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린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성우린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해상운송인의 과실로 운송물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상운송인은 운송계약 등에 따라 손해를 입은 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 대부분 국제해상운송에 적용되는 국제협약인 헤이그규칙 및 헤이그비스비규칙에서는 해상운송인의 과실을 ‘항해과실’과 ‘상사과실’로 구분하고, 상사과실에 의해 발생된 운송물손해에 대하여는 해상운송인이 책임을 지지만, 항해과실에 의해 발생된 운송물손해에 대하여는 해상운송인이 면책되고 있다.

우리나라 상법 제795조 제1항에서도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이나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선적·적부(積付)·운송·보관·양륙과 인도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하여 해상운송인이 책임을 지는 상사과실을 규정하고, 동조 제2항에서 “운송인은 선장·해원·도선사, 그 밖의 선박사용인의 항해 또는 선박의 관리에 관한 행위 또는 화재로 인하여 생긴 운송물에 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한다. 다만, 운송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화재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하여 해상운송인이 면책되는 항해과실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실제 손해 발생의 원인을 파악할 때, 과실로 나타난 운송인의 행위 중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치가 운송물의 관리를 위한 행위인지 아니면 이와 구분되는 선박의 관리를 위한 행위인지에 대하여 자주 이견이 발생한다.

외국의 판례나 학설은 대체로 당해 행위의 목적과 성질을 기준으로 하여 행위의 주된 목적이나 성질이 선박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선박관리상의 과실에 해당하고, 운송물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상사과실에 해당한다고 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해상운송인의 항해과실 면책이 인정되는 것은 해상운송인이 선박의 감항성에 대한 상당한 주의를 다하였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일례로 해도나 항해등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잘못 사용하였기 때문에 선박이 좌초되었다면 이는 해상운송인의 면책이 가능한 항해과실에 해당하나, 하자 있는 해도나 기타 항해 도구를 사용하다가 선박이 좌초된 경우 해상운송인이 발항 당시부터 그 선박의 감항성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어 면책될 수 없다.

따라서 해상운송 중 운송물에 관한 손해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손해가 발생한 주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해가 발생한 주된 원인의 기초사실에 따라, 해상운송인은 면책이 될 수 있는 항해과실을 주장할 수 있고, 반대로 화주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상사과실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해상운송인의 감항능력주의의무 위반에 따라 면책 여부가 결정되므로, 해상운송인이나 화주는 선박의 발항 당시 감항성에 대하여도 충분히 조사하고 이에 대한 증거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성우린
법무법인 대륙아주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