 의식 속에서 환청, 환각, 착란, 망상에 시달렸다.
열대지방의 늦은 오후.
화장터 건물은 야전병원에서 조금 떨어진 숲으로 우거진 작은 언덕 위에 숨겨져 있었다. 화장터는 원래 언덕 밑 아래쪽에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크고 작은 개미 떼들이 너무 많이 몰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자리로 옮긴 것이다. 원래 자리에는 미군 부대와 한국군이 내다 버리는 엄청난 쓰레기로 뒤덮여있었고 파리 떼가 새까맣게 몰려들었다.
병원에서 바라보면 오후 늦게 또는 석양이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우뚝 솟은 화장터의 드럼통을 잘라 붙여서 콜타르로 검게 칠한 굴뚝에서 죽은 병사의 시체를 태우면서 나오는 하얀 연기가, 가냘픈 연기가, 슬픈 연기가, 영혼을 상징하는 연기가 곧게 피어올라 하늘로 올라갔다.
가끔 바람에 실려 시체 타는 냄새가 병원까지 날아들었다.
시체는 헬리콥터에 의해 전선에서 연병장으로 옮겨지면 가운데 부분에 길고 굵은 지퍼가 달린 2미터가량 긴 국방색 자루에 담겨졌고, 그 자루에는 군번과 계급, 이름을 적은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무슨 화물처럼 트럭에 실려 영현부대 화장터로 운반되었다.
영현병이었던 김재수 하사는 화장터에서 혼자 소각로를 담당했다. 행정적 처리는 별도 사무실에서 영현부대의 장교와 행정병이 담당했지만 그는 누구나 싫어하는 시체 태우는 일을 했다.
항상 술에 얼큰히 취해서 불콰한 얼굴로 시체들을 잘 태우기 위해 기다란 쇠꼬챙이로 타다 남은 살점과 뼈들을 뒤적여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더 깊은 소각로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나 암암리에 김 하사에 대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열대지방의 우기에 접어들면 몇 달 동안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는 날이 계속되고, 그 우울한 날에는 그는 어김없이 노릿노릿하게 구워진 주로 종아리 살점을 안주 삼아 술을 통음한다는 것이었고, 술에 만취하고 나면 무어라고 계속 웅얼대면서 장대비 속을 몽유병자의 몸짓으로 몇 시간씩이나 흐느적거리며 동생을 찾으러 다닌다는 것이다.
진짜 알코올 중독자라는 소문도 돌았고, 알코올 중독자는 대부분 폐울혈로 죽기 때문에 그도 끝내 폐울혈로 죽게 될 것이라고 쑥덕거렸다. 병원의 위생병과 일부 입원 환자들 사이에서 그렇게 입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얼굴에 마맛자국이 조금 남아 있고 다친 머리에는 붕대가 단정하게 돌려있는 외과병동의 박 상병으로부터 들었던 것이다. 그는 백마 30연대 52포병대대 소속이었다. 그는 다 나았는데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퇴원을 미루고 싶어했지만 외과병동은 항상 빈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조만간 원대복귀할 예정이었다. 우리는 가끔 만나서 이러저러한 무의미한 잡담을 나누었다.
그가 말했다.
“잠깐만 내 얘기를 들어보라구. 정신이 아주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더구만. 반쯤 미쳐버린 거지. 맨날 시체만 상대하니까 그럴 수도 있어.”
“누가 그걸 본 사람이 있어?”
“소문이 그렇다니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어!
그러니까 숲속에는 얼씬거리지 말라구. 참새처럼 큰 나비 떼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니까 으시시하다고 하더군. 그런데 밤이 되면 그것들이 귀신으로 변한다는 거지. 그렇지 않다면 귀신이 낮에는 나비로 변신해있는 거지.”
내가 상당히 회복되고 난 후, 드디어 내가 혼자 걸어서 화장실과 세면장까지 갈 수 있을 만큼은 회복되었을 때, 맑은 공기를 쐬기 위해 병원 주변 숲속을 어슬렁거리다가 갑자기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사람인 그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때 너무 외로웠으니까 몸을 추스르고 답답한 병동 밖으로 나가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문득 그를 만나고 싶다는 호기심이 일었다. 나는 시원한 바람도 쐴 겸 정신적이건 육체적이건 너무 혼란스러웠으므로 진지한 말동무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박 상병의 말을 전혀 개의치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를 만나면 직접 물어보고 싶었던 몇 가지 질문은 그를 만나고 나서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중간 키에 의외로 균형잡힌 탄탄한 몸매를 하고 있었다. 덥수룩한 머리칼이 넓은 이마를 덮고 있다. 처음 만난 순간 맑은 눈빛으로 찬찬히 뜯어보듯 바라보았다. 그는 전혀 어둡고 답답하다는 인상을 풍기지 않았다. 나는 어느 정도 괴물처럼 생긴 인간으로 미리 단정하고 있었는데 내심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아도 식인종처럼 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눈은 하나밖에 없고 치즈나 우유를 주로 먹고살다가 가끔씩 사람 고기로 포식하는 외눈박이 거인 퀴클롭스는 절대 아니었다.
그는 처음 갑자기 조우했을 때의 당혹감을 어느 정도 떨쳐 낸 듯 보였다. 하얀 환자복을 입은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초라한 내 모습을 보고 경계감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가 말했다.
“쫄병…… 어디 소속이야?”
“백마 30연대입니다.”
“네 이름을 물어보지는 않겠어. 지금 당장은 알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병명이 뭐야? 작전에서 당한 것 같지는 않은데…….”
“의사도 모른대요.”
“의사가 병명도 모른다고? 네가 꾀병 부리는 거 아냐. 조기 귀국하려고…….”
“그건 아니에요. 죽다 겨우 살아났거든요. 그러다가 결국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꼴을 보니까 그런 것 같군.”
“제 모습이 그렇게나 불쌍해 보이나요?”
“그러면…… 내가 사람 잡아먹는 괴물처럼 무섭게 보이나? 그런가? 괴상한 소문을 들었을 거 아냐? 두렵지 않았어? 어떻게 여기까지 올 생각을 했어.”
“전 상관 안 해요. 그런데 소문하고는 다른데요. 왜 그런 헛된 소문이…….”
“온갖 추측과 억측을 하였겠지. 소문이란 게 그런 거야. 터무니없거든. 우리…… 자주 만나자고. 화덕을 보여줄 수 있어. 거기는 나 혼자밖에 없으니까. 무서워서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거야. 귀신은 나오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구. 귀신은 내가 밤에 혼자 있을 때만 나타나는 거야.”
“그래도……무서워요.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데도 말입니다. 여기서는 죽음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맨날 굴뚝에서 흰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까요. 그렇지만 혼란스러워요.
어젯밤에는 정말 한숨도 못 잔 거 같아요.”
“너나 나나 대가리에 피도 안 말랐는데 죽음을 운운하기엔 좀 그렇지? 세상을 채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그런데 왜, 누가, 죽음을 무서워하는 거지. 쓸데없이…….
우리 모두 언젠가는 불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그게 세상의 이치야. 제때 죽는 것이 중요한데 말이야. 사람들은 너무 일찍 죽거나…… 너무 늦게 죽게 되거든…….”
“그런데 나비 말이예요. 나비 떼는 어디에 있어요? 그게…….”
“누구한테서 나비 얘기를 들은 모양이지. 이곳 산호랑나비들은 덩치가 크고 날개가 형형색색이어서 너무 아름답지. 그렇지만 걔들이 떼를 지어 나타나는 계절이 따로 있어. 지금은 아냐. ”
그는 늘 바닥으로 시선을 깔고 반쯤 쉰 목소리로 자신과 대화하듯 조용히 말했다. 그는 의외로 순박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인생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겉늙어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니까 자기모순적이었다.
야전병원을 둘러싼 열대의 숲은 무겁고 음산했다. 그날 오후, 하늘은 낮고 거대한 먹구름이 뒤엉킨 채 몰려왔다. 번갯불이 번쩍이고 천둥이 치며 무섭게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스콜이 그치고 잠시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바나나 나무의 넓은 잎들이 하늘거린다. 황혼녘이 되어 어둠이 내린다.
숲에는 깊고 깊은 적막감이 흘렀다.
그날도 여전히 술에 취한 채 (오후 작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마신 술이거나, 아니면 비가 내렸기 때문에 마셨을 수도 있다. 그는 어처구니없이 죽은 자들이 불쌍해서, 죽은 자들의 망령을 위로하기 위해서, 시도 때도 없이 그들이 생각나니까 그때마다 술을 마실 수밖에 없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였다) 무덤덤하게 그가 말했다.
“네가 사랑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그게…… 대상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하나님이든지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말이야.”
“저는 사랑은 여자하고만 하는 줄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여자와 자본 적은 있나?”
“그건 모르겠는데요.”
“모른다고?”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그런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네놈이 날 놀리고 있는 거야! 내가 이미 파악하고 있었지. 너는 완전한 숙맥이야. 숙맥이란 게 바보라는 말인데, 알고 있어?
끝까지 지킬 자신이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무슨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나?”
“저는 지금 마음속에서부터 변하고 있어요. 그게 느껴져요.”
“그럴 수 있겠지. 죽다가 잠시 살아났으니까. 내가 지금부터 무슨 이야길 해줄 수 있지. 너무 놀라지는 말라구. 어쩔 수 없었다니까. 어쩔 수가…….”
“저에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너무 충격적이라면……”
“너에게만은 말할 수 있단 말이지. 우리는 어차피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는 거라고.”
“우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내 말은 비 오는 날은 싫다는 거지. 지긋지긋하지. 슬프고 우울하단 말이야. 불의 유혹을 견딜 수 없어 꼭 죽고 싶다니까. 불꽃이 여자 얼굴로 변하지. 여자가 환하게 웃고 있는 거야. 그럴 땐 소각로 속으로 내가 들어가고 싶어. 불꽃이 활활 너울거리며 춤을 추고 위로 솟구칠 때는 그 유혹을 참기 힘들지.
내 몸이 불타고 있는 거야. 재만 남을 때까지 활활 타는 거야.
그 아인 비밀에 가득 찬 수수께끼였지. 그 아인 남자면서 여자였고 여자이면서 남자였어. 하지만 난 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 유령처럼 신비로운 존재였지. 항상 반쯤 꿈꾸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던 거야. 난생 처음으로 그런 감정을 느꼈거든.
그러니까 그가 떠났을 때 불같은 질투와 격렬한 감정, 알 수 없는 욕망 때문에 굉장한 고통을 느꼈던 거지. 그 고통이 납덩어리처럼 가슴을 억눌렀지.
어느 날 그가 감쪽같이 사라졌던 거야.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중대한 정신병이라고 하면서……. 나는 근거 없는 질투란 걸 알았지만 그를 의심했지. 그럴 수밖에 없었지. 그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거나 그녀가 그를 일방적으로 사랑하거나 또는 또 다른 남자가 그를 사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야.
그때는 머릿속이 뒤엉켜서 정신이 산만했었지.
나는 그가 언젠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그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게 되었지. 그때부터 그를 증오했어. 사랑도 증오했고. 나 자신도 증오했지.
그 유혹을 뿌리치려면 술을 진창 퍼마시고 지워버려야만 하지. 술에는 고기 안주가 필요해. 그렇지 않나? 약간 짭짤하긴 한데…… 허벅지 살은 닭고기 가슴살처럼 퍽퍽하고 종아리 살이 질기면서도 쫄깃쫄깃하다고. 종아리 살에는 하얀 지방질은 전혀 없는 거야. 그 살코기는 씹는 질감이 최고지. 맛있어서 눈물이 나지.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남자의 다리, 종아리에 매력을 느꼈던 거야. 여자의 음부같이 무릎 안쪽 우묵한 부분에서부터 완만하게 튀어나와 젊은 여자의 엉덩이 혹은 젖가슴처럼 부드럽고 매끈매끈하고 정맥의 푸르스름한 핏줄이 보일 듯 말 듯 감춰져 있는 살덩이.
온몸을 쥐어뜯고 태워버릴 듯한 짜릿함……, 죽음처럼 불안한 짜릿함을 느끼게 되지. 으흐흐흐……
나는 울면서……, 울면서 꼭꼭 씹는 거야.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고. 그리고 목구멍 속으로 꿀꺽 삼키는 거지. 중대한 정신병을 치료해야 하니까.
그렇지만 내가 제대하고 나면 불고기나 바비큐를 먹을 수는 없을걸. 이것저것 생각이 날 거니까.”
“그걸 제가 전부 믿으라구요?”
“믿건 말건 내가 알 바 아니야. 그렇지만…… 쫄병…… 이건 비밀이야…… 어디 가서 나불거리면 안 되는 거야…… 그러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지금 너한테 술을 멕이고 싶지만 참는다. 몸이 그 모양이니. 어디 견뎌내겠어…….
귀신을 본 적이 있나? 아니면 귀신을 믿기는 해?”
“귀신이 있다고요?”
“그렇다니까.”
“아마 안개일지도 모르죠. 귀신은 있다고 믿으면 있고, 없다고 생각하면 그런 것 아니겠어요?”
“귀신들은 밤에만 나타나지. 밤은 낮과는 다른 거야. 밤이 되면 이상한 기운이 찾아오니까 술꾼은 술을 마시고 싶고 도둑들은 도둑질하고 싶은 은밀한 욕망이 생기는 거야. 귀신들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밤은 귀신의 시간이 되는 거지.
그런데 귀신들은 나를 무서워한다니까. 내가 귀신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그래서 사람들도 나를 무서워하지. 알겠어? 내 몸에는 부적이 있어. 그건 닳아서 반질거리는 사람 뼛조각이야. 그게 날 보호해 준다고.”

그가 처음 소각로를 담당했을 때 실내에 배어있는 살과 뼈가 타는 미묘한 냄새 때문에 현기증이 났고 몇 번이나 토하기까지 했다. 코를 찌르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냄새 때문에 폐가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동시에 묘한 흥분도 느꼈다. 어떤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생긴 걸까. 공포와 흥분과 환각의 뒤섞임. 이제는 별로 무섭지 않았고 소름조차 돋지 않았다. 그는 매번 자신의 육체가 지금 불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면 온몸에서 엔도르핀이 돌기 시작하고 그런 다음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왔다. 몇 달을 지나고 나면서부터 사지가 절단되고 가슴에 구멍이 뚫린 시체의 경우에도 실제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그냥 살덩어리로 보였다.
워낙 은밀한 소문이었다.
그가 영창에 가지도 않고 또한 조기 귀국을 당하지 않는 것을 보면 100군수사령부 영현중대의 장교들은 물론이고 사병들 역시 틀림없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알고 있으면서 시치미를 떼고 모른 체했을 수도 있었다.
그들은 멀리 떨어진 사무실에 앉아서 화장보고서를 쓸 뿐 소각로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어떤 병사도 밤마다 귀신이 출몰한다는 화장터의 소각로를 담당하는 직책을 결사적으로 기피하였으므로 그 이외에는 당장 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김 하사에게 귀신이 붙어 있다고 수군거리며 그와 대면하는 것 자체를 꺼렸다. 그는 귀국 만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대 인사계의 끈덕진 종용에 따라 귀국을 연기하면서까지 그 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야전병원으로 이송된 지 벌써 20여 일이 지났다. 절체절명의 위급한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병세는 더 이상 호전되지 못하고 답답한 상태에 빠져 있다. 여전히 수십 알의 형형색색 알약과 엉덩이 주사, 수액에 의지하는 지루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온몸이 땀에 끈적거리면서 수액이 일정한 간격으로 방울방울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나는 기다렸다. 지루함과 절망을 이겨내기 위해서 기다렸다. 그때는 전쟁에 대한 기억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우리는 그날 오후 늦게 만났다. 김 하사는 작업 물량이 없다면서 나트랑에 이틀 동안이나 무단외출을 나갔다가 슬그머니 귀대했다.
내가 말했다.
“나트랑에는 …… 이틀 동안이나?”
“할 일이 좀 있었지. 미군 보급창 사람들도 만나고. 양담배와 고급 양주를 선물로 받았지. 너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물건들이지만. 그런데 밤에는 잠을 거의 못 잤지. 너무 즐거워서 잘 수가 없었으니까. 쾌락의 샘이 마구 솟구쳐 올라왔지. 그래서 정말 행복했어.”
“어련했겠어요……?”
“육체는 아름다운 거야.”
건물 뒤편 골방은 어두컴컴하지만 항상 몽환적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비현실적 혹은 초현실적이라고 할까. 남자와 여자는 몽롱한 채로 나비가 되어 양귀비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꽃밭을 훨훨 날아다녔다. 그때는 인간의 하찮은 갈망 따위는 초월하였다.
김 하사가 우울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면서 얘기를 하게 되면 좋은 담배 맛을 음미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담배가 다 타고 나서 그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네 얼굴을 보니 여전히 그렇구나.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어. 더 나빠진 것도 같고.”
“잘 모르겠어요. 그저 그래요. 그래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절망적인 발작만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그 발작이 왜 생기느냐 하면 네 머릿속에서 악마들이 마구 뛰어노니까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의사 말을 무조건 믿는 게 아니야. 거의 모든 사람들이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는데 의사라고 안 하겠어. 자기 몸은 스스로 판단하는 거야.
여긴 군대야, 군대라니까. 아무도 생명에는 신경 안 써. 모두 귀국 박스에만 정신이 팔려 있지. 쫄병 하나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니까. 너희 집에 전사 통지서 한 통 보내면 그걸로 끝나는 거지. 내가 널 소각로에 밀어넣고 싶지는 않구먼. 그러면 눈물을 많이 흘리게 될걸.”
“제가 지금 뭘 알겠어요?”
“김 대위는 서울의대를 수석 졸업했다고 했어. 그래서인지 고집이 대단하지. 직속 상관인 내과 과장 말도 안 들어. 그런데 말이야. 그 과장은 너무 잘난 체하니까 당해도 싸지. 아랫사람들에게 아주 무례하게 굴기로 소문이 났거든.
본론으로 돌아가자고. 주치의가 병명조차 모른단 말이지. 병명도 모르면서 무슨 약을 주고 있는 거야?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설만 믿고 있는 거지. 너는 지금 오직 진정제에 의지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거라고.
이상한 게…… 네가 지금쯤 피해망상 증세를 보여야 하는데…… 다시 말하면 미쳐야 된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운명으로 받아들이 면서 안정을 찾은 거야? 아니면 뭐야?
네 병은 신비한 거야. 전문의가 병명조차 알 수 없는 병이라면 인간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병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임상의학의 한계를 벗어난 거지. 그렇다면 네가 죽을 때까지 무한정 기다리는 거 아니겠어. 의사가 지금 자신의 예감을 숨기고 있다고 할 수 있어.
그러면 아주 특별한 처방이 필요하겠지. 안 그런가?”
“무슨 말씀을……?”
“내가 보기에는 무슨 좋은 약이……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특효약 같은 게 있을 것 같다는 거지. 농담하는 게 아니야. 네가 너무 걱정스러워. 곧 허물어질 것 같은 몰골이 그렇다니까. 네 부모님이 보았다면 대성통곡을 할 거라고.
시내에 나가면 중국 노인이 하는 아편 집이 있어. 자신이 지독한 중독자인데 아주 멀쩡하지. 질이 좋은 아프가니스탄제 검은 알약을 솜씨 있게 말 줄 알지. 전통적인 대나무 파이프를 사용하는 거야. 그게 최고거든.”
“지금…… 저더러…… 마약을 하라고…… 말하는 거죠.”
“무조건 마약이라고 할 수는 없어. 그건 틀림없이 너에게 딱 알맞은 좋은 약이라고 할 수 있어. 그 검은 연기를 몇 번 마시면 좋아지지 않을까. 그게 인간들이 알 수 없는 신비한 망각 작용을 한다니까. 궁극적인 진통제이고 진정제라고 할 수 있겠지.
또 한 가지가 있어. 그 집에는 딸이라는 소문도 있고 첩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약간 귀가 먹은 점쟁이인지…… 주술사인지…… 가 있단 말이야. 내가 보기에는 그 여자는 얼굴에 신기가 흐른다고. 뒷방에서 가끔 영험하다고 소문난 무슨 약을 조제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틀림없이 특효약을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고. 그 약에는 신비하면서도 초자연적인 효험이 있는 거야.
내가 영현부대 차로 데려다줄 수가 있지. 헌병들도 우리 차는 귀신 나온다고 해서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으니까.”
“그런 이상한 집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데요?”
“내 밑에는 작업을 도와주는 월남 민간인들이 몇 명 있지. 그들은 임시직인데 나트랑에서 출퇴근을 한다고. 걔들 중에 장의사를 오래 한 친구가 있는데 그를 통해서 알게 된 거지.
그러니까 완전히 믿을 수가 있는 거지. 내 말대로 하라니까.”
“그건 아니에요. 내가 이 몸으로 어떻게 병동을 빠져나갈 수 있겠어요. 가령 빠져나간다고 해도 아마 탈영병으로 처리할 거예요.
열심히 치료해 주시는 분들께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마약과 약물 중독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이 공포심으로 부풀어 올랐다. 그렇지만 나는 지쳐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의 진지한 호소에 나는 따라야 할지 말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 선입견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의 말을 거역했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불편했고 죄책감이 들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뭐. 눈물까지 흘릴 필요는 없어. 그러나 오해는 하지 말라고. 진심으로 생각해서 그런 거니까.
네가 좋다면 차라리 아편 단지를 이리로 가져올 수도 있는데. 중독이란 게 쉽게 되는 게 아니야. 우리 아버지도 그걸 오랫동안 했지만 지금까지 아주 건강하시단 말이야. 그러니까 중독이 되지 않도록 조금씩 조절하면서 치료가 끝날 때까지 먹는 거지.”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나를 바라보는 대신 먼 산을 향하고 있었다. 석양의 여린 햇빛이 산 너머로 지면서 저녁 노을이 되어 한 폭의 그림으로 변했다.
우리는 말 없이 헤어졌다.
그 넓고 펑퍼짐한 바위가 그렇게 낯설게 보였다. 나는 자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울고 싶었다. 나는 진정한 나라고 할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연기를 한 것도 아니었다. 이미 자포자기하였지 않은가. 무슨 미련이 남아있단 말인가.
이런 상태라면 차라리 독약이건 마약이건 해서 끝장을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얼룩은 하얗고 몸통은 새까만 너무나 얌전한 개.
나는 그때 김 하사보다는 그 개가 더 보고 싶고 그리웠다. 가끔 꿈속에도 나타났다. 개 주인은 그를 ‘덕구’라고 불렀다. 김 하사는 가끔 그 개를 데리고 다녔다. 군부대 주변에는 항상 개들이 어슬렁거렸다. 주워 먹을 음식 쓰레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주인 없이 부대 주위를 헤매고 다니던, 그 당시 야윌 대로 야위어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고 더군다나 한쪽 뒷다리를 약간 절룩거렸던 그 잡종 개를 거둬 정성껏 키우고 있었다. 이제는 제법 살이 올랐고 뒷다리는 정상을 되찾았다.
내가 말했다.
“우리 아버지처럼 키워서 잡아먹으려고……. 그걸 설명하기가 난감해요. 아버지는 개를 무척 사랑했어요. 그렇지만 잡아서 보신탕을 해 먹었어요.”
그가 정색을 하며 대꾸했다.
“나도 보신탕을 좋아했지. 술안주로는 보신탕이 최고 중에 최고야. 넌 애송이니까 그 맛을 모를 거야.”
“사람 고기 맛은 어때요?”
“뭐라구……?”
“개고기하고 비교하면 말이죠.”
“내가 어떻게 알아?”
“소문이 그렇게 은근히 났어요. 알 사람은 다 알고 있거든요.
제 생각에는 여자가 더 부드럽지 않겠어요?”
“쓸데없는 소릴…… 그렇긴 하네. 여자 하반신은 그럴 거야. 그렇지만 여자 시체는 들어오지 않으니까. 여자는 간호사밖에 없는데…… 안타깝게도 간호사가 죽은 경우는 없었으니까.”
“어떻게 하면 알맞게 구울 수 있죠? 먼저 술을 몇 잔 걸치고 나서 잘 익을 때까지 침을 삼키며 기다릴거 아녜요.”
“맞는 말이군. 아무렴…… 네가 그렇게 생각하다니. 얼씨구! 제법인데!!”
“그러니까 덕구도 술안주 감으로 키우는 거 아니에요?”
“덕구는 그런 게 아니야. 내 동생이야. 동생이고 자식 이상이지.”
“덕구를 지나치게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도…… 똥개 아녜요.”
“네가 뭘 모르고 있는 거야. 똥개야말로 진짜 개인 거지.
그러니까 건강한 개는 새 주인을 만나면 따라가지 않으려고 앞발로 버티고 낑낑거리며 뻗대는 거야. 그러나 덕구는 그렇지 않았지. 애원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던 거야. 다시는 도망가지 않게 잘 키울 거야. 그렇고말고. 어떤 놈이 손을 대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지금까지 기쁘거나 슬플 때 나의 절친한 친구는 쟤였거든.
내 감정의 밑바닥은 한 번도 털어놓을 수 없었는데……”
우리가 그 이야기를 할 때 덕구는 졸고 있는 듯 눈을 감고 한껏 느긋한 자세로 누워있다. 나는 그것이 낑낑대거나 짖어대는 개 짖는 소리를 여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1970년 가을경 20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상처와 고통이 치유되기는커녕 여전히 심연 깊은 곳에 앙금처럼 쌓인 채로 귀국하게 되었다.
나는 카렌다에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귀국 특명을 손꼽아 기다린 것도 아닌데 귀국 날짜가 잡힌 것이다.
그러나 귀국을 얼마 앞두고 있었을 때 장기복무 하사였던 영현병 김 하사가 마침내 귀국 명령을 받자마자 키우던 개를 화장하고 나서 리볼버 권총으로 자신의 심장을 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신이 자살하기로 예정한 바로 그 날 화장실의 소각로 앞에서.
나는 102병원에서 퇴원하기 하루 전 그와 마지막 만날 때부터 내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던 어떤 암시를 통해서 절박하게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상한 이야기이지만 그의 죽음은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는 그날 불면증에 시달리는 우울한 표정으로 “사람들이 날 그냥 좀 내버려두었으면 좋겠어. 만약 귀국 명령을 받게 되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차피 내려오지 않겠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흔해 빠진 말로도 위로나 격려 따위의 말을 입 밖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그의 육신 역시 훨훨 타는 소각로에 들어가 한 줌 재로 변했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는 절도의 습벽이 있는 자가 자신의 도벽과 싸워야 하듯이 자살의 유혹과 끊임없이 싸웠다. 그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몹시 예민하고 민감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른 나이에 벌써 인생의 고통과 시련을 겪으면서 삶과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깨달았고, 그때마다 소각로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집요하게 그의 영혼에 호소하면서 그를 유혹했기 때문이다. 불은 정화제였다.
하지만 그는 한 동안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비상 탈출구를 만들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체념 또는 단념에 익숙해지자 오히려 힘이 솟아났으니 어떠한 고통과 불행이 닥치더라도 상관없다고, 내 삶은 대부분 불행했지만 때론 너무 행복하기도 했었지, 하지만 삶은 한낱 꿈에 불과한 거야, 나에게 종교는 없으니까 다른 세계 같은 것을 믿지는 않는다, 죽으면 그걸로 끝장이다, 인간은 어차피 죽는다, 그러니 조금 빨리 죽는다고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기쁜 마음으로 어떠한 고난과도 맞설 수 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인내의 한계점에 이르면 간단하게 총을 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만 귀국 특명은 그를 벼랑 끝으로 몰리게 하였다. 귀국 특명은 불가피했다. 벌써 3년 넘게 복무했으니까. 그는 깊이 정들었던 나트랑을 떠나기 싫었고 지극 정성으로 키웠던 덕구와도 헤어지기 싫었을 것이다. 그건 그가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었던 마지막 한계였던 것이다.

그는 늘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는 왜,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렸을까?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 그게 실은 혼잣말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교묘한 변명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 내밀한 것들을 하필 나에게 이야기했을까? 그는 누구에겐가 털어놓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 그의 주변에는 말 상대가 되어줄 사람이 나밖에 없었지 않은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중간에 끼어 있는 자신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마침내 자각했단 말인가? 어린 시절은 까마득한 옛날이었지만 되돌아볼수록 너무 고통스러웠던 것일까?
과거를 잊기 위해서? 혹은 자기 스스로를 속이기 위해서? 혹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다른 어떤 이유 때문에? 자기 고백? 은밀한 비밀을 마침내 털어놓기 위해서?
그런데 나는 그가 인육을 먹는 괴기스러운 모습을 직접 본 것은 아니었다. 무성한 소문이 나돌았지만 말이다. 아마 순진한 날 놀려먹기 위해서거나 또는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잔뜩 겁을 주려고 그렇게 말했는지 모른다. 아니면 호기심에서 한 점을 씹어 먹은 일이 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너무 과장해서 말했거나.
그는 장교처럼 머리를 길렀었다. 그것도 아무도 간섭을 하지 않으니까 도저히 군인의 머리라고는 할 수 없는 약간 히피처럼 어지럽게 헝클어진 장발이었다. 그때 양쪽 뺨 위로 홍조가 슬며시 번지면서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랐었던가? 내 힘없는 멍한 시선마저 마주치지 않으려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건 그랬다. 지금도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다.
그는 술에 취하면 취할수록 나를 붙잡고 말이 하고 싶어서 계속 웅얼거렸다. 약간 비논리적일 때도 있었고, 가끔 목이 메이기도 했고, 깊은 울림의 목소리로 말할 때도 있었지만 냉철하게 과거를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그래…… 내 말을 잠깐만 들어보라니까.”
나는 그의 말에 대해 추임새를 넣으며 맞장구를 치지도 않았고 방해하지도 않으면서 다 들었다.
(문제는 세월이 그렇게 흐르고 흘렀으니 내 기억력을 온전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옛날 과거는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다. 기억은 애매모호하고 우린 그걸 억지로 캐내서 제멋대로 해석한다. 작은 세부사항을 조정 변조하고 어떤 부분은 싹둑 잘라내고 어떤 부분은 재배치하고 실제 일어나지 않은 부분은 그걸 의식적으로 만들어서 꿰맞추고 지어낸다. 이렇게 기억, 망상, 갈망, 현실과 비현실을 뒤섞어서 재구성해 자신에게 편리하도록 회상하는 것이다.)

“나는 술을 한 모금 가득 목구멍으로 넘기면 안정이 되면서 무슨 일에도 당황하지 않지. 그리고 연거푸 빠르게 두 세 모금 마시면 그때부터 혀가 조금 풀리면서 상대방을 향해 겨우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야. 나는 어려서부터 외톨이였으니까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있었거든. 그런데 속수무책일 만큼 완전히 취하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마셔도 그럴 경우는 없었다고.
이전에는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어떤 경우에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던 거야.
나는 자폐적이었으니까 누구에게도 나만의 비밀을 털어놓지 못했고…… 아무하고나 얘기하지도 않았어.”
“나는 가끔 혼자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있다. 나처럼 혼자인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내가 너무 감상적이기 때문이라고…… 내가 남자로써 너무 나약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지면서 스스로 창피해지는 거야. 내가 이렇게나 겁쟁이……아니면 너무 비겁한…….”
“글세…… 우리는 전쟁터에 내몰린 군인이다. 허무하기 때문에…… 이판사판이었으니까…… 우린 피차 너무 외로웠고 말들을 쏟아낼 상대가 필요했다. 대화할 상대가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야. 아니면 혼자서 씨부렁거려야 되니까.
나는 또 다른 자아와 지루한 대화를 하는 것에 지쳐버렸지. 서로 자주 의견 대립 때문에 티격태격 싸워야 하니까. 하지만 우리끼리의 언쟁은 죽는 마지막 날까지 영원히 멈춰지지 않겠지.”
“나에게도 간절한 희망과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지. 가혹한 운명에도 종착점이 있고 내 의지와 힘으로 그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 어떤 경우에도 세상에 굴복하지 않고 떳떳하게 사는 꿈. 그게 노력만 하면 가능하다고 믿었지. 이 험난한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았던 것일까? 전쟁터에서는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니까 변할 수밖에 없었지. 인간의 삶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문득 문득 그런 의구심이 드는 거야.”
“월남전은 비겁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어. 아군의 일방적인 전쟁이란 말이지. 일방적으로 폭격을 하고 일방적으로 저주를 퍼붓고 쏘아대는 거야. 동굴에 숨어있는 적을 찾아서 그냥 인간 사냥을 하는 거지. 이건 무자비한 학살이야.”
나는 그의 동성애 취향이 너무나 궁금했지만 노골적으로 물어볼 수는 없었다. 나는 그때 어린 나이에 남자가 남자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이란 오로지 남녀 간의 문제로 알았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는 성에 탐미적이었지만 그렇다고 성도착자라고는 할 수는 없고 분명히 동성애자이면서 동시에 이성애자였다.
“나는 여자도 좋았지만 나중에 남자를 알고 나서부터는 남자가 더 좋았거든. 처음부터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없었어. 그런데 정신병자 취급을 하니까 쉬쉬할 수밖에 없는 거야.
난 덕구를 벗어날 수 없었다. 단순히 바람피우는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도대체 그를 이해할 수가 없지. 한 길 물속도 모른다는데 사람 속을 어떻게 알 수 있겠나. 그렇다니까. 내가 칼날에 비소를 묻혀서 그의 가슴을 후벼파기 전에는……
그가 떠났을 때 며칠 동안이나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지. 진실은……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내 고통은 시작된 거야. 그때 잠깐 동안이지만 심한 편두통을 앓았다니까.”
“불같은 사랑과 불같은 증오는 똑같은 거야.”
“덕구라고 했나요?”
“그래……”
“누구인지 이야기해줄 수 있어요?”
“말하기가 그래…… 그냥 넘어가자고.”
“아무튼 귀국해봤자 별 수가 없지.”
그가 나트랑 주둔 100군수사령부 영현중대로 전입 왔을 때는 화장터 담당 하사관 자리가 비어 있었다. 모두가 극도로 꺼려했으니까. 그래서 자원 신청한 것이다. 김 하사 말에 의하면 월남 민간인들이 밑에서 일했기 때문에 아주 편한 자리로 보였다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나면 나무 깎는 걸 계속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영현병의 주특기는 특과라고 할 수 있는 병참이야. 그런데 영현병은 병참 중에서는 제일 험한 일을 하는 거야. 시체 치우는 일을 하니까. 시체는 6종으로 분류되지. 이제 시체는 푸줏간의 고깃덩어리로 보이는 거야.”
나는 지금도 인적이 완전히 끊긴 그 음산한 작은 숲속 기묘한 분위기를 뚜렷하게 기억할 수 있다. 그때 그는 분명히 귀신 이야기를 하였는데 나는 그걸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었다.
마음의 바탕이 밝으면 캄캄한 밤에도 푸른 하늘이 있고, 마음속이 어두우면 밝은 대낮에도 도깨비가 나온다고 했는데.
“밤이 이슥해지면 그때부터 소각로 주변 숲속에는 가벼운 바람이 살랑거리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지. 그때는 오싹하면서 긴장이 되지. 창백한 귀신들이 하나둘 어둑어둑한 형체로 나타났다가 새벽이 돌아오기 전 소리없이 사라지는 거야. 그들은 결코 추악한 모습이 아니야.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침묵으로 말을 하는 거야. 나를 빤히 응시하거나 노려보지도 않지.
그냥 슬픈 표정이었어. 처음에는 호기심과 두려운 감정이 뒤섞여서 혼란스러웠던 거야. 하지만 그들에게 죄의식을 느낄 것까지는 없으니까 내가 신경과민이 될 필요는 없는 거지.
그들은 정말 억울했던 거야. 귀신은 소각로에서 재가 된 사람들의 혼령인 거야. 그래서 귀신과 대화할 수 있지. 나라도 한 맺힌 억울함을 끝까지 들어 주어야 한다니까.
하지만 그 일은 나에게 끔찍한 기억으로 남게 될 테지. 그들이 자꾸만 뭐라고 손짓을 했으니까.”
“나는 지옥의 유황불을 상상한다. 쇠막대기로 불꽃을 헤집는 작업은 나를 전율케 하였지.”
102 병원에는 신학교를 갓 졸업한 중위 계급의 군목이 집전하는 영내 군인교회가 있었다. 그는 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래서 신에게 기도하고 구원을 받기 위해서 그 군목을 몇 차례 만났었다.
“나는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머니를 따라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지. 목사님은 잘생겼고 목소리는 호소력이 있었어.
나는 하느님의 존재를 굳게 믿었고 그 신이 우리를 구원해 주신다고 철석같이 믿었어. 오! 하느님!! 우릴 구원하소서!!!
그렇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그때 벌써 신의 존재에 회의적이 되었지. 신은 존재하지 않고 인간들이 인간의 형상을 본떠서 만든 허상이었던 거지. 그때는 명확하게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신에 대해서 회의적이었지만 완전한 부정까지는 아니었어. 그랬었지. 신을 부정하니까 무서웠거든.
내가 우여곡절 끝에 군에 장기복무 하사로 입대했지. 그때부터 신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어. 잊어버렸던 거야.
하느님이 계신지 모르겠어? 하늘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계신다면 교회에 나갈 수 있을걸. 그런데 군목을 만난 일이 있었어. 번지르르한 말을 들으니까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하느님을 들먹이며 무슨 훈계를 하길래 박차고 나와버렸지. 성경 구절을 앵무새처럼 읊을 뿐이고 실제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더군. 그가 말한 하느님은 진짜가 아니라는 강한 의심이 들었단 말이지. 그러니까 신은 존재하지 않고 대리인을 자처하는 인간들만 있는거라고.
왜? 인간이 신을 만들었겠어? 인간이 허약했기 때문이야. 인간은 죽음이 숙명이라는 걸 알고부터 두려웠던 거지. 그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신이 필요했어. 결론은 이거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또는 그걸 초월한다면 신은 필요없다는 거지.
내 생각은 그래…….”
“네가 소록도를 알아……? 아름다운 섬이지. 거기서 우리 부모님이 살고 계시거든. 여름이면 집 뒤편으로 담쟁이들이 마구 늘어지고 휘감기며 타고 올라가지. 작은 초가집에 살고 있지만 아주 행복하게 살고 계셔. 소록도 시절을 떠올리면 그때 내가 행복했었는지 불행했었는지 기억이 떠오르지 않지만.
나는 그때, 한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부모님과도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 나는 선창에서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오랫동안 서 있었지. 그때 마지막으로 내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 어머니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니까. 아마 아버지는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고 말했을 거야.”
“4월이면 소록도에는 온통 벚꽃이 피는 거야. 나는 꿈에도 나타나는 남쪽 바다를 잊을 수가 없겠지. 소록도에 가려면 녹동항에서 나룻배를 타야만 해. 너는 모를 거야. 소록도와는 헤엄쳐서 건너갈 수 있을 만큼 지척이야. 바로 건너편에는 거금도라는 큰 섬이 있고 완도 금당도와는 뱃길로 연결되는 작은 어항이지.
나에게는 많은 추억이 남아있어. 일찍부터 거기서 술을 마셨거든. 처음으로 순진한 여자도 만나고.”
소록도 이야기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무렵이 되어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들었다. 나는 소록도 이야기를 처음 듣는 순간 어떤 강렬한 충격 때문에 정신이 멍멍했다.
나는 그때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거렸지만 간신히 입술을 깨물며 목구멍을 빠져나오려는 소리를 참아야 했다. 나는 자신의 과묵함에 대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운 남쪽 풍남항의 바다가, 녹동항과 소록도의 풍경들이 계속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는 아편에 대해서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그게 마약이 아니라 특효약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아편 상용자였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미심쩍어하면서 궁금해 했던 그 여자의 정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아편은 특효약이야. 머릿속이 몽롱하면서 모든 걸 잊게 해주거든. 상쾌해, 아주 상쾌하다고.
사실을 말하자면…… 그 귀머거리 여인은 내 애인이었어.
그때는 너에게 사실대로 말하기가 그랬었지. 날 아주 비정상적으로 이상하게 생각할 거니까.
라오스의 북부 산악지대 고산족인 몽족 출신이지. 그 노인은 나트랑에서는 마약상으로는 가장 거물이야. 그 노인네가 고아가 된 그녀를 데려다가 수양딸로 키운 거야.”
“약간…… 귀머거리라고요?”
“그래도 매우 민감하고 눈치가 빠르니까 말이 필요가 없는 거야.
술도 잘 마시고 자주 함께 아편도 하고 뭔가 곤란할 때마다 잘 웃지. 아주 진하디 진하고 아주 나긋나긋하다니까.
그 여자는 자기 목욕탕에 향긋한 냄새가 나는 입욕제를 채우고 그 유혹적인 향기에 몸을 담그지. 방의 탁자에는 그녀가 만든 독특한 방향초를 켜서 방안에 온갖 꽃향기가 은은하게 나는 거야. 온갖 향기와 감각의 달인이지. 그러면 없던 욕정이라도 불같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 그렇게 해서 그 여자를 자주 만났다고.
그런데 신비한 약방문으로 무슨 흰 가루를 섞어서 진짜 영험한 약을 만드는 거야. 내가 장담할 수 있지. 너는 그걸 꿀꺽 목구멍 속으로 삼켜야 한다니까……”
“그러면……?”
“나도 의학적인 지식이 있다고. 의사들은 엉터리야, 엉터리라구. 현대의학이 만능은 아니라니까. 엄연히 한계가 있는 거야.
그래도 기적이 일어났네. 네가 회복되었으니. 다시 생각해 보면 죽을 운명은 아니었던 거야. 저승사자가 너를 데려가기에는 너무 미안했던 거지.”
“미군들과 거래를 했다고. 주로 항생제를 빼내서 여자에게 갖다 주면 그걸 베트콩에게 넘겼어. 항생제는 미군 창고에 지천으로 널려있어. 항생제와 마약을 교환하는 거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야. 그건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치료약이니까 아주 인도적인 행위였다고 할 수 있지. 돈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어.”
“나는 아주 막가는 인생을 사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 미군들은 아편이나 마리화나라고 하면 사족을 못 쓰는데 그런 미군들을 상대로 나트랑이나 깜란에서 얼마든지 장사를 잘할 수 있단 말이지.
그걸 공급해주는 공급처도 있고 수요처도 아주 확실했으니까.
더욱이 그걸 귀국 박스에 숨겨서 국내로 반입하면 얼마든지 거액의 돈을 벌 수 있지. 하지만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구나.”
“나트랑을 떠나고 싶지 않아! 동서남북 골목길을 손바닥 보듯이 샅샅이 알고 있으니까 마치 고향 같다니까. 월남 사람들이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지. 덤 시장에 가면 없는 게 없지. 온갖 노점상이나 과일 상점들이 비좁은 골목길에 빽빽이 늘어서 있으니까. 노점 식당에서 먹는 쌀 반죽을 구운 부침개인 반쎄오는 술안주로 그만이야. 보신탕 저리 가라지.”
”덕구를 데리고 귀국할 수는 없으니까 결국 죽이거나 버려야 하는데 차마 못 할 짓이지.”
“저기 머나먼 곳은 아득한 거야. 2년이 지났어도 고향병이나 향수병은 없어.”
“내가 돌아간다 해도 막막한 건 마찬가지야.
아마 내년쯤이면 나도 귀국할 수밖에 없어. 의무 복무기간이 남아있으니까. 제대를 신청해도 불가능할 거야. 나는 군 면제자였지만 군에 들어가면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반드시 들어가야 했고 입대할 때는 무슨 특별한 방법을 강구했었지. 그 방법이란 게 별거 아니었어. 자신의 신분을 숨기면 되는 거니까.
내가 원했던 병과는 보병이었어. 그게 내 마음대로 안됐지.
15사단에서 복무하면서 보니까 DMZ 수색대가 그렇게 부럽더라고. 북한 괴뢰군과 바로 맞서는 그 긴장감을 맛보고 싶었거든. DMZ는 지뢰 천지야. 수색로가 아닌 곳에 발을 잘못 디디면 뻥 터지는 거야. DMZ에는 녹슨 철모라던가 수통, 탄피, 해골, 뼈 등 6.25 전쟁의 흔적이 널려있지.”
가끔 여전히 한바탕 맹렬하게 스콜이 쏟아졌지만 열대 몬순 기후의 우기도 끝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이게 마지막이야. 넌 내일 부대로 복귀할거 아냐.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분일걸. 곧 귀국할거니까. 나는 내 운명을 정확하게 예감하고 있거든. 나 역시 슬픈 유령이 되어 그 숲속을 밤마다 배회하겠지.”
그날 초저녁 무렵 그가 한 마지막 말이었다.
내가 말했다. “전 조기귀국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그때 막 솟아오르는 눈물을 떨구면서 땅바닥만 바라보았었다. 나는 혀가 돌덩이처럼 완전히 굳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랑은 부질없는 것!
삶이란 얼마나 무겁고 가벼운지!
죽음도 역시나!
내가 102 병원에 입원한지 40일이 되었다. 마지막 밤이었다. 그날 밤 나는 좀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가수면 상태에서 여러 차례 잠에서 깨어났다. 무수히 많은 꿈들을 꾼 것 같지만 그날 밤 내가 무슨 꿈을 꾸었고 모호한 꿈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평생 고독했고 만나는 사람 모두가 타인에 불과했으리라. 나 역시 낯선 사람이라고 여겼고 그래서 여전히 혼자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이야기는 자신에게 들려주는 독백이었다.
작성일:2018-09-08 13:36:51 175.209.21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