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제자와 변제수령자가 급부를 마친 뒤에도 기존의 충당방법을 배제하고 제공된 급부를 어느 채무에 어떤 방법으로 다시 충당할 것인지 약정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2다118044 외 판결
【건물인도(본소)·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반소)】

사실관계
원고들은 A사와 사이에 원고들이 공동으로 신축하는 상가건물 내 16개의 구분건물 전부를 10억9000만원에 매도하는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중 지층 소재 1개의 구분건물(제1상가)의 분양대금은 1억4000만원, 1층 소재 7개 구분건물(제2상가)의 분양대금은 4억5000만원, 2층 내지 4층 소재 8개의 구분건물(제3상가)의 분양대금은 5억 원으로 책정하였다. A사는 그 후 제1상가를 B에게 2억5000만원에 매도하였고 B는 다시 피고에게 5억원에 매도하였으며, 위 각 매매대금이 모두 정산·지급되자 A가 피고에게 제1상가를 2억5000만원에 직접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가 작성되었고, 제2상가는 A사를 거쳐 C에게 매도되었다.
그 후 원고들은 상가건물을 완공하여 16개의 구분건물 전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하였으나 A사는 분양대금의 지급을 지체하였다. 원고는 그 후 A사로부터 9억 5000만원의 분양대금을 지급받고 A사 앞으로 제3상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주었다.
그 후 C는 원고들과 A사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원고들과 사이에는 원고들이 A사에게 제2상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한다는 임의조정을, A사에 대해서는 C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그 무렵 확정되었다. C는 위 조정조서와 확정판결에 따라 A사를 대위하여 제2상가에 관하여 A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함과 동시에 자신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A사는 제1상가에 관하여 원고들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된 때로부터 현재까지 원고들에 대하여 아무런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고 있으며, 무자력 상태였다.
A의 분양대금이행지체로 인한 피해는 A의 수분양자들 중에 제1상가의 매수자인 피고만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었다. 원고가 분양대금 지체를 이유로 A사에 대한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피고를 상대로 건물인도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는 반소로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예비적으로 분양대금 반환)를 청구하였다.
소송과정에서 A사의 수분양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A사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9억5000만원이 제1, 2, 3 상가의 분양대금채무 중 어디에 충당되는지가 문제되었다.

판결요지
변제자(채무자)와 변제수령자(채권자)는 변제로 소멸한 채무에 관한 보증인 등 이해관계 있는 제3자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 이상 이미 급부를 마친 뒤에도 기존의 충당방법을 배제하고 제공된 급부를 어느 채무에 어떤 방법으로 다시 충당할 것인가를 약정할 수 있다.

판례해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위 판결요지의 법리를 전제한 후, A사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분양대금 9억5000만원은 일단 이 사건 상가건물 내 구분건물 전부에 대한 분양대금에 안분비례하여 충당되었다가 그 후 이 사건 제3상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당시 A사와 원고들 사이의 합의에 따라 그 중 5억원에 관하여는 위 구분건물 전부가 아닌 제3상가의 분양대금에만 충당하는 것으로 그 충당방법이 변경되었고, 원고들과 C 사이에 원고들 주장{원고들은 제2상가에 관한 임의조정 당시 나머지 분양대금 4억5000만원(=9억5000만원-5억원)을 제2상가의 분양대금에 충당하고 잔금을 포기하여 그 분양대금이 완납된 것으로 하는 정산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이를 배척함}과 같은 변제충당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소지도 없지 아니하나, 원고들과 이 사건 상가건물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지급한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A사이고 C는 A사의 수분양자에 불과하므로 원고들과 C 사이의 변제충당의 합의는 변제자(채무자)인 A에 대하여는 아무런 효력이 없고 달리 A사가 위와 같은 변제충당의 합의에 동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하여, 결국 9억5000만원 중 제3상가의 5억원에 대한 합의충당만 인정하고, 4억5000만원에 대해서는 제1상가와 제2상가의 분양대금에 안분비례한 원심의 판결을 정당하다고 보았다.
이 사건 판결은 변제충당에 관한 합의충당, 지정충당, 법정충당의 우선순위를 재확인하면서, “이미 법정충당 되어 소멸된 채무에 대하여도 합의충당으로 기존의 변제충당 방법을 배제하고 소급하여 변경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최대한 사적자치를 보장하려고 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한 그 전제로서 “변제로 소멸한 채무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의 이익을 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계를 명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될 지 여부인데, 대법원은 그 예시로 ‘변제로 소멸한 채무에 관한 보증인 등’을 들고 있다. 즉, 충당에 의하여 주채무가 소멸됨으로써 소멸된 것으로 기성의 효과를 가지게 된 자(보증인)는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향후 사례의 집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의 범위가 좀 더 구체화될 것이다.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피용자가 해당 정보주체의 의사에 반하여 유출한 경우, 그로 인하여 정보주체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대법원 2012. 12. 26 선고
2011다59834 판결
【고객정보 유출 손해배상청구 사건】

사실관계
주유 관련 보너스카드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관리하면서 이를 이용하여 고객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피고1 주식회사로부터 고객서비스센터 운영업무 등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피고2 주식회사의 관리팀 직원 C가, D 등과 공모하여 E 등을 포함한 보너스카드 회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 고객정보를 빼내어 DVD 등 저장매체에 저장된 상태로 전달 또는 복제한 후 개인정보유출사실을 언론을 통하여 보도함으로써 집단소송에 활용할 목적으로 고객정보가 저장된 저장매체를 언론관계자들에게 제공하였다.
이후 이와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원고들은 “개인정보가 공개돼 자기정보통제관리권을 침해당했고, 이로 인해 주민등록번호 등 중요한 개인정보가 도용 내지는 악용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다”며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며 피고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판결요지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피용자가 정보주체의 의사에 반하여 유출한 경우, 그로 인하여 정보주체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는 유출된 개인정보의 종류와 성격이 무엇인지, 개인정보 유출로 정보주체를 식별할 가능성이 발생하였는지, 제3자가 유출된 개인정보를 열람하였는지 또는 제3자의 열람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면 제3자의 열람 가능성이 있었거나 앞으로 열람 가능성이 있는지, 유출된 개인정보가 어느 범위까지 확산되었는지, 개인정보 유출로 추가적인 법익침해 가능성이 발생하였는지,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가 개인정보를 관리해온 실태와 개인정보가 유출된 구체적인 경위는 어떠한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발생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어떠한 조치가 취하여졌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건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판례해설
이 사건은 소위 GS칼텍스 주유 카드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개인정보 유출이 언론에 보도되어 개인정보가 유출된 원고들이 이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GS칼텍스 및 GS칼텍스로부터 고객서비스센터 운영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이다.
대법원이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정보주체에게 위자료 등 정신적 손해의 발생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대법원은 이 사건의 구체적인 적용에 있어서는 개인정보가 C에 의하여 유출된 후 저장매체에 저장된 상태로 공범들과 언론관계자 등에게 유출되었지만 언론보도 직후 개인정보가 저장된 저장매체 등을 소지하고 있던 사건 관련자들로부터 저장매체와 편집 작업 등에 사용된 컴퓨터 등이 모두 압수, 임의 제출되거나 폐기된 점, 범행을 공모한 C 등이 개인정보 판매를 위한 사전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이 한정된 범위의 사람들에게 개인정보가 전달 또는 복제된 상태에서 범행이 발각되어 개인정보가 수록된 저장매체들이 모두 회수되거나 폐기되었고 그 밖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흔적도 보이지 아니하여 제3자가 개인정보를 열람하거나 이용할 수는 없었다고 보이는 점, 개인정보를 유출한 범인들이나 언론관계자들이 개인정보 중 일부를 열람한 적은 있으나 개인정보의 종류 및 규모에 비추어 위와 같은 열람만으로 특정 개인정보를 식별하거나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개인정보 유출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신원확인, 명의도용이나 추가적인 개인정보 유출 등 후속 피해가 발생하였음을 추지할 만한 상황이 발견되지 아니하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개인정보 유출로 인하여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판결이 구체적인 사안의 적용에 있어서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발생 여부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한 회사의 책임을 면책한 것은 개인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회사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등 특별법도 개인정보처리자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다소 아쉬움이 있다. 개인정보가 관리기관의 관리 소홀로 유출되고 그것이 타에 제공된 경우뿐만 아니라 그 위험성이 있는 경우라면 그 위험성의 존재만으로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 유출이 담당 직원의 부정한 목적과 고의로 이루어졌다는 점과 개인정보의 유출로 인한 후속 피해가 없었다는 점 등의 실체적 문제 이외에 무분별한 집단소송에 제동을 가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된 것으로 이해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