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어 인사이드] “절차적 권리 강화추세… 학폭 사건에 변호사 조력을”

인천시교육청 1호 학폭전담변호사 출신 이희관 인터뷰 교생 실습, 중국어 교사, 사법연수원 강사 등 강의 경력 교육청 재직 5년간 학폭 수백건 검토… 관련 활동 계속 학교 사이버폭력 급증… “피해 학생 영상 등 삭제 필요” “건강한 관계회복 독려해야… 숙려제 확대도 좋은 방편” 궁극적 목표 “피해 학생은 보호를, 가해 학생은 선도를”

2025-11-23     임혜령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지만, 입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특히 올해 입시에서는 학교폭력 조치사항 반영이 모든 대학에 의무화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가운데, ‘교육청 1호 변호사’인 이희관(사법시험 51회) LHK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만났다. 이 변호사는 열정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학교폭력 제도 운영에 대한 개선점을 강하게 내뱉었다.

이 변호사는 학교와 인연이 깊다. 연세대 중문과 재학 시절 한문 과목 교생 실습으로 학생들을 만났고, 이후 중국어 교사로 1년 가까이 교편을 잡았다.

“전 천성적으로 가르치는 걸 좋아합니다. 따로 공부한 적도 없는데 교직 이수한 학점은 잘 나왔고, 교생 실습 때 학생들과의 시간도 즐거웠습니다. 지금도 사법연수원과 법원공무원교육원에서 강의하고 있고요.”

변호사가 된 이후에는 인천광역시교육청 변호사로 활동하며 학교폭력이 일어난 관내 학교를 직접 찾았다.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법·제도적인 오류를 찾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교육청에 있는 5년 동안 직접 확인한 학교폭력 사건만 수백 건에 달한다. 

그 이후에도 서울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 인천시교육청 시·도교권보호위원회 위원, 서울시교육청 자문변호사 등을 맡아 교육제도 개선에 힘써왔다. 최근에는 ‘학교폭력, 법이 다스리다(행인출판사 펴냄)’를 발간하기도 했다.

△ 이희관 변호사가 3월 12일 사법연수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 본인 제공]

학교폭력 사건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초·중·고 학교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만 5903건이었던 학교폭력 사안 접수 건수는 2024년 5만 8502건으로 2.2배 증가했다.

교육계에도 잔뼈가 굵은 법률전문가인 그를 찾는 학부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는 학교폭력 사건을 상담하러 온 학부모들에게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학교폭력 사건은 조사 일정, 학교장자체해결 여부 심의 일정, 심의위원회 일정. 이 약속 잡는 데만 최소 4∼5주가 걸립니다. 실제로는 평균 6개월 소요된다고 생각해야 해요. 중간·기말고사, 수학여행 등도 있으니 8개월, 9개월, 10개월이 될 수도 있어요. 학교폭력 사건은 피해 학생이든 가해 학생이든 모두 힘든 여정을 거쳐야 하고, 부모들도 마찬가지죠. 시간과 에너지가 상당히 소모되는 일입니다. 진학이나 입시 등 본연의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질 수 있어요.”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가 심의를 요청한 날로부터 4주(28일) 이내에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앞선 국회 교육위원회 요청 자료에 따르면 심의 기간을 지킨 건수는 올해 1학기 기준 1307건 중 631건에 불과하다.

그는 “앞으로 학교폭력은 사이버 폭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2024학년도 학교폭력으로 접수된 5만 8502건 중 사이버 폭력은 4534건이었다. 2023학년도 3422건에서 2024학년도 4534건으로 1년 만에 30% 이상 급증했다.

“사이버 폭력은 이제 학교폭력의 한 유형 정도가 아니라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전체를 삼켜버린 블랙홀이 됐습니다. 물리적 폭력은 서로 만나야 가능했지만, 이제 폭력이 손끝에서 나오는 시대가 됐습니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24시간 가능하죠. 물리적 폭력이나 언어 폭력을 가하는 동시에 온라인으로 피해 학생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며 욕하는 등 다차원으로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독일 등 선진국은 사이버 폭력 촬영물에 대해 민간사업자에게 삭제조치를 할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정부와 민간사업자 등이 모두 책무를 지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도 이처럼 피해자의 삭제 요구가 보다 적극 관철될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 변호사는 급증하는 학교폭력 사안의 해결 방안으로 ‘관계회복 숙려제’ 확대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심의 전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까지는 전담기구 심의를 유예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모든 사안이 대립·처벌 구도로 흘러가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6개 지원청에서 신청을 받아 올해 9월부터 상대적으로 사건이 경미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해당 제도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최재란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관계 조정 성공률은 71.1%에 달한다.

“원래 친한 사이였거나 우발적인 일회성 사건에서 어느 정도 또래 특성상 용인되는 장난이라면 아이들이 스스로 건강하게 회복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부모가 믿고 지켜봐 주는 것이 하나의 좋은 방편이 됩니다. 오히려 학교폭력 신고가 교우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들기도 하죠. 다만 경험칙상 이 두 가지에 해당하면 무조건 법적 절차를 모색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성폭력 사안이고, 또 하나는 일대 다수 같은 힘의 불균형인 경우입니다. 이 두 가지는 관계 개선이 대부분 어렵습니다. 그때는 아이가 부모의 어깨만 바라보는 상황이라 부모가 나서줘야 합니다.”

이 변호사에게 학교폭력 관련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자, 그는 실질적인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년법에서도 어떤 보호처분을 내리더라도 소년의 장래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명시합니다. 심리도 비공개가 원칙이고, 변호사도 ‘보조인’으로 부릅니다. 10대를 성인과는 다르게 대하는 거죠. 하지만 학교폭력 조치는 그보다 더 무겁고 공개적입니다. 피해 학생 보호라는 또 하나의 큰 저울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취지를 넘어서지 않도록 균형을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합니다. 가해 학생을 그 잘못의 중량만큼만 꾸짖어야 합니다.”

학교폭력에 따른 조치는 학생 생활기록부에도 기재된다. 학교폭력예방법상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1호부터 9호까지 총 아홉 가지가 있다. 경미한 수준인 1~3호는 조치를 이행하면 학생부에 남지 않지만, 4호(사회봉사)·5호(특별교육·심리치료)는 졸업 후 2년간, 6~8호(출석 정지·학급 교체·전학)는 4년간, 9호(퇴학)는 영구 기록된다.

“내년 신입생을 뽑는 2026년 대학 입시부터 모든 대학이 정시·수시에 상관없이 학폭 가해사실이 모든 대입 전형에 의무 반영하게 됐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 된 가해 조치의 기산점은 무조건 졸업 시입니다. 그래서 기재가 되면 적어도 한 번은 진학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폭력 조치는 이미 불이익 처분인데 입시에도 영향을 주도록 한 번 더 엄하게 확장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학교폭력을 근절하려는 교육당국의 의지이기도 합니다. 다만, 가해 학생이 아직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향후 미기재 범위를 탄력적으로 고려할 필요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기재 범위를 4호까지로 늘리되, 6호 이상 조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시도도 있고요.”

이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학교폭력 사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다.

“최근 모든 제도에 대한 절차적 권리가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법 개정을 통해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위한 절차도 대폭 도입됐습니다. 법률 전문가가 절차적 권리를 면밀히 해석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조력할 필요성이 높아졌죠. 예를 들어 가해 학생 조치를 다투는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에서 피해 학생을 위한 집행정지 특칙이 마련됐는데, 이는 소송 절차이므로 소송 실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만이, 학생 권리를 적극 보호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변호사가 학교폭력 사건에 필요해질 겁니다.”

/임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