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93213 판결 -

권대현 대한변협 등록 회사법 전문 변호사
권대현 대한변협 등록 회사법 전문 변호사

1. 사안 개요

원고는 피고 회사의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하면서 피고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해당하는 신주발행, 유상증자 등에 대한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권 등 권리를 부여받기로 하고, 만일 피고 회사가 원고의 사전동의 없이 유상증자 등을 하는 경우 피고 회사에 상환전환주식의 조기상환청구 및 위약벌 지급 등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피고 회사가 원고의 사전동의 없이 2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진행하자 피고 회사를 상대로 위 약정 위반을 이유로 대상주식의 조기상환청구에 따른 상환금 및 위약벌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사건 쟁점

쟁점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다른 주주들과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 그 차등적 취급을 허용하여 주주평등 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구체적 판단기준이다. 즉,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자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동의권 등을 부여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와 같은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이를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이를 허용할 수 있다면 회사가 일부 주주와 체결한 사전동의권 등 약정을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 그 손해배상 약정 등이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한 경우와 달리 유효한지 여부도 문제되었다.

3. 원심 판단

원심은, 피고 회사의 주주 중 일부 주주인 원고에게만 위와 같은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이라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피고 회사의 경영에 대하여 다른 주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위반시에는 조기상환 및 위약벌이라는 재제를 통하여 배당가능이익의 존부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출자금의 배액을 초과하는 금액의 반환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회사의 주주에 대하여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하는 것인바, 이러한 사전동의권 약정을 통해 우월적 권리를 부여하는 차등적 대우나 취급은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사전통지 의무 위반 부분은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여 조기상환 청구 및 위약벌을 구할 수 없다고 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4. 대법원 판단(파기환송)

가. 주주평등 원칙의 예외로서 차등적 취급 정당화 기준

대법원은, 주주평등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다른 주주들과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에도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허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차등적 취급을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i)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 내용, (ii) 회사가 차등적 취급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 (iii) 차등적 취급이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였는지 여부와 정도, (iv)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 상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를 두었는지 아니면 상법 등의 강행법규와 저촉되거나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있는 주주로서의 본질적인 지위를 부정하는지 여부, (v)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참여 및 감독과 관련하여 특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경우 그 권한 부여로 회사의 기관이 가지는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하여 종국적으로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비롯하여 차등적 취급에 따라 다른 주주가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vi) 개별 주주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차등적 취급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주주의 동의 여부와 전반적인 동의율, (vii) 그 밖에 회사의 상장 여부, 사업목적, 지배구조, 사업현황, 재무상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일부 주주에게 우월적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주주를 차등 취급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재판부는 (1)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자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주주가 납입하는 주식인수대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었고 투자유치를 위해 해당 주주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였으며 그와 같은 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직접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입지 않고 오히려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하여 다른 주주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등으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허용할 수 있고, (2) 회사와 주주가 체결한 동의권 부여 약정에 따른 차등적 취급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 동의권 부여 약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는 약정을 함께 체결하였고 그 약정이 사전 동의를 받을 의무 위반으로 주주가 입은 손해를 배상 또는 전보하고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이는 회사와 주주 사이에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약정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판시하였다.

나. 사전동의권 약정의 유효성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대법원은 (i) 과반수 대주주인 피고가 원고에게 피고 회사의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 등을 부여함에 동의하면서 이 사건 신주인수계약에 따른 피고 회사의 채무까지 연대하여 이행하기로 약정하는 등 다수주주가 소수주주인 원고에게 우월적 권리를 부여하는 차등적 취급을 승인하였고, 달리 다른 주주들이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를 삼았다고 볼 수 없는 점, (ii) 소수주주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상법과 유사한 측면에서 피고 회사가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을 취득한 소수주주인 원고에게 피고 회사의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경영사항에 대한 감시감독 등 목적에서 그와 같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실질적인 손해 등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iii) 사전동의권 대상인 신주발행 내지 유상증자 여부 등은 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원고와 같은 일부 주주가 사전동의권 등을 갖더라도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iv) 사전통지 내지 사전동의권은 신주인수계약에 따른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양수한 제3자에게 지위가 승계되지 않으며 주식 자체에 부여된 권리로 볼 수 없는 점, (v) 조기상환청구권 또는 대주주에 대한 위약벌 등 손해배상청구권은 처음부터 보유하는 권리가 아니라 피고의 약정 위반시 비로소 발생되는 권리일 뿐인 점, (vi) 우월한 권한을 받은 소수주주의 과도한 권한행사는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통제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해당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5. 평석

주주평등 원칙이란, 주주는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그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반하여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9920, 9937 판결, 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8다23624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원칙은 상법상 기본원칙이며 대법원 판례의 기본입장이나, M&A 실무에서 예외적 허용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비록 주주를 차등적으로 취급하여 부여한 사전동의권 약정에 한하여 그 유효성을 판단한 것이나, 현행 실무에 부합하도록 주주평등 원칙을 적용하고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준들을 나열하며 구체화하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이 향후 포이즌 필 등 여러 M&A 관련 제도를 주주평등 원칙의 예외로서 도입하려는 시도의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다만, 개별 실무 사안에서 차등적 취급이 허용되는지 여부는 회사의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는바, 향후 축적될 판례 및 하급심 판결들을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개별 실무 사안에서 차등적 취급이 허용되는지는

회사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는바,

향후 축적될 판례 및 하급심 판결들을 주목하여야 할 것

/권대현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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