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전쟁을 시작한 이래 ‘어떻게 하면 우리 편이 덜 죽거나 다치면서 적을 물리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계속되어 왔다. 만약 로봇이 나서서 적과 싸워준다면?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터미네이터’나 ‘트랜스포머’처럼 인간을 대신해 로봇이 전투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넓은 의미의 자동무기는 인간이 통제하는 정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인간이 원격조종하는 무기, 최종 타격 여부에 대해서만 인간의 감독을 받는 무기,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목표물을 탐색, 식별, 선정, 타격하는 무기가 그것이다. 미국이 대테러전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드론은 원격조종무기에 해당된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전자동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자동무기’다. 무기 스스로가 사람의 생사(生死)를 결정하는 자동무기는 윤리적 측면에서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전시 국제인도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민간인과 전투원, 그리고 전투원 중에서도 전투할 능력이나 의사를 상실한 부상자 또는 투항자를 구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별들을 확실히 하지 못한다면 자동무기의 사용은 국제인도법 위반행위에 해당된다.

국제인도법의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은 ‘비례성’이다. 이는 공격에 앞서 민간인의 예상 피해와 군사적 기대효과를 비교해 봐야함을 말한다. 자동무기가 복잡한 상황에 대해 정교한 판단을 하기란 쉽지 않다.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모호하여 해당 규범을 지키도록 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살상용 로봇을 놓고 ‘망부석 재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렇다면 자동무기를 설계, 제작 또는 배치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자동무기를 사용할 경우 군 통수권자들이 무력분쟁을 보다 빈번히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칠 줄 모르는 ‘병사’들로 인해 전투는 끝장을 볼 때까지 계속되는 양상이 될 수도 있다. 테러집단이나 범죄조직이 자동무기를 가로채 악용할 수도 있고, 해킹이나 오작동의 위험도 있다.

자동무기 금지 논의는 인권 포럼에서 먼저 제기되기 시작했다. 인권운동가들은 자동무기가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상의 요구사항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하면서 이의 개발, 생산, 사용을 전면 금지할 것을 주장한다. 이들이 아직 실용화되지도 않았고 전 세계적으로 20여개국 정도에서 연구개발 단계에 있을 뿐인 자동무기를 시급히 금지하고자 하는 이유는 자동무기 개발에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고 있고, 일단 실용화된 후에는 금지하기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권이사회 자의적 처형 특별보고관도 지난 5월 제출한 보고서에서 생명권을 침해하는 자동무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국제규범이 마련되기 전까지 각국이 자동무기 실험, 생산, 획득, 이전 등에 대한 모라토리움을 시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자동무기도 특정 무기이므로 군축 포럼에서 서둘러 금지 규범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그간 대부분의 무기들은 인류가 그 위력과 잔혹성을 경험한 후에야 관련 규범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명(失明)레이저무기의 사용을 금지한 특정재래식무기협약 제4의정서처럼 실전배치 단계에 이르지 않은 무기를 선제적으로 금지한 사례도 있다.

다른 일각에서는 고도화된 자동무기가 잘 훈련된 인간에 비해 판단이나 타격이 정확해 민간인 피해가 오히려 적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동무기도 사용하기 나름이지 본래부터 비윤리적, 불법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자동무기에 대한 현실적, 효과적인 대응 방안은 전면적인 금지가 아니라 점진적인 규제라는 것이다.

지난 11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특정재래식무기협약 당사국회의에서는 내년 5월 자동무기의 제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회의를 갖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논의가 장차 자동무기를 금지하는 규범으로까지 구체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인지뢰나 확산탄의 경우 기존 군축 회의에서의 논의가 만족스럽지 않자 일부 서방국가들과 NGO 주도 하에 별도 프로세스로 금지 조약이 성안되기도 했다. 안보 우려를 갖고 있는 동시에 로봇기술 선도국인 우리나라도 군축 포럼에서 진행될 자동무기 관련 논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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