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홍기 법무법인(유한) 에이펙스 대표변호사
민홍기 법무법인(유한) 에이펙스 대표변호사

지난달 조응천 의원의 대표발의로 야당 의원 14명이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15907)을 발의하였다. 그 제안이유는 다음과 같다.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법률 제정 권한은 국회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근간이다. 동시에 헌법에는 대통령령 및 총리령 부령에 관한 근거도 있다(제75조, 제90조). (중략) 행정입법은 국회가 부여한 위임 범위를 일탈할 수 없다는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 행정부가 법 취지를 왜곡하거나, 위임 범위를 일탈하거나, 국민의 자유·권리를 제한하는 등 법률에서 규정해야 할 사안까지 행정입법을 통해 규율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회는 입법권을 가진 헌법기관으로서 행정입법의 내용을 통제할 의무가 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대통령령과 총리령은 본회의 의결로, 부령은 상임위원회의 통보로 단순히 처리 의견을 권고하는 수준이며,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거나 회피하는 경우 마땅히 구속할 수단이 없다(후략).”

어떤 법률이 제정되거나 개정된 이후 시행을 위해서는 그 법률의 시행령(대통령령)과 시행규칙(총리령 또는 부령) 등 행정입법의 제정·개정 및 공포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법률의 시행 체계는 일반적으로 법률-대통령령-부령(혹은 총리령)으로 구성되므로, 어떤 법률이 있으면 대략 2배수 정도의 행정입법이 존재한다고 추정할 수가 있다.

또한, 시행 중인 행정입법 역시 행정의 전문성, 여건의 변화에 따른 신속한 행정처분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빈번하게 개정이 이루어진다. 그 개정절차 또한 법률의 개정절차와 비교하면 훨씬 간단하고 용이하다. 따라서 행정입법의 위헌 또는 위법 가능성은 법률의 위헌 가능성보다 더 높고,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가 있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는 행정입법을 제정하거나, 국민의 재산상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등 법률에서 규정해야 할 사안까지 행정입법을 통해 자의적으로 규율한다는 지적은 수없이 들어 왔다. 하지만, 그러한 행정입법의 내용을 통제할 권한과 의무가 이번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발의 제안이유에서 적시하는 바와 같이 과연 국회에 있는가? 또한, 행정입법이 상위 규범인 법률에 위반되는 경우 마땅히 구속할 수단이 정말 없는가? 만일 행정입법이 상위 규범인 법률에 위반된다면,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입법권(제40조)을 행사하여 모법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행정입법의 법률 위반상태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면 될 것이다.

우리 헌법은 국회 법률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게 위헌심판권(제111조 제1항 제1호)을 부여하는 한편(즉, 헌법재판소에 의한 국회의 견제), 정부의 명령·규칙 등 행정입법에 대해서는 대법원에 위헌 및 위법 심사권(제107조 제2항)을 부여함으로써(즉, 법원에 의한 정부의 견제), ‘사법권’에 의한 국회 및 정부에 대한 견제권한을 기능적으로 분담시키고 있다. ‘사법권’ 중 국회 및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견제권한(위헌법률심사권, 탄핵심판권, 권한쟁의심판권 등)의 대부분을 헌법재판소에 넘겨준 현행 헌법 하에서, 대법원의 행정입법에 대한 위헌 또는 위법 심사권은 대법원이 정부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견제권한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법원은 헌법이 부여한 사법권(제101조 제1항, 제107조 제2항)을 행사하여 모법의 위임범위를 일탈한 행정입법에 대해서 위법임을 선언하여 행정입법을 무효화시킬 권한과 의무가 있다. 그런데, 대법원의 그와 같은 소중한 권한과 의무를 국회가 수행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위 개정법률안이 실제로 입법이 된다면, 국회 덕분에 더 이상 법원에 가서 모법의 위임범위를 일탈한 행정입법을 다툴 일도 대폭 없어질 것이다. 위 법률개정안에 대해서는 입법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장차 관련 기관에 의견을 조회할 것이므로, 대법원이나 대한변협 역시 그때 위와 같은 이유에서 아마도 반대의견을 낼 것으로는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이 가지고 있는 헌법상의 유일한 정부 견제권한을 심각하게 훼손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직접 당사자인 대법원은 즉각적이고, 명시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해야하지 않을까? 또한, 헌법은 정부에 행정입법권(제75조 및 제95조)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번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을 보면, 국회가 그에 개입하여 수정·변경을 요청하고 그 처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권한을 갖겠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정부가 국회에 대해서 국회가 제정 혹은 개정한 법률에 대해서 수정·변경을 요청하고, 그 결과를 정부에 보고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번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역설적으로 위 제안이유에서 밝히고 있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민홍기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에이펙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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