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가정법원의 고민과 노력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있은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의 활동은 그 후 가정법원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들이 가정법원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환기시켰고, 가정법원이 전문법원으로서 더욱 발전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제시하였기 때문입니다.

2009년 서울가정법원에서 결성된 ‘이혼 전후 가정의 자녀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모임’은 가정법원이 담당하여야 할 후견ㆍ복지기능의 강화를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였습니다. 정승원 부장판사가 위 모임(간단히 ‘솔루션 모임’이라고 부르겠습니다)의 결성을 제안하였고, 가정법원에서 근무하면서 가지게 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판사 및 전문조사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활동하였습니다. 모임의 명칭인 ‘솔루션’은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자녀가 겪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solution)을 다 함께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붙인 것이었습니다.

참여가 자발적이었던 만큼 솔루션 모임의 회원들 모두 그 열의가 대단하였습니다. 필자도 2010년 9월까지 솔루션 모임의 간사로 활동하였는데, 앞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때의 활동을 제 법원 생활 중 가장 보람찼던 일로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솔루션 모임이 시행한 사업에는 자녀를 둔 이혼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자녀 양육 안내(시행 초기에는 ‘부모교육’이라는 명칭이었습니다)’, ‘양육수첩’, ‘비양육친과 자녀의 1박 2일 캠프’, ‘미성년 자녀에 대한 의견청취 지침서’, ‘솔루션 프로그램’ 등이 있었습니다. 그 중 ‘솔루션 프로그램’은 이혼소송이나 이혼 후 친권자ㆍ양육자 변경청구 등 가정법원이 다루는 사건에서 자녀 문제의 해결이나 원조를 위해 필요한 경우 판사와 가사조사관이 함께 협력하여 당해 가정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고안해 내고 법원 내부의 상담위원이나 법원 외부의 상담기관을 통해 이를 시행해나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모델을 말합니다.

이러한 솔루션 모임의 활동은 전국에서 가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 및 가사조사관들에게 소개되어 큰 호응을 받았고, 가정법원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지역에서도 그 형편에 맞게 솔루션 모임의 사업을 변용하고 발전시키는 성과가 지속되었습니다. 또한 솔루션 모임의 활동은 외국에도 소개되어, 일본의 법학자들이 서울가정법원을 방문하기도 하고 일본 법학지에서 솔루션 모임의 사업 내용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가정법원의 후견ㆍ복지기능 구현에 관한 새로운 실천적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사법부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드높이는 데에도 작은 보탬이 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자평해 봅니다.

 

가정법원의 전국 확대에 부쳐

그동안 서울가정법원은 서초동 청사 중 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2년 9월 양재동에 소재한 독립 건물로 이전함으로써 새로운 ‘양재동 시대’를 맞았습니다. 또한 2011년 4월에는 부산가정법원이, 2012년 3월에는 대전가정법원, 대구가정법원, 광주가정법원이 개원함으로써 가정법원이 전국에 설치되었습니다. 2016년에는 인천가정법원이 개원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가정법원이 이렇게 전문법원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전국으로 확대 설치까지 된 것은 그만큼 가정법원이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고 격려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각박한 사회에서 우리가 휴식과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장소는 가정입니다. 그토록 소중한 가정이 위기에 처했을 때 누구든 도움을 얻기 위해 쉽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곳은 바로 가정법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정법원이 50년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여정이 앞으로도 더 나은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가정법원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도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 편집자 주 : 지난 호에 ‘가사ㆍ소년보호사건 제도의 개혁’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글은 ‘가정법원 5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라는 제하로 연재된 글 중 세 번째 편이며, ‘가사·소년보호사건 제도의 개혁’은 편집자가 붙인 소제목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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