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국제중재센터가 하는 역할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각 나라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국제중재센터가 하나씩 있기 마련인데 국제중재법원, 국제중재센터, 국제중재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집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중재센터를 들자면 파리의 국제중재법원 (ICC), 싱가포르의 국제중재센터(SIAC) 그리고 런던의 국제중재법원(LCIA) 등이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소송을 하러 가는 곳이 법원이듯이 국제중재사건을 진행하는 곳이 국제중재센터입니다. 국제중재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국적의 이해관계인들이 관여될 수 밖에 없어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국제중재의 기본은 ‘당사자 자치(Party Autonomy)’로서 모든 것은 계약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물론 계약서 작성 이후에라도 당사자들이 새로운 분쟁 해결 방식에 합의한다면 그에 따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분쟁이 발생하고 신청인이 소장에 해당하는 국제중재신청서를 계약서에 명시된 국제중재센터에 접수하면 그때부터 중재사건은 시작됩니다. 국제중재센터가 관여하지 않는 즉석(Ad-hoc) 중재사건들도 있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사건이 접수되면 국제중재센터에서 카운슬로 근무하는 변호사들이 사건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새로운 사건을 배당받고 그 사건의 담당 카운슬이 되어 앞으로 그 사건을 진행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관할권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국제중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래서 카운슬로 일을 하게 되면 무수히 많은 계약서와 그야말로 다양한 중재조항들을 접하게 됩니다.

피신청인으로부터 답변서를 받고 양측의 의견을 종합한 다음 카운슬들은 중재인 선정 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중재인단은 계약서에 따라 1인 혹은 3인으로 이루어집니다. 중재인을 선정할 때 가장 기준이 되는 것이 양 당사자와 다른 국적일 것, 해당 분쟁 분야에 경험이 많을 것, 준거법에 백그라운드가 있는 중재인일 것 등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중재인이 선정되고 난 후에는 어떤 서면을 언제까지 제출할 것인지, 히어링은 언제 할 것인지 타임라인을 정하고 당사자는 이에 맞추어 공방을 펼치게 됩니다. 모든 과정에서 담당 카운슬이 당사자와 중재인 사이에 제출되는 각종 서면 및 이메일을 받아보면서 사건의 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게 되지요.

히어링은 중재인 앞에서 양측 변호사들이 증인을 불러서 직접 구두변론을 하는 것입니다. 긴급중재인 사건 같은 경우는 전화로 텔레컨퍼런스를 하거나 하루 동안 히어링을 열기도 하고, 큰 사건의 경우 3주간 히어링이 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카운슬들은 긴급중재인 사건과 그 외 필요한 경우 직접 히어링에 참석합니다. 국제중재는 진행 방식이 소송과 유사하지만, 각 나라마다 증거채택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국제중재에 있어서는 대륙법과 보통법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보통이고 또 이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세계변호사협회(IBA)의 중재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제중재에 있어서 증거조사에 관한 규칙을 제정했는데 주로 이 규칙이 국제중재에 있어서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습니다.

히어링이 끝나고 마지막 서면까지 제출되고 나면 중재인은 중재판정문의 초안을 작성하여 국제중재센터에 제출합니다. 그러면 담당 카운슬이 1차적으로, 레지스트라가 한번 더, 판정문 초안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면밀한 검토를 하게 됩니다. 이것을 scrutiny라고 하는데 모든 국제중재센터가 이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고 ICC와 SIAC가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판정문의 실질적인 판단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고, 판정문의 형식 및 언급된 문구가 정확한지에 관하여 한번 더 확인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강제집행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카운슬은 중재사건이 끝날 때 중재인 보수와 행정비용을 얼마로 할 것인지 고려하여 총 중재비용을 결정하게 되지요. 물론 모든 과정에서 레지스트라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얻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국제중재센터에서 카운슬로 일하면 다양한 국적의 당사자들과 다양한 로펌이 관여된 무수히 많은 사건들을 직접 진행하면서 중재인들과도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됩니다. 현재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중재사건 수만 약 700여건에 이르고 카운슬로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건만 100여건에 이릅니다.

일을 하면서 얻는 지식은 책을 보면서 얻는 지식보다 더 생생하고 강하게 남습니다. 그래서 국제중재센터에서 일을 하는 것은 클라이언트를 대리하는 변호사의 관점은 아니지만 전체를 보는 눈을 길러주고, 당사자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어떻게 종합하여 아우를 것인지에 관하여 항상 고민하게 합니다. 그래서 이 일에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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